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 할머니 시골로 가다


70세 노인의 귀촌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 책 《은경 할머니 시골로 가다》의 출판기념회가 4월 13일 ‘그야말로 시골’ 집에서 열렸다. 소박하고 활기찼던 출판기념회 현장.

서울에서 4시간 거리, 추곡마을에서 열린 《은경 할머니 시골로 가다》 출판기념회에 200여 명의 축하객이 참석했다. 추곡리 마을 주민들과 저자의 지인들, 최기문 영천시장과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 등 다양한 인연들이 한자리에 모인 날이다.

《은경 할머니 시골로 가다》는 오리지널 서울 토박이인 조은경 작가가 70세 할머니가 되어귀촌한 생활일기형 에세이집이다. 조 작가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서울에서 다녔고,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서울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했으며, 결혼 이후에도 줄곧 서울에서 안정되게 살아 왔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하며 집필생활에 들어갔고, 고희에 들어서 귀촌을 선택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최순 전 동아대 교수는 조 작가를 가리켜 “제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한 에너지가 신선하면서도 강력해 보인다”고 평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조은경 작가는) 처음부터 시골에 살았거나 농촌생활을 해왔다면 보지 못할 것들을 보고 있어요. 시골에 내려와서 보고 겪고 마주치는 모든 것을 새롭게 느끼고 그것들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소화하며 기록을 한 거지요.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빛은 어린이의 특징 같지만, 사실은 우리 노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경험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정립하는 제2의 사춘기가 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 작가는 ‘할머니’란 단어가 너무 좋다며, 노인이 좋은 이유를 이렇게 정의하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노인은 남는 게 많습니다. 많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게 남고, 비싼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으니 명품이 필요 없습니다. 자식들이 곁에 없으니 공간이 남고, 남는 게 시간이니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나눌 기회도 많고, 베풀 것들이 많으니 노인이야말로 행복한 것입니다.”

그는 시골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소설가 정종명 선생은 “은경 할머니의 책에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도처에 배어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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