노은정 숙명여대 경영학부 산학협력교수


유통업계 PB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성공하는 PB 제품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PB 시장은 어떤 발전 과정을 겪었을까. 이마트 출신으로 유통업 경력이 풍부한 노은정 숙명여대 경영학부 산학협력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PB 시장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그 배경을 어떻게 보십니까?

유통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유통사들이 자사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PB상품 개발이 있는데요. PB 제품은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초저가 PB상품으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반응이 좋아 별도 로드샵으로도 진출해 현재 전국 매장 수만 210개에 달합니다. 

롯데마트도 PB 브랜드 ‘온리프라이스’로 초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PB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PB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유통업체가 매장내 소위 ‘골든 존’에 자사 PB 제품을 진열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내 PB 시장은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나요?

초기 PB 제품은 제조업체 상품에 유통업체 브랜드를 ‘씌운’ 것입니다. 그 다음 2세대 PB 제품들에는 다양화가 시도됐습니다. 소위 ‘계층형 PB’라고 해서 ‘베이직, 베터, 베스트’ 단계, 즉 기본적인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상품 라인을 늘린 거죠. 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3세대 PB 제품은 그동안 유통업체가 단순히 제품을 아웃소싱해서 브랜드만 붙이던 관행을 깬 제품들입니다.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도 까다로워지다보니,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통업체 바이어가 먼저 기획하고 제안하는 게 3세대 PB의 특징이죠. 하나의 온전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보니 상품의 질은 물론이고 스토리와 경험까지도 제공하는 제품이 많습니다. 1세대 PB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죠.


유통업체가 좋은 PB 제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좋은 파트너사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협력사란, 적정 가격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죠. 저렴하게 만든다고 해서 품질까지 떨어지면 안 됩니다. PB상품일수록 품질 공정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 업체를 국내에서 못 찾는다면 그땐 글로벌 소싱으로 가는 겁니다.

최근 ‘마약베개’로 유명한 블랭크코퍼레이션과 같은 미디어 커머스 업체들이 그들의 SNS채널을 활용해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 반응을 살핀 후 대량생산, 유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제 유통사, 제조사, 미디어커머스 업체들간 전방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정말 좋은 상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철학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좋은 PB제품이 갖춰야 할 3가지 조건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가성비입니다. 이게 PB상품의 가장 기본이죠. 둘째. 고객의 감성을 건드려야 합니다.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저를 데려가세요”라고 소구해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상품의 스토리가 고객의 우뇌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마트 피코크 초기 제품인 ‘순희네빈대떡’이나 홍대앞 '초마짬뽕’에는 오랫동안 지역의 명물로 인기를 끈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세번째는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가성비를 중시한다고 해서 패키지가 성의 없으면 안 됩니다. PB가 재대로 된 상품으로서자리잡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패키지 디자인이 필수입니다.


대형 유통업체 PB들도 시장 반응이 제각각인데요. 무엇이 PB 성공을 결정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PB상품을 왜 만드는가,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고집이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의지가 있으면 더욱 좋고요. 단순히 구색갖추기로 PB 개발에 접근해서는 성공에 한계가 있어요. 노브랜드를 예로 들면, 스마트 컨슈머를 타겟으로 실무진부터 경영진까지 한마음으로 3~4년 이상 공들여 만든 PB입니다. 덕분에 노브랜드가 처음엔 식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화장품, 가전까지 인기를 끌고 있죠. 최고 경영진이 PB에 관심이 없다면, PB를 개발할 순 있어도 정착하고 성공시키는 건 대단히 어렵습니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급하게 만들지 말고 철저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무인양품도 일본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의 PB에서 시작해 좋은 상품에 대한 철학과 고집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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