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선으로 활용 가능성 확대… 신유통모델 가능성 모색

식육무인판매기(이하 축산물 자판기) 도입 9개월이 지났다. 6월 29일부터 개정된 축산물 자판기 관련 규제가 시행되며 활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축산물 자판기의 현황과 개선점, 위생관리 방안 등을 점검했다.

▲ 농협경제지주 농협안심축산에 설치된 축산물 자판기.

2017년 11월 도입된 축산물 자판기는 국내산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산 한우는 40% 가격이 저렴한 수입육에 밀려 판매량이 줄고 있다. 국내산 한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긍정적이나 비싼 가격으로 소비는 저조한 편이다.

농협경제지주 농협안심축산(이하 농협안심축산)는 소비자가를 절감할 방안을 오랫동안 강구했다. 그 결과 인건비와 쇼케이스 등의 시설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자판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자판기는 유통단계를 줄였기 때문에 일반 소매유통채널 가격보다 20% 저렴하다.


구이용 등심·HMR 인기

품목은 기존 유통채널에서 인기 있는 부위를 선택했다. 한우는 등심을 비롯한 구이용과 국거리용 고기, 불고기 등을 담았다. 한돈은 삼겹살, 목살, 찌개용 앞다리살 등을 선택했다. 정진영 농협안심축산 부분육사업팀 차장은 현재까지 판매 데이터를 보고 품목을 수정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적인 조리과정이 필요한 찌개용, 불고기용은 덜 찾는 점을 감안해 구이용 위주로 품목을 재구성하고 있다. 반면 HMR 제품들은 반응이 좋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HMR과 축산물을 함께 갖추고 있듯이 축산물 자판기에도 트렌디한 HMR 제품을 넣을 계획이다.

현재 축산물 자판기는 젊은 소비자부터, 중년 남성 소비자까지 다양한 소비층이 이용하고 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매출이 가장 높으며 구이용 상품의 판매량이 좋다.


식약처, 판매 규제 개선

축산물 자판기는 8월 기준 7대가 설치되었다. 농협경제지주 본관, 농협안심축산, 농협음성 축산물공판장에 각 1대, CU와 롯데백화점에각 2대씩이다. 이전까지는 냉장·냉동 설비를 갖추는 등 식육판매업으로 등록되어야만 판매가 허가되었다. 그러나 6월 29일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식육판매업자는 사물인터넷 자동판매기를 영업장이 아닌 곳에서도 설치·운영해 밀봉한 포장육을 판매할 수 있다. 영업신고 절차도 간소해졌다.

사물인터넷 자동판매기는 보관온도, 유통기한 등의 정보를 영업자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식육판매업을 위해 필요한 냉장, 냉동, 수도 시설 등을 갖추지 않아도 품질과 위생을 관리할 수 있다. 영업신고 등의 절차만 필요한 것이다. 정 차장은 향후 오피스텔과 사무용 빌딩 1층에서도 축산물 자판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유통채널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손쉽게 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위생 문제, 폭염에도 안전

▲ 정진영 농협경제지주 농협안심축산 부분육사업팀 차장.

축산물 자판기에 들어가는 축산물은 도축장에서 발골 등의 작업을 거치고 HACCP인증시설에서 진공 포장된다. 포장된 축산물은 냉장 탑차로 운송돼 자판기에 들어간다. 정 차장은 위생과 품질을 기획단계부터 가장 우선시했기 때문에 축산물 자판기의 온도와 위생관리를 자부했다.

일반 소매채널에서 냉장육은 –2℃~10℃ 사이에서 보관된다. 정 차장에 따르면 축산물 자판기는 냉동고와 비슷한 시설로 –2℃~0℃를 유지하며 상품의 입출고를 제외하면 외부 열기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이런 배경으로 한우 30일, 한돈 20일, HMR 38일의 유통기한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요즘 같은 폭염에도 품질은 안심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정전 등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축산물 자판기 내부 온도는 한시간에 1℃씩 상승한다. 정차장은 일반적인 정전 사태의 복구 시간은 5시간이기 때문에 최대 상승 온도가 3℃~4℃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5시간 이내로 복구가 되지 않더라도 자판기 관리자 등이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축산물 자판기는 아직 눈에 띄는 매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돈은 소매채널의 판매가격이 저렴해 축산물 자판기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축산물 자판기의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당장의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한우는 사정이 다르다. 정 차장은 가격이 높은 한우의 가격 절감을 축산물 자판기의 주된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축산물 자판기가 가격과 품질에 장점이 있고 이전에 없던 비대면 유통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들의 반복구매가 성공의 조건이라 말했다.
저작권자 © 더바이어(The Buy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