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유머 코드에 퀄리티는 업!

최근 식품유통업계에서 B급 정서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유머러스한 제품명과 스테디셀러를 재해석한 복고풍의 편의점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또 대형마트의 고품질 PB제품들은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충족시키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음식에서 재미와 친근감을 느끼다


초성, 언어유희, 유머 코드까지…

유머 코드를 넣거나 언어유희를 활용하는 등 ‘네이밍’에 신경 쓴 편의점 제품이 유행이다. 제품의 특징을 표현하는 재미있는 이름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배달의민족’ 문구와 디자인을 활용한 B급 유머 코드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웃기는 젤리’는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 브랜드 인지도 상승뿐 아니라 매출 증대 효과로도 이어졌다. 출시 직후 젤리 카테고리 내 판
매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웃기는 젤리’를 구입한 김지윤(20세)씨는 “젤리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지난 6월 출시된 ‘주문하신 컵 커피’ 2종도 세븐일레븐과 ‘배달의민족’의 콜라보 제품이다.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나왔습니다’는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상황에 착안해 만들었다. 성의없어 보일 수도 있는 제품명과 패키지이지만 ‘배달의민족’ 특유의 B급 정서를 활용해 소비
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임도현 세븐일레븐 홍보팀 사원은 “젊은 소비자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배달의민족과 협업하여 재미있는 제품들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CU는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라는 부제를 단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다. 편의점 디저트의 주요 소비층인 1020세대의 유행어를 사용해 초성으로 부제를 지은 것이다. 실제로 SNS에서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이마트24는 ‘궁금할 수박에 없는 샌드위치’라는 수박 콘셉트의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수 밖’과 ‘수박’의 동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를 제품명에 반영했다. 수박 색감의 식빵은 수박 파우더, 수박향 시럽을 넣어 구현했다. 수박껍질은 녹차분말을, 수박씨는 초콜릿을 적용했으며, 수박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 샌드위치 내용물을 햄과 에그로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장수막걸리의 ‘드슈’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드슈’는 프랑스어 전치사 ‘de’와 ‘chez’를 결합한 것으로, 어떤 장소에서도 함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개의 단어를 충청도 사투리의 형식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드슈’는 국내산 쌀과 파인애플 과즙을 함께 발효시킨 알코올 도수 4도의 막걸리다.



스테디셀러, 복고 유행 옷 입고 재출시

스테디셀러의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재미 요소를 더한 제품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장수 인기 제품을 새로운 콘셉트에 적용하면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테디셀러의 변신은 장수 브랜드에 신선함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GS25는 지난해 롯데제과의 스크류바를 재해석한 ‘유어스 스크류바 젤리’를 출시했다. 아이스크림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스크류바를 젤리로 구현한 것이다. 스크류바의 꽈배기 모양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농축과즙 통해 ‘사과맛+딸기맛’의 독창적인 맛을 냈다. ‘유어스 스크류바 젤리’를 먹어본 이승희(26세)씨는
“젤리의 모양이 스크류바와 똑 닮았다”며 “젤리 속부분의 잼에서 스크류바의 맛이 난다”고 말했다.

CU는 올해 5월 팔도와 손잡고 ‘비락식혜바’를 내놨다. 비락식혜를 더욱 시원하게 즐기기 위해 얼려먹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비락식혜바’의 패키지는 비락식혜의 상징인 노란색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 제품을 다룬 유투버의 ‘먹방 영상’이 게시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조회수 33만회를 기록해 화제
가 됐다.

세븐일레븐 역시 스테디셀러와의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쌕쌕바’는 전통적인 베스트 음료인 쌕쌕오렌지를 활용한 아이스크림이다. 실제 과일 알갱이를 함유해 쌕쌕오렌지 특유의 감귤 식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맛은 물론 패키지 디자인까지 기존 음료 제품을 완벽하게 구현해 먹는 재미와 친근함을 더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겨울 선보인 ‘매일우유맛 원컵’은 추억의 맛을 구현했다. 이 제품은 따뜻한 물에 타마시는 원컵 형태로, 추운 겨울에 몸을 녹이며 먹기에 좋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른 원컵 제품들을 압도하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임도현 세븐일레븐 홍보팀 사원은 “어린 시절 자판기에서 우유를 뽑아 마셨던 추억을 모티브로 제품이 개발됐다”고 밝혔다.


가성비와 고퀄리티 다 잡은 대형마트 PB제품


유명 맛집과 콜라보레이션

대형마트 PB의 초기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NB제품에 비해 B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PB시장이 성장하고 대형마트간 PB경쟁이 치열해지면서 PB시장에도 고급화의 바람이 불었다. 유명한 맛집과 협업한 제품들이 출시됐으며,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제품에 호응했다.


이마트의 간편가정식 PB ‘피코크’는 제품 품질의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피코크 초마짬뽕’은 유명 맛집과 협업하여 개발하는 ‘고수의 맛집’ 시리즈 제품 중 하나로, 서울 3대 짬뽕이라고 불리는 홍대 ‘초마짬뽕’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푸짐한 건더기와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 작년에 약 24만개가 판매, 전체 피코크 제품 중 매출 순위 6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이마트는 가로수길 맛집 ‘딸부자네 불백’과 제휴하여 ‘딸부자네 불백 제육덮밥’도 출시했다. 제품의 생산을 위해 별도의 직화공정을 도입, 트레이드마크인 불맛을 살렸다. ‘딸부자네 불백 제육덮밥’은 출시 2달 만에 1만3000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차이나타운 맛집 ‘만다복’의 대표 메뉴 ‘백년짜장’과 ‘하얀 백년짜장’을 가정간편식 PB ‘요리하다’ 제품으로 출시했다. ‘만다복’의 서학보 사부가 직접 레시피를 검수해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으며, 제품 출시 3개월 만에 10만봉 이상 판매됐다.


PB로 해외 브랜드를 즐긴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와 협업한 PB제품의 출시도 활발하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소비자들 ‘가심비’를 공략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3월 출범한 PB ‘심플러스’에서 글로벌 소싱 제품들을 선보였다. ‘심플러스 벨지안 초콜릿’ 3종은 벨기에 초콜릿 명가의 60년 노하우를 담아 단독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1000원의 가격으로 고퀄리티 초콜릿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3가지 맛으로 출시했다. 전지분유
를 함유해 부드러운 ‘벨지안 밀크초콜릿’, 헤이즐넛 크런치의 고소함을 담은 ‘벨지안 헤이즐넛 크런치’, 72%의 카카오가 함량된 ‘벨지안 다크 초콜릿’이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PB 제품 ‘스윗허그 100% 착즙주스’ 2종을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원물 생산국인 스페인에서 파트너사 ‘AMC’를 발굴해 착즙주스를 개발했다. ‘AMC’는 1932년 설립돼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형 제조사다. ‘스윗허그 100% 착즙주스’는 국내 일반 착즙주스의 절반 가격으로, 출시 5일 만에 3만병이 판매됐다.

이마트 ‘피코크’의 스테디셀러 '피코크 티라미수 케익'도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이다. 이탈리아 디저트 제조업체 ‘돌체리아 알바’에서 티라미수를 대량 생산해 들여오면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포장이 고급스럽고, 시중에 판매하는 티라미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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