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라는 할머니와 다섯 명의 노인들이 강도짓을 하는 소설을 읽고 있다. 은행털이 한 탕을 해치운 뒤 노인들끼리 왈가왈부하는 대목을 읽다가 강원도 산불 소식을 들었다. 산불은 무섭다.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어마어마어마하게 무섭다.

상상만 해본 사람들과 직접 경험한 사람의 차이는 달라도 너무 다를 것. 가까운 후배가 속초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코앞으로 다가온 산불을 보고 겪었을 섬뜩함이 어땠을까 염려되었다. 산불은 다행히(???) 그의 생업 현장 못 미쳐서 진압되어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했다. “그나저나 장사가 안 되어 어떡하나” 물었더니, “아유, 지금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역시나 직접 경험한 사람과 상상만 하는 사람의 차이를 여실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런 계기로 정신 한번 바짝 차리는 거죠.”
‘이런 계기’라는 말을 들으며 메르타 할머니 말이 떠올랐다.

“어디 한 군데에 익숙해지면 떠나기가 어려워. 한 가지 생각에 익숙해져도 벗어나기가 어렵고.”

익숙해지는 것은 평온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노인들은 그런 일상을 수용하며 보수적으로 변한다. 익숙지 않은 쪽으로 (늙은 몸을) 내딛기가 부담스럽고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인 강도단을 만들다니, 놀라운 할머니들의 행각이 귀엽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케 만들기도 했다.

공포의 ‘산불’을 경험한 후배에게 마땅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얼버무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아무튼…”

대화란 것이 갈수록 어렵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도 이렇게 어려우니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더할까.

메르타라는 할머니가 동료 노인들과 왈가왈부하는 장면도 몹시 어려워 보였다. 그들은 한탕에 성공한 뒤 이런 말로 싸운다.

“악랄한 사기꾼들의 금고 속에 있던 돈을 가져왔으니, 일단 의료시설과 학교, 노인기관에 쓰도록 하자.”“선원들은? 발명가들도 필요할 텐데? 간호사들도, 도서관 사서들도…”

왁자지껄 왈가왈부, 악하다 싶은 일을 함께 하고 착하다 싶은 일을 하려는데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의 고통이다.

이즈음에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하는 도시락 상품 때문에 편의점 업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락의 시장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시장은 왁자지껄한 곳, 소문도 산불처럼 무섭게 번진다. 유통은 장사의 커뮤니케이션, 상품을 놓고 대화하는 것이다. 이 논쟁이 장사에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를 가늠하는 것은 역시 속물적 근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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