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 결국 학생들의 집단 식중독 사태가 터졌다. 여름철 식중독 사고는 상시적 위험을 안고 있으며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의 사건은 그런 일상적 사고와 크게 다르다. 세 가지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국내 식품기업 중 가장 친환경적이고 국내산 식재료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풀무원’ 계열사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식중독 원인으로 밝혀진 제품은 풀무원의 PB ‘바른선’ 라인으로 공급되었다.

둘째, 생산업체(풀무원의 협력사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곳이라는 점.

셋째,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케이크의 원료가 ‘우리밀’이라는 점. 그냥 케이크가 아니라 '우리밀초코블라섬’ 케이크이고 해당 업체는 케이크 생산 전문업체다.

간단히 정리하면, 국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식품기업이 가장 ‘안전한 공정관리’ 시스템 하에서 ‘우리밀’을 사용해 만든 제품이 전국 규모의 학교에서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식약처에서 해당 제품을 수거해 분석 조사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 앞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원재료와 생산과정보다 유통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인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 한 사 례가 2006년 여름에 있었다. 국내 최대 식재료 유통기업인 CJ푸드시스템(현CJ프레시웨이)에서 위탁운영하던 25개 학교에서 식중독 의심환자 1700여명이 발생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다. 그로인해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기업명칭을 CJ프레시웨이로 바꾼 원인이기도 하다. 이번 푸드머스 사태는 그때보다 더 큰 규모다(9월 10일 기준 식중독
의심환자 수는 57개 집단급식소에서 2207명으로 파악됐다).

풀무원은 문제의 제품을 전량 수거하고 기업의 책임성 인정, 대표이사의 사과, 모든 치료비 보상 등의 사후 조치를 발표한 뒤 식약처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이후 법률적 처분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식품업계의 법률 분쟁에 정통한 전순옥 변호사는 “이 사건은 식품위생법 제4조에 해당하며 유독 위해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썩거나 상한 유통관리 부주의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제4조는 ‘위해식품 등의 판매 등 금지’ 조항이며 시행규칙 상의 처벌 규정은 ‘영업정지 1개월과 해당 제품 폐기’에 준한다. 이 역시 제조 공장의 영업정지이기 때문에 ‘풀무원-푸드머스-바른선 브랜드’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정리하면, 식품안전에 관한 법률이 ‘생산-제조’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 식품안전의 구멍은 늘 뚫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HACCP에 맹신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 아무리 좋은 생산-제조 시스템을 가동한다 한들 유통과 일선 현장관리가 허술하면 문제가 일어난다. 식품 유통에 관한 교육과 법적 제도 보완, 근본적 인식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식재료 유통업은 국내 대기업들의 점유율이 2~3%에 불과해 잠재적 성장가치가 큰 업태로 평가받는다. 중소 유통업체들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으며 대부분의 학교급식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무게가 적지 않다. 역으로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시장이라는 말이 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시장인 만큼 지자체의 식품정책이나 교육정책의 일환, 식약처의 안전관리
등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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