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제품이 탄생하는 곳, ‘센트럴 키친’ 전격 공개!

일본 유통업체들은 전문화된 HMR 공장에서 고유의 상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 공장을 센트럴 키친(CK)이라고 부른다. 센트럴 키친에서 만든 제품은 각 점포로 넘겨져 간단한 조리를 거친 후 매대에 진열된다. 일본 오사카 HMR 연수단은 대표적인 센트럴 키친인 후룩스, 한큐델리카i 등을 찾아 HMR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일본의 각 유통업체들은 HMR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공산품은 어딜 가도 똑같거든요. 그나마 차별화가 가능한 게 신선식품과 HMR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HMR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조성국 한국HMR협회 리서치&연구원 원장의 설명이다. 일본 유통매장에서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HMR 제품을 고른 후 공산품이나 음료를 찾는다. HMR 제품이 유통매장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센트럴 키친은 유통업체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각 센트럴 키친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HMR 제품을 내놓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어떤 곳이든 해마다 큰 폭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 일본의 대표적인 센트럴 키친을 찾아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찾았다.


청과사업으로 시작해 HMR로 영역 확장한
후룩스

후룩스는 1964년 과일과 야채를 거래하며 창업한 회사다. 1979년 시대 변화에 부응해 야채를 커트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는 커스터마이즈된 제품을 생산했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가열 조리된 제품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365일 가동하며, 약 2500개 유통매장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취급상품은 원물부터 튀김용 야채, 샐러드 팩 등 HMR 상품,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냉동제품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제품 생산은 특성에 따라 3개의 자회사가 맡고 있다. 원재료를 유통하는 나라산코, HMR 제품을 생산하는 산코, 외식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아지노야마지토가 그것이다.

회사의 모태인 나라산코는 직접 운영하는 슈퍼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멜론, 오이, 배추 등 일부 원물은 홍콩으로 수출한다. 원물은 도매시장에서 사오기도 하고,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에서 직접 공급받기도 한다.

산코는 HMR에 특화된 회사다. 주요 상품은 튀김용 야채세트와 샐러드 팩 등이다. 약 350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있으며, 이중 1/3이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온 아르바이트생이다. 원물 커트와 살균 등은 기계가 담당하지만 디테일한 작업은 대부분 노동자가 직접 한다.

아지노야마지토는 외식회사에서 판매하는제품을 만들고 있다. 신정에 먹는 오세치요리가 대표 상품이다. 일본에서는 신정 연휴에불을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때문에 미리 요리를 한꺼번에 만들어 연휴기간에 먹는데, 이것을 오세치요리라고 한다. 오세치요리는 가격이 비싸 매출 비중이 높다.

후룩스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 농업 생산자 부족 등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의 방향을 결정해왔다. 현재 가장 큰 현안은 인력 부족에 따른 공장자동화와 산지의 다변화다. 후룩스 관계자는 “요즘은 자연재해가 많아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즈미야 슈퍼의 센트럴 키친
한큐델리카i

한큐델리카i는 한큐백화점과 한신백화점의 제품 공급처인 H2O리테일홀딩컴퍼니의 자회사다. 매출의 절반이 계열사인 이즈미야 슈퍼에서 나온다. 이즈미야 슈퍼는 일본에 100개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로컬 슈퍼마켓이다. 이즈미야라는 로컬 슈퍼마켓의 센트럴 키친인 셈이다.

주요 제품은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한 초밥,유부초밥, 삼각김밥, 도시락, 샐러드 등 델리카 상품이다. 전자레인지 전용상품인 우동과 소바 매출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돈가스, 치킨가스 등의 육가공 반제품과 교자 만두, 소스류 등도 취급하고 있다. 한큐델리카i는 현재 500여개 점포에 300 품목, 770SKU를 납품하고 있다.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상품 생산하기 어렵다. 사람이 작업을 지시하는 형태로는 생산이 어렵다는 의미다. 오이를 예로 들면, 제품에 따라 샐러드라인으로 가기도, 초밥 생산라인으로 갈 수도 있다.

생산공정은 유통사의 발주로부터 시작된다. 점포 발주는 오후 7시까지로 한정하고, 발주에 맞게 재료를 구입한다. 그룹 내 상품은 발주 이틀 후 저녁 7시까지 상품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의 제품이 주문받은 후 생산하기 때문에 재료의 로스가 거의 없다. 스파게티 100인분을 주문받았다면 정확히 100인분에 해당하는 원재료만 제조공정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가장 일본적인 HMR 제품을 만든다. 그래서 소스 정도만 변했을 뿐, 20년동안 메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한큐델리카i는 종합 HMR 제조회사지만 원재료의 특성을 살린 보다 전문화된 HMR 제조사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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