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기간에 식품 소비 늘어나는 이슬람권, 신선보다 냉동식품 즐기는 구미권

이슬람권 문화의 상징인 라마단(금식) 기간 중 식품 소비는 줄어들 것 같지만, 반대로 대폭 늘어난다. 베트남은 물가가 싸기로 유명하지만 물류비는 동남아권에서 가장 비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해외지사들이 제공한 지구촌 리포트를 중심으로, 해외 식품시장의 주요 현상들을 짚었다.


라마단 기간 ‘식품·외식 소비량’ 2배 증가

라마단은 이슬람권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금식기간을 뜻한다.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이 시기가 되면 한 달 동안 금식이 진행된다. ‘금식’ 기간이기 때문에 식품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정반대 결과가 일어난다. aT 자카르타 지사에 따르면, 올 5월에 치러진 한 달간의 라마단 시기 중 식품과 외식업 매출이 평월 대비 1.5~2배 증가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금식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진행되는 의식이다. 해가 진 뒤에는 허기를 채워야 하고, 금식 기간 동안 모자란 영양분을 채우고 싶은 의지가 충만해질 수밖에 없다. 금식이 종료되는 오후 6시가 되면 즉각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또, 라마단이 최종 종료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 르바란(이둘 피트리)이 시작된다. 약 2주에 달하는 이 시기에 귀경 행렬이 시작돼 일종의 명절 특수가 이어진다. 휴가를 내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라마단 기간 중에 명절 선물을 미리 구매한다. 이로 인해 매년 라마단 기간을 앞두고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데 이를 ‘라마단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대비해 각종 조치를 취한다.
올해 라마단 기간 중 인도네시아 농업부는 콩, 소고기, 설탕 3개 품목의 공급량을 사전 확보하고 소고기 4만2000톤을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조달청에서는 쌀 재고 3만5000톤을 유지했고 설탕의 경우 매월 약 3만 톤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라마단 기간에는 달걀, 설탕, 밀가루, 닭고기 가격이 급등한다고 한다. 어떤 점에서 라마단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배고프고 힘든 고난의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 라마단 기간 중 ‘부까 뿌아사’ 마케팅으로 판촉활동을 하는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aT 자카르타 지사는 “라마단 기간에 식품 및 외식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한국식품 수출을 촉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현지 유통업체들은 라마단 기간 소비자들을 겨냥한 부까 뿌아사(BukaPuasa ; 금식 시간 종료를 뜻하는 말) 마케팅을 펼친다. 이슬람인들은 금식 이후 처음 먹는 음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영양가 있는 식품을 찾는다. 비워진 속을 달래면서 영양가도 높은 식물성 음료를 먹은 뒤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식 기간 중 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은 터키도 마찬가지다. 터키의 식품업계들은 라마단 시기에 특별 프로모션과 이벤트 상품을 마련하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다. 터키의 대형마트들은 해바라기유, 쌀, 렌틸콩, 흑해지역 차, 토마토페이스트, 치킨수프, 콜라, 소다수 등을 포함시킨 선물세트들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베트남 교역 ‘높은 물류비’ 간과하면 낭패

베트남은 최근 10년 간 한국과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수출입 업체들의 관심이 베트남 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소비자 물가는 한국의 30% 수준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비용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비가 동남아 국가 중 최고라는 사실이 허를 찌른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수로와 해로가 발달돼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수상 운송의 편리가 돋보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착각이다. 수로와 해로 운송 시간이 상당히 느리고 상하차 비용이 높다. 또 육로 연계가 원활치 못한 단점도 있다. 가령, 베트남 북부에서 남부까지 수로 운송은 육로 운송(창고 → 창고)에 비해 비용이 40~50% 정도 낮지만 운송 기간은 3~5배 더 길다. 상하차 장비도 낙후돼 있을 뿐만 아니라 화물 환승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추가적으로 다른 배나 차에 옮겨 상하차를 하는 동안 비용이 추가 발생하는 등의 난관이 이어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의 물류비는 GDP(국내 총생산)의 20.9%에 달한다. 이는 선진국(일본 11%, EU 10%)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베트남 교통부(MOT)는 높은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도로운송의 문제점은 좁은 도로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좁은 도로 때문에 낮 시간대 화물차량의 시내 접근이 제한된다. 베트남 정부는 국가 고속도로 육로망 투자, 전용 도로 개설을 통해 중점경제센터와 중요 교통요지(바다항구, 기차역, 수로항구)의 연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갈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철도 운송비도 쉽게 내려가기는 어려운 구조다. 노후 기관차가 많아 연료소모율이 높고 화물 적하장과 상하차 설비도 노후되어 있다. 베트남 기관차는 총 296대인데 이중 178대가 20~40년식으로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수로와 해로에서의 선박 문제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선박이 노후되어 있고, 최근 들어 등장하고 있는 신형 선박에는 신기술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항구에서 철도, 육로, 국내수로로 연결되는 시스템도 미비한 상태다.

aT 베트남 지사는 한국의 기업들이 베트남과 교역할 때 상품별 운송비용과 시간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품 가격을 책정하거나 현지 업체와 거래할 때 반드시 높은 물류비를 감안하라는 권고다.


바쁜 미국인들, 신선보다 냉동식품으로

세계 11위, 북미 5위의 글로벌 은행인 알비시(RBC Capital Markets)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부터 냉동식품 구매량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역신장세를 보인 지 5년 만의 반등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미국 냉동식품 시장 규모를 530억 달러로 추정하며 향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예고했다. 신선채소, 신선과일보다 냉동채소, 냉동과일 시장의 성장률이 높다는 전망이 흥미롭다.

미국 냉동식품 성장의 가장 큰 배경은 싱글족, 1인가구의 확산에서 비롯된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한 끼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 싱글족, 1~2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점점 냉동식품을 선호하고 ‘괜찮은 옵션’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Acosta(제조 및 유통업체 마케팅 전문 글로벌 기업)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26%가 지난해보다 냉동식품을 더 많이 구입했다고 답했다. 이중 밀레니얼 세대의 응답률이 43%에 달했는데, 특히 자녀가 있는 밀레니얼 소비자가 구매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냉동식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빠른 저녁식사 제공(89%)’, ‘아이들을 위한 편리한 아침식사(81%)’, ‘사이드 디시(78%)’, ‘편리한 점심식사(72%)’ 때문이라고 답했다. 냉동식품을 더 많이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41%가 ‘편의성’을 이유로 꼽았고, 32%는 ‘신선식품처럼 빨리 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냉동식품 매출 증가는 특히 채소, 과일에서 두드러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70억달러인 냉동과일·냉동채소 카테고리가 2022년까지 8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모니터는 냉동과일이 연평균 4.6%, 냉동채소가 연평균 3.8%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콘아그라(Conagra) 사의 신 코놀리(SeanConnolly) 대표는 “냉동식품이 역신장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냉동식품의 편리함을 잊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브랜드를 개선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냉동채소 브랜드 버즈아이(Bird’s Eye)를 보유한 피나클(Pinnacle)의 최근 분기 매출은 7.5%, 그린자이언트(Green Giant)를 보유한 비엔티푸드(B&GFoods)의 같은 기간 매출은 13% 증가했다.

aT 로스앤젤레스 지사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냉동식품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미국 주류 대형마켓에서 판매되는 냉동 파전, 냉동 비빔밥 등의 인지도를 고려해 한국 식품의 수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편함’을 콘셉트로 하는 ‘한 끼 식사’, ‘친환경’과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는 냉동제품의 기회가 커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미국의 식품 소비 변화 추이는 현지 수출을 갈망하는 한국의 농업계와 식품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스율이 많고 위험도가 높은 신선식품에서 냉동식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더바이어(The Buy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