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맛은 어릴 적 엄마 음식

칼국수 만든다고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요
나도 좀 만져봤으면
저리 물러가 앉으라고
엄마는 손사래를 쳐요
주먹만큼만 떼어 줬으면
손에 묻히면 안 된다고
엄마는 고개를 저어요
탁구공만큼만 떼어 줬으면
축구공만 한 반죽을 엄마는 혼자서만 굴려요
나는 하느님처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데
엄마는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밖에 못 만들어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써온 시인 안도현은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도 낸 적이 있습니다. 시집은 ‘냠냠’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가 차려낸 마흔 가지 음식을 오물오물 먹고 음미하다보면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은 듯 마음 깊은 곳에서 동심이 살아납니다. 예컨대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자’ 가랑가랑 내리는 가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자‘는 ’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같은 시를 읽다보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 큰 어른의 눈에 무심코 흘려보냈던 것들은 우리의 유년 시절 긴 하루를 함께 해준 친구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아, 그랬었지’ 하며 냉랭하기만 했던 일상에 따스한 훈훈함을 지펴주는 동시의 힘이겠지요. 지금이야 먹을 게 넘쳐 고민인 시대지만 그럼에도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향수는 누구나 갖고 있고 이 음식이 단순히 허기만 채워준 게 아니라는 게 시인의 말입니다. 엄마가 음식을 만들 때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한 수저 맛보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순간만큼 아름다운 순간이 또 있을까요. 엄마가 부엌에서 똑딱똑딱 도마 부딪히는 칼 소리나 차르르 채소를 볶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순간의 공기와 냄새를 기억하고 저장한 힘으로 우리는 어른이란 갑옷을 껴입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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