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시장 주도자는 아무도 모른다


소비자들의 권리는 마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어떤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손쉽게 최저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 유통 마진은 종잇장처럼 얇아질 수밖에 없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의 진단이다. 황 교수는 최근 글로벌 유통업계의 변화를 총망라해 분석한 <리테일의 미래>를 펴냈다. 한국 리테일에 대한 분석도 깊이 있게 다뤘다. 한국 시장의 변화와 주된 이슈들을 그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이미 미래는 시작되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마케팅학 교수는 “이미 미래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혁신적 리테일 기업들이 패러다임 대전환을 견인하고 있으며 미래형 오프라인 매장은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간다고 진단한다. 한국은 어떨까? 단도직입적으로 한국 시장의 빅 이슈인 ‘쿠팡의 미래’를 물었다. 황 교수의 답이다.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전략은 동일하지만 쿠팡과 아마존은 비교 자체가 불가합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한다’는 말이 일상화됐습니다. 인터넷쇼핑의 대명사가 된 거죠. 또 단순한 최저가가 아니라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쌓고 있지요. 쿠팡의 적자는 외부 자금 유입으로 충당하지만 아마존은 자체 수익보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요.”

아마존의 혁신적 경영에서 눈여겨 볼 대목으로 ‘대시 버튼’을 예로 들었다. 아마존은 2018년 화제가 됐던 ‘대시’ 서비스를 올 3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시는 아마존에서 소액 (무료와 다름없이) 판매하는 초간단 주문 버튼이다.

화장지나 세제 같은 정기적인 소모품을 주문할 때 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는 미래형 시스템인데, 출시 3년 만에 폐쇄를 선언한 이유는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단추를 누르는 행위조차 불필요한 ‘보이스 쇼핑’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감한 혁신 외에도 아마존은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윤리적 이미지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황 교수는 묻는다. “쿠팡에게 윤리적 기업 이미지가 있나요?”

같은 의미에서 한국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대형 유통업체의 미래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마트가 PB 차별화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각종 혁신을 추진하고 있을 뿐 나머지 유통업체들은 의욕만 앞설 뿐 시스템의 뒷받침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5년 뒤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은 전혀 다른 업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은 어떻게 소비를 바꾸는가

<리테일의 미래>는 ‘기술은 어떻게 소비를 바꾸는가’란 부제를 달고 있다. 혁신적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날마다 전방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소매시장도 매일 혁명적으로 변한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그는 리테일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10가지 기술을 이 책의 2장에 제시했다(도표 참조). 


세계 전반의 리테일을 분석하고 미래를 제시한 300여 쪽의 책을 1년 만에 집필했다는 황 교수에게 ‘놀라운 속도’라고 말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의 생명도 고작 2~3년일 겁니다. 2, 3년만 지나면 세상이 또 확 바뀌어 있을 테니, 지금 말하는 첨단이니 미래니 하는 것들은 금세 구태가 될 거니까요.”


황지영은 >>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유통, 심리 통계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플로리다대학교에서 국제 비즈니스를, 미시간 주립대에서 국제 유통을 강의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마케팅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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