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때우는 자리, 짬뽕을 앞에 놓고 후배가 물었다.

“백종원과 황교익의 논쟁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누구 말이 옳아요?”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헷갈려 많은 단상이 오갔다. 많은 단상을 만들어 내는 데 모호한 질문이 제법 효과적이라는 단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 다음에는, 왜 백종원과 황교익이라고 물을까? 라는 단상이 들었다. 이름의 순서가 유명세 순위인 듯 싶었다. 대개 이름의 순서는 지위, 나이, 가나다 순으로 표시하는 게 예의인데 유명세가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구나 싶었다. 그 다음에는, 백종원과 황교익이 논쟁을 벌였던가?하는 의문이 이어졌다. 짧은 순간의 단상 속에 두 사람이 대화를 하거나 토론을 하거나 논쟁을 벌인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짬뽕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어쨌든 대답을 빨리 해야했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 언론이 싸움을 붙이고 대중이 까불거리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껄?”

다소 까칠하게 느껴질 답이 툭 튀어나왔고, 그러자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 왔다.

“예를 들면 떡볶이 시장에 대한 비판, 식재료 사용과 막걸리 맛에 대한 지적 등등 황이 백을 공격하는 것 말예요. 팩트는 맞는지, 타당한 비판인지….”

비로소 무슨 질문인지 이해되었지만 일일이 설명하거나 또 하나의 주장을 하기는 애매했다. 무엇보다 짬뽕면이 불을까 걱정되었다.

“말 자체는 사실이지. 하지만 어떤 배경, 어떤 앞뒤가 있느냐인데, 내가 보기엔 그들보다 화제를 의도적으로 키우는 측과 거기에 우르르 몰려가 패싸움을 하는 이들의 문제로 보여.”

짬뽕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그런대로. 식재료는 풍부했지만 국물맛과 면발이 감탄을 자아내지는 못했다. 투자 대비 효용은 별로라는 생각. 백은 음식 사업가이고 황은 음식을 말하는 직업인인데, 어느덧 방송이라는 새 업종을 갖고 마케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투자 대비 효용은 그들이 훨씬 낫다.


갑자기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의 마음에서 깨끗이 지워버리면 세계 평화가 금방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마크 트웨인인지 버나드 쇼인지 (이 두 사람은 왜 늘 헷갈리는지) 하여간 외국 작가가 한 말이다. 그러면서 ‘지구는 둥근 모양의 정신병원’이라고 규정했지 싶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구정신병원에 갇힌 환자들이다. 정신이 병에 걸리는 두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는 집착이고 둘째는 공포심이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날 수밖에 없던 정신과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지구정신병원에서는 정신병에 걸리는 게 나은 건지 안 걸리는 게 나은 건지. 바라건대, 지구정신병원의 수많은 병동에서 한국병동이 그나마 가벼운 병동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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