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방식 ‘Off→On’, 식사 선택 ‘엄마의 밥→셰프의 밥’, 농산물 역할 ‘주식→간식’

농촌진흥청에서 매년 분석하는 ‘농식품 소비트렌드’ 결과가 8월 28일 발표됐다. 일정한 소비자패널을 대상으로 농식품 구매 추이를 체크하고 분석, 발표하는 이 대회는 올해로 6년차가 됐다. 농진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전국에서 500여 농가가 참석했다.


농산물의 역할-판매방식 “다 바뀌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올해의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 결과에서 세 가지를 주목했다고 밝혔다.

첫째, 농식품 판매 루트의 변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시장변화를 주목하고 산지에서도 판매 채널 다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한마디로 ‘엄마의 밥’에서 ‘셰프의 밥’으로 취향이동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HMR 상품 개발과 외식 시장 연계에 주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셋째, 농산물의 역할 변화. 그 동안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주식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간식이나 디저트로 역할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 추이는 농진청 소비자 패널들의 가계부를 분석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온라인 농식품 구매액은 354% 증가했고, 오프라인 구매액은 6% 수준의 증가세에 머물렀다.

농촌진흥청은 소비자 패널 조사를 더욱 정밀화하기 위해 지난해 농협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농협하나로유통의 판매정보 데이터(POS)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대표가 발표대회에 참석해 “수도권의 농산물 판매 추이 분석이 산지의 품목 체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 품목이 중요한 시대로 진입 중

이날 대회에는 ‘빅데이터로 본 농식품 소비트렌드(와이즈넛 배진철 부장과 김성용 경상대 교수)’와 ‘다양해지는 마트매대와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문정훈 서울대 교수)’를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문정훈 교수는 “소비자의 취향과 식품의 용도가 전반적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생산 세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세분화는 품종의 세분화부터 추진해야 된다는 점에서 농진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수의 타깃을 대상으로 한 식품도 장사가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타’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토마토를 예를 들면, 지금까지 우리는 시장에서 세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일반토마토, 찰토마토, 방울토마토. 하지만 그 외의 토마토들이 저마다의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추토마토, 미니토마토, 대저토마토, 흑토마토 식으로 말이죠.”

문 교수는, 이 같은 세분화가 전 품목에 걸쳐, 가공식품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축산물의 경우, ‘이베리코’의 돌풍이 미친 결과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베리코의 약진이 일어날 때 일부 농가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소비자들이 돼지에도 품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반긴 겁니다. 빨강돼지, 노랑돼지, 검정돼지… 색깔 있는 돼지고기 개발이 시작된 배경입니다.”

이 같은 세분화는 농가들의 생산비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다. 생산비 절감에 매달리지 말고 품종의 세분화, 상품의 세분화로 가치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 유통의 강자인 이원영 도담 대표는 “시장의 변화 진단은 객관적이지만 산지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품종의 선택은 모험을 전제하기 때문에 농산물 산지에서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분과별 발표는 식량, 채소, 과일, 축산, 소비이슈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소비트렌드 분석을 위한 소비자 패널 데이터는 2018년 1월 기준 1640가구를 대상으로 삼았다. 농진청은 2007년 1000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패널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 패널들은 농식품 구매 영수증을 매일 기장하고 농진청은 그것을 월 1회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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