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김장 마케팅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 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질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명절 다음으로 가장 큰 집안 행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갈수록 서구화 되어가는 식습관과 1인가구가 늘면서 김장의 의미도 예전 같지 않게 퇴색중이다. 반면 건강과 혼밥 트렌드가 겹쳐 우수 지역 농산물을 찾거나 덜 짜게 담그는 김장 문화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에 업계와 유통가는 김장 마케팅 특수 잡기에 나서는중. 김장의 신 풍속도를 소개한다.
▲ 2018 국민행복나눔 김장축제 현장.

지난 11월 20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김장의 나눔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2018 국민행복나눔! 김장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장을 찾은 미국인 발레리아 존스는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라는 단일 음식으로 이렇게 큰 행사를 한다고 해 직접 체험하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공동주최하고, 농협이 주관, 팔도여성농업인과 함께한 이 축제에서는 김장 김치 2만포기를 직접 담가 홀몸 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행사에 마련된 김치문화전시관에서는 김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보는 공간을 마련하여 일부 전통김치를 실제로 복원해 시식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각지의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팔도김치도 선보였다. 특히 미래 김치갤러리에서 선보인 김치 유산균과 발효과학에 초점을 맞춘 김치 마카롱 등이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적게 담가 먹는 나홀로 김장족

온 가족이 모여 마당에서 수백 포기의 배추로 김장을 하는 모습은 대도시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김장의 문화가 점차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에 김치 소비도 예전만하지 못하고 이에 젊은층 주부들은 김장을 집에서 직접 하는 것을 아예 포기해 ‘김포족’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들은 부모 세대로부터 김장 김치를 얻어먹거나 혹은 감장철이 아닌 때에 필요에 따라 소량씩 김치를 만들어 먹곤 한다. 또 소포장된 판매용 김치를 구입해 먹는 것에 익숙하다. 대상 종가집이 소비자 28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30세의 69%가 ‘집에서 혼자 김장한다’고 답했다. 35세 이하에 혼자 김치를 담근다는 이들은 20포기 이하(60%), 10포기 이하(26%),만 담글 것이라고 답해 김장의 간소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포족을 잡아라!
유통업계 치열한 김장 마케팅

김장의 경제성도 젊은 세대 뿐 아니라 50대이상 기존 김장 문화에 익숙한 주부들의 김장 부담에 한 몫 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전통시장 50곳과 대형마트 10곳, 가락시장(가락몰)의 김장 비용을 조사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주요 13개 품목을 기준으로 4인 가족 기준 김장 구매비용은 전통시장 평균 25만1400원, 대형마트 평균 28만203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0.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배추, 대파, 갓 등 채소류와 고춧가루, 생강 등 양념류가 모두 지난해 대비, 전통시장은 12.2%, 대형마트는 1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성 및 편의성 등의 이유로 김장을 직접 준비하기 보다는 포장김치를 꾸준히 찾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 김장에 대한 부담과 시간을 덜어주고 팔도 지역의 김치를 다양한 브랜드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업체마다 김장 시즌에 맞춰 김장김치 예약판매 등 기획전이 활발하다.

대상은 12월 31일까지 온라인몰 정원e샵에서 종가집의 김장김치와 재료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2018 종가집 김장대전’을 진행한다. 해남 배추 등 전국 유명 산지의 원료를 산지 직송해 만들고 종가집만의 특허유산균과 레시피를 적용해 대량 구매해도 오래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1월 8일까지 배송 희망일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 주문 마감은 12월 31일 오후 3시까지다.

동원F&B는 김장 체험 행사로 차별화에 나섰다. 12월 8일까지 김장철을 맞아 소비자가 직접 김장을 담가보고 담근 김치를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양반김치 김장투어’를 실시한다.

투어는 충북 진천에 위치한 동원F&B 양반김치공장에서 3시간 코스로, 참가자들은 김치 전문가에게 김장을 맛있게 담그는 법을 배운 뒤 김장을 담근다. 배추를 비롯한 각종 신선한 채소와 양념 재료 등 국내산 1등급 재료를 사용할 예정이다. 직접 담근 김치는 참가자가 받고 싶은 날짜와 장소에 직접 배송된다.


김장철 포장김치 비수기는 옛말
고급 호텔 김치도 꾸준한 인기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 난 유명 호텔 김치 브랜드와 손잡은 브랜드도 있다. 이마트 피코크 조선호텔 포기김치는 12월 12일까지 할인 마케팅을 펼친다. 피코크 조선호텔 포기김치는 20% 할인 판매해 김장철 내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본격적인 김장철에 맞춰 평소보다 용량이 높은 포장김치를 적극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 이마트의 포장김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해 5.5% 매출이 증가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9월 기준) 13.5%가 상승하며 두 자리 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마트 대표 자체브랜드 피코크 김치 매출 또한 꾸준히 증가해 특히 10월부터 12월로 이어지는 지난해 김장철의 경우 매출이 40% 신장하기도 했다. 과거 포장 김치의 경우 김장김치가 떨어져 가는 여름 이후가 대목이라 실제 김장하는 10월, 11월은 포장김치의 비수기로 여겨졌다. 김성후 이마트 포장김치 바이어는 “간편함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로 인해 김장철이 포장김치의 대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겨냥해 김장김치를 대체할 수 있는 대용량 포장김치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아워홈에서도 12월 7일까지 김장김치 특가 예약판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지역색을 살린 중부식·남도식 김장김치 완제품과 간편하게 김장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김장김치 키트’, 절임배추, 김치 양념등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중부식 김장김치는 담백한 충청도식 김치로 양파와 다시마 엑기스 등을 넣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남도식 김장김치는 표고와 북어 엑기스를 더해 진한 감칠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고수 주부들의 선택
착한가격, 믿음 가는 농협브랜드 김치

전국 각지 농협의 지역별 브랜드 김치도 주부들의 꾸준한 김장김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협만이 가진 안전한 절임배추 생산과 착한 가격이 인기 요인. 배추 주산지 농협의 절임배추 가공공장에서 생산되는데 모두 농산물위해 요소중점관리기준(HACCP·해썹)인증을 획득했다. 그만큼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믿을 수 있다.

조흥범 농협경제지주 가공급식지원팀 주임은 김장철 가장 많이 찾는 전국의 7개 농협 김치를 추천했다. 경기식품의 아름찬김치, 충주수안보 수안보농협 남한강김치, 충남 아산 선도 농협의 선장김치, 전북 진안 부귀농협의 마이산김치, 전남 해남 화원농협의 e 맑은김치, 경북 서안동농협 풍산김치 등이 수년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김치라고 설명했다.

조흥범 농협경제지주 가공급식지원팀 주임은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고 지역별 충성 고객들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엄선된 재료와 가공 과정에서 엄격함 등 지역별 농협업체마다 김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장의 편리함을 위해 배추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는 작업까지 완성된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목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천일염 생산량 관리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김장할 때 신선·절임 배추 사용율도 최근 수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 2011년에는 신선 배추가 61%, 절임 배추 39%를 압도했지만, 2017년에는 절임 배추가 52%로 오히려 신선 배추를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농협에서도 제값을 보장하되 상생마케팅 및 채소수급안정자금을 활용, 신용카드 할인판매 등 프로모션 확대를 통해 소비자가격을 내렸다. 농협유통은 12월 5일까지 ‘김장시장 초특가전’ 행사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면서 김장재료들의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농협유통은 절임배추를 비롯해 김장 주·부재료를 최대 30% 할인 판매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구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절임배추로 김장을 담글 경우 전통시장의 소요 비용은 27만 2,107원으로 신선배추를 이용할 때보다 8.2%, 대형마트의 소요 비용은 33만 2,931원으로 18.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장에서 가장 많이 품이 드는 배추를 절이는 과정이 생략된다는 간편함에 앞으로도 절임배추를 구매해 김장할 소비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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