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프레쉬 무브먼트로 올바른 식문화 만들겠다'

▲ 조성수 에쓰푸드 대표

올해로 창립 32주년을 맞는 에쓰푸드는 육가공 전문기업이다. 고품질의 델리미트를 선보인 에쓰푸드가 최근 체험형 식문화 공간을 잇따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바탕으로 올바른 음식 문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겠다는 조성수 대표의 철학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에쓰푸드는 1976년 부친께서 설립한 이후 국내에 개념조차 희박했던 육가공 B2B 시장을 선도해 왔다.

아버지(조태철 회장)께서 2012년도에 경영에서 물러나시고 지금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시는 목장 일을 하고 계시다. 초반에 유가공은 채산성이 떨어져 육가공에 결국 뛰어드셨다.

지금의 저도 그렇지만 늘 시장을 한두 발만 앞서셨어야 하는데 열 발자국 앞서셨던 분이다. 실험 정신이 뛰어나 실패했던 사업도 많았지만 그 과정이 사업의 주춧돌이 됐던 것 같다.

1987년에 조태철 회장이 독일 소시지 마이스터와 함께 특급호텔을 직접 찾았다고 들었다. 1988년도 서울올림픽 전에 아버지께서 서구 식문화를 비롯해 외식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신 듯 하다. 당시 독일에서 마이스터를 데려와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외식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호텔 주방장들에게 직접 들고 가 선보이셨다. 당시 리테일에서는 누구 하나 정통 독일식 가공 햄이나 소시지에 관심 없었을 때다. 호텔 위주로 제품을 납품했고 1990년대 초반 대기업 프랜차이즈 형태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런칭되면서 우리 회사의 제품 납품판로가 더욱 열렸다.


집안의 미식 문화가 남달랐을 듯하다.

부모님 두 분 다 검소하신 분이다. 하지만 집에서 늘 사골국만 먹고 한우 고기는 늘 끊이지 않고 매끼 먹었다. 시리얼을 먹고 베이컨을 구워 미국식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아버지의 출장길에 가져오신 살라미나 하몽을 어린 나이 때부터 접했다. 친구들이 분홍 소시지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올 때 독일식 콜드스모킹 건조육을 싸갔으니까. 어릴 적부터 체화된 경험이 무섭긴 하다. 지금 내 아이들도 절대미식 소유자다. 아버지가 나에게 그러했듯 나도 아이들에게 맛 평가를 부탁한다.

2013년에 대표로 취임했다. 이전에는 전혀 다른 업을 했다고 들었다. 2009년 경영지원실 상무로 오기 전까지 여러 일을 했다. 뉴욕에서 컨설팅, 벤처 창업도 했고 이곳에 오기 직전에는 항공금융, 즉 비행기를 사들여 되파는 일을 했고 재미있었다.

당시 3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굴리는 일을 했을 정도로 볼륨도 제법 됐다. 건강 관리를 위해 아버지께서 해오시던 일을 맡아달라하셨고 그렇게 에쓰푸드에 몸을 담게 되었다. 대표님이 오신 후로 B2B에서 B2C로 영역이 확장됐다.

에쓰푸드는 이미 B2B 시장 점유율 1위가 된지 십년이 넘었다. R&D 분야에 집중 투자했기에 기술력과 제품력을 따라올 수 없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반찬이나 사이드 메뉴가 아닌 주식으로 삼는 국가가 많지 않나. 얼마나 좋은 식품인지 소비자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살라미 뮤지엄을 오픈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에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이탈리아 정통 방식의 살라미라는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햄과 소시지는 아무래도 건강에는 안 좋은 먹거리라는 소비자 인식이 있지 않나.

고기 단백질은 성장기 어린이와 노년층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육류 단백질이 부족하면 바로 몸의 균형이 깨진다. 콩 단백질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고기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캠페인을 통해 미트프로틴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학교 페스티발 등에 푸드트럭으로 참여해 소시지 하나가 팔릴 때마다 기부도 하고 왜 고기 단백질이 중요한지 홍보해 왔다.


에쓰푸드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팜 프레쉬 무브먼트(Farm Fresh Movement)를 시작했다.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가는 전 과정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당장은 미약하지만 의식있는 생산자들과 함께 시작했고 이들의 종자 개량이나 시설 관리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사료회사도 아니고 우
리는 계속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속가능발전할 수 있는 농장이 올바른 식문화의 토대가 될 거란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예를 들어 공장식 돼지 사육 환경에서 배출되는 가축 분뇨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지역 농가인 원예 농장에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 직원이 무조건 마이스터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교육 받는다 들었다.

직원을 채용하면 무조건 6개월간 제조 공장에서 트레이닝 받는 마이스터 아카데미 제도를 만들었다. 제품 교육, 기술 교육, 생산 라인에 투입되고 판매 현장에서 직접 판매도 경험하면서 고객의 생각도 읽게 했다. 지금 5기까지 진행했는데 이 친구들이 어느 부서에 투입되든 일을 잘 하더라. 그만큼 회사의 가치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전망이 매우 암담하다. 에쓰푸드는 정규직 채용을 대폭 늘렸다.

작년에 일자리창출지원 관련 대통령상을 타기도 했다. 주변에서 ‘자신있냐’고 묻기도 한다.(웃음) 현재 직원이 650명이 넘었고 나 또한 채용을 늘리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경영자로써 인건비 부담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제품 만들려면 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전 직원이 다 함께 같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어려울 때라고 돌파구가 없는 것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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