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Green, 그 현장을 가다


아일랜드는 높은 품질의 식품과 음료, 원재료 등을 공급하는 나라다. 온화한 기후와 청정한 자연 환경은 아일랜드의 지속가능한 식음료 생산을 가능케 한다. 그 중심에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인 오리진 그린이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아일랜드의 약속, 오리진 그린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아일랜드는 인구 약 470만명의 섬나라로, 국토의 80% 이상이 초지다. 온화하고 강수량이 많은 덕에 아일랜드에서 생산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낙농제품, 수산물 등은 오래 전부터 유럽 식탁을 책임져왔다. 2017년 기준 식품 수출액은 126억유로 이상을 기록했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60% 성장한 수치다. 수출액 기준으로 영국이 35%, EU가 33%, 나머지 국가가 32%를 차지한다. 현재 전세계 18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식품과 음료 산업이 아일랜드 국가의 주력 산업인 셈이다. 그런 탓에 아일랜드 정부는 식품·음료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해 왔다. 배경은 두 가지다. 세계 인구의 성장에 따라 식품 소비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아일랜드의 식품·음료 생산량이 국내 소비량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아일랜드는 전국토의 80% 이상이 초지일 정도로 식품·음료 생산에 최적화된 자
연 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환경에 위협을 미칠만한 위험 요소가 적어 청정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일랜드는 국내 식품·음료 소비량의 5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 인구의 60%가 밀집한 아시아는 지나칠 수 없는 시장이다.

아일랜드가 최근 아시아 등 세계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또다른 이유는 브렉시트다. 2016년 영국은 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선언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그 불똥이 아일랜드로 향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영국이 EU 이외 다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면 아일랜드로서는 최대 수출 시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 국가 차원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Origin Green

아일랜드 정부는 이 같은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2012년 도입된 오리진 그린은 아일랜드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농식품 전략인 푸드와이즈 2025(FoodWise 2025)의 주요한 결과이자, 전세계에서 유일한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다. 현재 오리진 그린은 아일랜드 식품청인 보드 비아(Bord Bia)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 및 식품 생산자를 한데 어우르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립적으로 검증받은 이 프로그램은 식품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농부, 식품 생산자, 유통 및 외식업체들이 환경 영향을 줄이고, 보다 효과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며, 아일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측정 가능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수립해 달성하도록 한다.

아일랜드 현지에서 방문한 육가공업체, 낙농업체, 수산가공업체에서 오리진 그린이 실현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 낙농업

kerrygold, dairygold & carbery

치즈를 비롯한 낙농제품은 아일랜드의 가장 큰 수출품 중 하나다. 아일랜드는 1만8000개의 농장에서 140만마리의 젖소가 자라고 있다. 농장 규모는 평균 55ha. 대부분이 가족농으로 농장당 75마리의 젖소를 보유하고 있다. 아일랜드 낙농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1년 300일 이상 방목하는 젖소에서 얻는 우유다. 소 한 마리당 5400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이는 미국 젖소 우유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단백질이 풍부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우유에 비해 노란 빛을 더 띤다.

아일랜드는 이처럼 질 좋은 우유를 원재료로 만든 낙농제품의 약 60% 이상을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수출국은 110여개국. 수출은 마케팅과 세일즈를 전담하는 오르누아(Ornua)에서 담당한다. 영국에 거점을 두고 탄생한 오르누아는 준정부기관으로 출발해 현재는 민간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르누아가 최초로 론칭한 낙농제품 브랜드가 케리골드(kerrygold)다. 아일랜드 낙농제품을 대표하는 케리골드는 독일에서 버터와 체다치즈 최대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1990년 론칭한 미국에서는 2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캐서린 핏제랄드 오르누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일랜드 낙농제품의 최대 장점은 일년 하루 24시간, 1년 300일 이상 방목하는 젖소에 있다. 다른 유럽 국가는 하루 평균 6시간, 1년 120일 정도를 방목한다. 이런 차이가 제품의 차별화를 가져온다. 우리 낙농제품은 한국의 성숙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것이다.” 낙농제품을 생산하는 데일리골드(dairygold)와 카베리(carbery)에서도 이같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는 11개의 유제품 회사가 있는데, 데일리골드는 그중 두 번째 규모의 낙농 브랜드이다. 데일리골드는 국내 유제품 기업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주력 제품은 치즈와 버터, 우유 파우더 등이다. 데일리골드에 우유를 공급하는 농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마크 켈러 데일리골드 영업 마케팅 이사는 “원유 생산량이 해마다 5% 증가하고 있어 이에따라 시설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며, “여기서 생산된 질 좋은 낙농제품으로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필리핀 등의 소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골드에 이어 방문한 카베리는 아일랜드 남부에 위치한 낙농가공업체다. 일행이 방문한 날은 마침 카베리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카베리는 행사의 일환으로 농가를 초청해 가공공장을 견학하고 있었다. 농가주 중에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노엘 코어코란 카베리 영업&마케팅 이사는 “주요 주주인 우유 생산 농가들은 대부분이 수백년을 이어온 가족농”이라며 “그런 전통이 아일랜드 낙농업을 보존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 육가공업

rosderra & DAWN

아일랜드는 유럽에서도 프리미엄급 돼지고기를 생산한다. 미국 돼지가 한 마리당 110kg인데 비해, 아일랜드 돼지는 85kg 수준이다. 그만큼 크기가 작고 지방이 적어 미국에서 특히 인기다.

아일랜드에서는 1주일에 7만마리의 돼지고기를 도축한다. 그중 52%는 국내용, 나머지는 호주, 미국, 중국, 
한국 등으로 수출한다. 로즈데라(rosderra)는 아일랜드 전체 도축량의 50%를 책임지고 있다. 로즈데라는 2개의 도축장을 운영하면서 베이커 등의 가공육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는 전체 생산량의 3~4%가 수출된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삼겹살과 항정살 등이 주요 수출 부위다.

짐 헨리 로즈데라 CEO는 “아일랜드는 섬이라는 장점으로 구제역 등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다”며, “뿐만 아니라 보리, 밀 등을 먹고 자라 육질과 향이 다른 나라의 돼지고기도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육가공업체 중에는 낙농업처럼 가족단위로 경영하는 업체도 있다. 워터포드의
 다운(DAWN PORK&BACON)이 대표적이다. 다운은 가업으로 돼지를 키우던 퀼리(Queally)家가 1984년 EU의 지원을 받아 육가공공장을 세운 게 출발이다. 현재 다운은 돼지농장과 함께 두 곳의 육가공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다운은 1990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한국 등지로 판로를 넓혀왔다. 현재 전체 생산량의 40%는 국내용, 나머지 60%는 수출용이다. 중국이 가장 큰 수출국이며 미국과 한국이 그 다음이다.

존 코너 퀼리 다운 세일즈 매니저는 “오리진 그린 멤버로 참여한 후 환경적인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당장 가격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오리진 그린에 흔쾌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 수산가공업

SOFRIMAR

아일랜드는 지정학적으로 해역을 오염시킬만한 위험 요소가 거의 없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청정해역을 자랑해왔다. 반면 흰살생선을 제외하고는 수산물의 국내 소비량이 작다. 청정해역에서 자란 수산물이 풍부한 이유다. 소프리마르(SOFRIMAR)는 여기에 매력을 느낀 프랑스인이 세운 수산가공업체다. 2000년 현재 CEO인 로칸 바덴이 회사를 인수해,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소프리마르는 인근 해역에서 소형어선 150여척이 잡은 수산물을 가공해 100% 해외 수출하고 있다. 관자와 골뱅이, 게, 새우, 랍스터 등이 주력 품종이다. 전체의 30%는 프랑스로 수출한다. 관자, 게, 랍스터, 아귀 등이 수출품목이다. 그 다음이 한국. 전체 물량의 20%가 한국으로 수출된다. 품목은 골뱅이 하나다. 그 다음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등이주요 수출국이다.

로칸 바덴 소프리마르 CEO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해역에서 자란 수산물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다양한 수산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소프리마르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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