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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연간 4조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파동이 일고 있다. 장년층이 즐겨먹던 홍삼 제품은 단골 구매층이 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점점 더 젊어지는 추세다. 미세먼지에 대비한 기관지 건강기능식품과 장 건강관리 유산균, 눈 영양제도 대세다. 대 형유통업체, 전자상거래업체, 식품업체 등의 취재를 통해 최근 달라진 건강기능식품 트렌드를 짚었다.


효도 선물의 대명사였던 건강기능식품이 변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건강에 기꺼이 투자하는 젊은층들 사이에 ‘셀프 케어’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취업 후 자취를 하게 된 이미은(32)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산균 제품인 ‘락토핏’을 1박스 주문했다. 혼자 살아 식사도 부실한 데다, 잦은 야근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이다.

올봄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김미정(25)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약쟁이’다. 타고난 체질이 약하며 빈혈도 있어 식사 후 4~5가지 건강 보조제를 챙겨먹기 때문이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일부를 건강기능식품 해외 직구에 쓴다.

자기 자신의 건강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구매 연령층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제품들도 수백가지에 이른다. 어린이, 수험생들을 위한 키즈 홍삼 제품과 유산균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출시된다. ‘1인 1건강식품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태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가 전체의 90%에 달했다.

국민 96% “건강이 최고”
남성은 간 건강·여성은 면역력 증진 관심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 관리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중시하며, 영양제나 홍삼 섭취가 일상 식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018년 만 20~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6%(복수응답)가 “인생에서 나와 가족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평소 건강관리법에 대한 질문에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 노력한다
(67%)’는 응답률이 ‘항상 운동하려고 노력한다(51%)’는 응답률을 앞섰다.

식이요법과 운동 외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다(47%)’는 응답이 정기 검진이나 약 복용을 한다는 응답을 웃돌았다.

건강 관련 관심 사항은 피로회복(35%), 면역력 증진(27%), 전반적 건강 증진(19%), 스트레스 관리(17%), 눈 건강(12%)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우선 관심 순위는 달랐다. 직장생활로 음주문화에 노출된 빈도가 높은 남성들은 간 건강을 가장 많이 걱정하고, 여성은 면역력 증진과 갱년기 극복, 관절과 눈 건강, 체지방 감소 등 다양한 부분에 관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불규칙한 생활 습관,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 위협 요소가 다양해지면서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조금 씩 달랐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10대들은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 등 발효 미생물 제품을 복용하는 비중이 26%로 가장 높았다. 반면 60대 이상 인구에선 인삼·홍삼을 복용하는 비중이 20%에 달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복용률을 나타낸 제품군은 비타민류였다.

젊은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보 수집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이상 장년층들은 주로 TV광고를 통해 정보를 얻는 반면, 2040세대는 온라인 정보를 활발히수집하고 구매에 반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의 특징은 건강기능식품 해외 직구를 거리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해외 프리미엄 제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현대인 만성질환 ‘케어’하는
눈·간·장 건강기능식품 대세

건강기능식품업계에서 요즘 공통적으로 꼽는 ‘대세 식품’은 눈 영양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면서 안구 건조증과 난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PC나 노트북으로 업무하는 사무직 직장인들, 책과 씨름하는 수험생들도 눈 건강을 챙기긴 마찬가지다.
음주와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간 건강을 걱정한다. ‘우루사’로 대표됐던 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요즘 강자는 밀크씨슬 제품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밀크씨슬은 국산 제품이가격도 더 싸고 기능성도 우수해 굳이 해외 제품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최근 몇 년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급성장에 불을 당긴 요인은 미세먼지다. 사계절 분간 없는 미세먼지 공습으로 면역력 보완 제품 매출이 급증, 유통가는 무언의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전통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배·도라지즙과 도라지청도 덩달아 매출이 신장세다.

스테디셀러인 홍삼은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실속형 중저가 제품으로 양분화 추세다. 업계 1위인 정관장 브랜드는 1뿌리에 60만원을 호가하는 ‘천삼’ 제품과, 1년에 단 3000병만 생산하는 185만원짜리 ‘정관장 천’ 제품을 판매한다. 정관장 관계자는 “일반 홍삼 제품보다 가격이 센 ‘정관장 천’은 기업체 접대 선물로 인기”라고 귀띔했다.

반면 대형마트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PB 홍삼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20·30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부모님이나 친지에게 비교적 적은 가격 부담으로 선물할 수 있고, 쟁여두고 먹기에도 실속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 홍삼은 마진율이 매우 낮지만, 홍삼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단골 손님 유지를 위해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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