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괴론’부터 ‘발로 만든 퀄리티’라는 평가까지, 식품업계 B급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혹평(?)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이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백만건의 광고 조회 수와 수천 건의 온라인 댓글이 그 위력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괄도네넴띤’이 올랐다. 새로 출시된 한정판 ‘팔도비빔면’의 글씨가 한글을 분해한 듯 한 서체 때문에 ‘괄도네넴띤’으로 읽힌다는 후문이었다. 제품 출시 직후, 한 경제신문의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댓글 1300개가 달리며 누리꾼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한글파괴’란 비난과 ‘이해 못 하면 꼰대’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특정식품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등극했다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마케팅은 사실상 성공한 셈이다.

‘괄도네넴띤’과 같은 ‘B급 감성 마케팅’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많은 식품기업들이 10대와 20대 소비층을 타깃으로 ‘B급 광고’를 별도로 제작해 유튜브 전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인 ‘고퀄리티’와는 거리가 먼 흥미 위주의 식품 광고는 편당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열혈 팬’마저 양산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B급 마케팅 전략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솔직함 내세운 ‘피자헛’ 광고 조회수 300만 돌파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연말 신제품 ‘갈릭마블 스테이크’ 출시를 기념해 광고를 제작했지만, 모델로 기용한 가수 마이크로닷의 ‘빚투’ 논란이 터지며 위기에 빠졌다. 피자헛은 이미 촬영한 장면을 삭제하고, 스토리보드 스케치와 자막으로 대체한 뒤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는 피자헛 광고 담당자의 ‘타들어가는 속내’를 그대로 표현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한편, 웃음과 재미까지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영상은 누적 조회 수 300만 건을 돌파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괄도네넴띤’

팔도는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비빔면’의 매운맛 버전인 ‘괄도네넴띤’을 한정 출시했다. ‘괄도네넴띤’은 SNS 등에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소위 ‘야민정음’콘셉다. 국내 다양한 회원들을 보유한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활동 분야별 다양한 ‘갤러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야구 갤러리 회원들이 즐겨 쓰는 말투나 신조어를 일컬어 ‘야민정음’이라 부른다. ‘멍멍이’의 ‘멍’자를 ‘댕’으로 써서 ‘댕댕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그 예다. ‘괄도네넴띤’은 이번 B급 마케팅 외에도 기존 제품 대비 달라진 특징으로 온라인에서 또 한번 이슈를 일으켰다. 이슈의 중심에는 5배 더 매워진 맛과 비싸진 가격이 있다. 누리꾼들은 ‘비싸서 안 사먹는다’는 맹비난(?)과 ‘디자인이 예뻐서 사먹고 싶다’는
의견으로 팽팽히 나뉘었다.

‘정관장’ 유튜브 광고도 인기

‘점잖은 광고’로 일관하던 건강식품 업계에도 B급 마케팅 붐이 일고 있다. 정관장은 제품의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강조하는 TV 광고와 달리 재미있는 콘셉트의 유뷰트 광고를 제작해 5일 만에 조회 수 100만건을 기록했다.

해당 광고는 김동현 이종격투기 선수가 출연한 정관장 온라인몰 ‘정몰’ 광고다. 택배기사인 김동현이 배달하러 가는 곳에서 갖가지 황당한 상황과 마주친다는 줄거리다. 스토리 자체도 기존의 ‘소중한 사람에게 정관장 제품을 선물하라’는 주입식 광고와 판이할 뿐 아니라, 독수리 5형제 콘셉트 등 재미있는 요소를 출연시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광고 역시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으며 ‘골수팬’을 만들어내기도 냈다.

저작권자 © 더바이어(The Buy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