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산업 고른 성장 위해 지원 뒷받침 돼야

소규모 양조장 유통 규제 완화 이후, 수제맥주 유통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윤을 보는 업체는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본 수제맥주업체는 단 2곳뿐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는 상품이 배로 늘어 매출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수제맥주를 문화로 만들어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규모 양조장 규제 완화로 인한 수제맥주시장은 내년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업체들, 앞으로 시장에 나올 업체들 가운데 20%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수제맥주시장은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닌, 산업에 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성장하고 있다. 펍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수제맥주업체들은 소규모 양조장 규제 완화 이후 유통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소비자가격을 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수입맥주는 2500원인데, 그와 경쟁하는 수제맥주는 약 4000원이다.

주류 유통 관계자는 “펍에서 마실 때와 유통업체에서 판매할 때는 매매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가격을 낮추는 것에 대해 제조사가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맥주는 장비산업이기 때문에 많이 팔려야 한다. 박리다매가 기본 원칙이다. 수제맥주가 네 캔에 9800원이 가능해진다면 수입맥주의 갭을 커버할 수 있는데, 그리 쉽지 않다. 주세법도 그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지난달 종량제 주세법이 통과가 안 되면서 수제맥주의 가격을 낮추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가 무산됨에 따라 7월 30일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어떤 맥주를 선택할 지는 소비자들의 몫이며, 시장의 어느 한 축이 무너진다면 국내 맥주산업 자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맥주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맥주 종가세를 감당하지 못한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회사를 접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를 시행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미국에서 수제맥주업체들이 2016년 기준으로 45만6000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에 기여한 금액이 연간 678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정부의 법령이나 규제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종량세 도입을 통해 국내 맥주산업의 미래를 만들어달라”며 호소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수제맥주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제조업체는 소비자들이 지금 어떤 단계의 수제맥주를 즐기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사람은 지금의 트렌드를 알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제맥주 자체를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수제맥주만의 매력 보여줘야

종량세가 통과되면 질 좋고 다양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다. 지금 수입맥주 행사인 네 캔에 만원 행사에 수제맥주도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수입맥주의 세금은 최대 10%까지 오르겠지만 그렇다고 네 캔에 만원 행사를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제맥주가 수입맥주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종량세가 되면 주세는 ℓ당 700~750원 수준이다.

수제맥주가 시장에서 좀 더 경쟁력이 생기려면, 공동구매를 하는 등 원료의 수입 단가를 줄이고, 영세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하나처럼 움직여 고정비를 절감해야 한다.

수제맥주가 주는 경쟁력은 다양성과 새로운 경험이다. 또 장소가 주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직영 펍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것이다. 마트에서 수제맥주는 다량 판매되는 메인 아이템은 아니지만 소비자 유입용으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수입맥주와 경쟁하기보다는 수제맥주가 줄 수 있는 그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교주 세븐브로이 상무는 “유통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수제맥주 제조자들이 유통의 벽에 막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수제맥주 산업이 폭발력이 있어서 제대로 성장하면 주변 산업이 같이 발전한다”며 “미생물학, 기계, 화학 등 이공계 산업이 같이 발전하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이 뒷받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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