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현대홈쇼핑 ‘왕영은의 톡 투게더’

‘줌마테이너’가 제안하는 프리미엄 의식주에 지갑 연다
토요일 아침 ‘왕영은 타임’을 아시나요?

아줌마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줌마테이너’ 왕영은 씨는 홈쇼핑 ‘파워셀럽’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지난 연말 GS홈쇼핑에서 현대홈쇼핑으로 새로 둥지를 튼 ‘왕영은 파워’가 궁금하다. 토요일 아침 방송을 꾸준히 진행하며 홈쇼핑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토요일의 여자’로 불리게 된 비결을 들어봤다.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1대 뽀미언니로 알려진 왕영은 씨가 홈쇼핑을 통해 줌마테이너 시대를 연 배경은 무엇일까? 홈쇼핑 소속 쇼호스트가 아닌 왕영은 씨가 방송에서 직접 판매자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면서 30년 주부의 내공이 제대로 발휘됐기 때문이다.

직접 살림을 해본 경험을 녹여 홈쇼핑의 주 타겟층인 주부를 대상으로 주방용품이나 미용, 패션 잡화에 두루 걸쳐 판매를 흥행시키는 데 그만큼 유리했기 때문이다.

왕영은 씨가 지난 12년간 홈쇼핑에서 방송 활동을 통해 판매한 누적 판매액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가 홈쇼핑 업계에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GS홈쇼핑에서는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상품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기획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을 맡은 GS샵 ‘왕톡’은 1년간 누적 주문 금액 1400억원을 돌파하며 GS샵에서 최다 매출을 달성한 프로그램으로 기록했다. 또 2017년에는 시간당 주문액 15억원을 기록해 홈쇼핑 셀럽 방송 중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왕영은 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왕톡’을 진행해오다 GS홈쇼핑과의 3년 계약이 종료된 뒤 현대홈쇼핑에서 자리를 옮겨 ‘왕영은의 톡 투게더’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으로 새출발을 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계약 당시 왕영은 씨 요청으로 2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팀을 자체적으로 꾸렸다면서 “특정 프로그램을 위해 대규모 조직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적 당시 계약 출연료에 관한 구체적 언급 대신 국내 최고 자존심은 지켜달라고 했다는 것이 왕씨의 조건이었다고 전해진다. 홈쇼핑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왕영은 씨에 대한 예우를 현대홈쇼핑에서 각별히 챙긴 것
으로 분석된다.

홍보팀 관계자는 왕씨를 비롯 홈쇼핑 유명 호스트 계약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답하기를 꺼렸으나 업계에서는 왕씨 계약액은 2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요일 아침 시간
고정 주부팬 TV 앞에 있다

왕영은 씨는 현대홈쇼핑 첫 방송에서 확실한 이름값을 했다. 같은 시간대 평균 매출의 3배 이상을 올리며 첫 방송부터 완판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첫 방송에서 선보인 제품은 ‘덴비 임페리얼 블루 식기 세트’와 ‘LG 트롬 스타일러 블랙 에디션’이 각각 2,810세트(15억원), 2,598대(48억원)가 판매돼 약 63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토요일 오전 동시간대 평균 매출(20억원)대비 3배 이상 높은 실적”이라며 “LG 트롬 스타일러의 경우 지난해 기록한 역대 판매 기록(18억원) 대비해 2배 이상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더구나 론칭 방송에서 내놓은 제품들의 판매가가 62만9천원, 214만원으로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송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왕영은의 톡 투게더’ 첫 방송에서 판매한 ‘덴비 임페리얼블루 6인 식기 세트’와 ‘LG 트롬스타일러’는 각각 1시간씩 선보였다. 오전 8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판매한 ‘덴비(Denby)’는 200년 전통의 영국산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브랜드로, 왕영은 씨를 통해 국내에서 유명해진 대표적인 인기 디너웨어 상품이다.

‘왕톡’ 론칭 방송 기념으로 식기 6인 세트에 ‘임페리얼 무쇠 주물 냄비’ 등 추가 구성했다. 이어서 오전 9시 20분부터는 ‘LG 트롬 스타일러 블랙에디션’이 방송됐다.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은 의류 제품 전용 관리기기로 생활 구김 및 냄새 제거 등의 기능과 LG 트롬 제품이었다.

지난 11년간 토요일 오전 홈쇼핑 방송을 진행한 왕영은 씨의 신뢰도와 전문성이 방송을 시청 중인 프리미엄 고객층과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두 상품 모두 여성 구매 비율이 90%를 넘고 덴비의 경우 50대(약 43%)·LG스타일러는 40대(약 38%)의 주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4050 이상 주부 고객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왕영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왕씨의 십년이 넘는 기간 홈쇼핑 방송 진행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데다 팬을 자처할만큼 두터운 고객층의 신뢰도가 워낙 높아 이 같은 ‘대박’ 매출이 결과로나타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팔릴 제품 아니라 사고 싶은 제품 팔아라 

그렇다면 왕영은 씨의 홈쇼핑 매출 대박의 비밀 병기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내가 팔고 싶은 상품을 선정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돈을 주고 사고 싶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왕영은 씨는 밝힌다.

조훈 현대홈쇼핑 홍보팀 과장은 왕영은 씨에대해 “워낙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라 제품 선정부터 구성, 품질 면에서 최고 수준이 아니면 타협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누가 방송을 시청하더라도 판매하는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소에 상품 관련 정보를 노트에 꼼꼼히 적어놓는데 이러한 왕씨만의 노트가 수십 권에 이른다고 한다.

왕씨의 방송에는 여타 홈쇼핑과 다른 특이점이 있다. 대략 1시간 방송 분량에서 쇼 호스트가 10여분 판매할 상품을 재빨리 설명한 뒤 바로 주문 안내를 소개하며 전화번호를 반복하는 것이 일반 홈쇼핑 방송의 수순이다.

이는 지상파 방송 등 다른 채널과 홈쇼핑 방송을 번갈아 보는 시청자들의 재핑(Zapping, 방송 프로그램 시작 전후로 노출되는 광고를 피하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 행위)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왕영은 씨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 전반 30분의 시간을 주문 받지 않고 차분히 제품 설명을 한다. 그런 뒤 나머지 30여분을 주문받는 방식이다. 타 방송과 비교해 주문 시간이 짧아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것이 왕씨만의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왕영은의 톡 투게더’ 방송 시간은 주말 시간치곤 이른 토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프라임 타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왕영은 씨는 “처음 홈쇼핑을 시작할 때 진행하는 라디오 생방송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토요일 오전 시간에 홈쇼핑 방송 스케줄을 잡았는데 지금은 황금시간대인 저녁 방송 매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계에서 이른바 ‘투톱’으로 꼽히는 최유라 씨에 대해 왕영은 씨는 “최유라씨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각각 2시간씩 방송하는 반면 나는 토요일 단 한 차례 2시간 방송하는 나의 매출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왕영은의 톡 투게더’는 주방용품과 생활가전 등 홈퍼니싱뿐 아니라, 뷰티·식품·패션 등 카테고리까지 확장해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을 소개해 주부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정확히 읽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홈쇼핑 채널의 중심에 왕영은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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