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연인은 절대 같이 보지 말아야 할 영화, 이 말을 무시하고 같이 본다면 곧 헤어지게 만드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 대한 설명이다. 어떤 영화냐고 묻는 질문에 이처럼 완벽하게 답할 수 있는 영화도 흔치 않다. 이 설명에 아무도 이의 달지 않는 걸 보면 확실하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인기 있던 병원이 어느 날 문을 닫았다. 원장은 동해안의 어느 소도시로 떠나 월급쟁이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주 그를 만나 겨울 바다를 보며 맛있는 회를 먹었다. 오랜만의 해후였기 때문에 할 말은 많고 마실 술은 모자랐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몸에는 적당히 살이 붙어 건강미가 넘쳤다.  의사 인생 중 이보다 좋은 시절이 없었다고 한다. 그도 좋고 병원도 좋은 (그가 내려온 뒤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나. 인사를 나눈 병원장의 증언이니 사실이렷다) 호시절을 맞이 한 것이다. 부러우면 다치기 때문에 과거를 꼬집었다. “그런데 왜 여기로 내려왔어요?” “그런 건 묻는 게 아니야. 알면 다쳐.” 하기야, 실례였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긍정의 질문으로 바꿔 주었다. “여기에서 좋은 것 세 가지만 꼽으라면?” “음식이 너무 맛있고,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일에 부담이 없고.” 명쾌했다. 그래서 더 먹고 더 마시고 밤새워 놀았다. 취기가 마음의 빗장을 풀어 버리자 그 가 독백하듯 말했다. “책임감으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다 욕심인 거야. 너무 많이 벌이면 수습하기 힘들어져.” 뭐, 대략 짐작이 갔다. 명성과 수익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랜차이즈의 유혹을 넘긴 거. 천만다행이지.” 이름이 알려지면 프랜차이즈의 유혹이 시작된다. 병원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종 중 가장 빨리 문을 닫는 곳이 커피 전문점이다. 프랜차이즈 업종 중 외식업이 타 업종보다 생명이 짧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에 가장 오래 지속되는 업종은 문구점으로 나타났다.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지만 이윤이 전부는 아닌 셈이다. 너무 많이 알려 하는 것도 비극을 부르고, 너무 많이 벌려 하는 것도 비극을 부 른다고 문구점이 전하는 것 같다. 문구점에도 비밀은 있겠지만.

임동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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