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에게 톡이 왔다. ‘나, 영미야.’

영미. 옆집 살던 영미인지, 신발가게 영미인지, 동아리 친구 영미인지… 수많은 영미들이 졸지에 떠올랐다. 코리언이라면 누구나 주변에 많은 영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내 주변의 영미들 모두 얌전하고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이름이 성격을 만든다는 속설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마도 전국의 많은 영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무튼 그렇다. 갑자기 떠오른 스타 ‘영미’ 때문에, 초중고대마다마다 함께 있었던 영미들이 그리워졌다.

사람 이름 영미는 어쩐지 봄을 닮았다. 뜨겁거나 차지 않고, 왕성하거나 쾌활하지도 않다. 은근 잔잔 조용히 온기를 주는 느낌이다. 두드러지지 않음으로 인해 주변이 평화로워지고 뭔가 생기가 살아나는 봄, 그리고 영미. 그러자 봄이다. 봄봄봄. 볼 것 많은 봄.

편의점 봄맞이 행사를 다녀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을 앞두고 열리는 편의점들의 이벤트를 보면 올해의 소비 트렌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시대 소비자 접점 최전선은 편의점이다. 가성비, 가심비, 2030, 여성, 혼술, 홈밥, 즉석… 올해 등장할 신상품들의 키워드다. 편의점 매출 절반은 식품군이고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상품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상품 구매를 응용한 외환 환전 시스템이 가동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없는 계층들을 위한 서비스 기능까지 도입될 양상이다.

“이것은 올해의 기대상품입니다. 우리는 컬링이 그렇게 뜰 줄 모르고 개발한 상품이거든요? 5월 출시 예정인데 최대한 당겨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의성마늘’을 내세운 HMR 상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와 장단을 맞춰 답했다.

“확실히 뜰 겁니다. 그래서 더바이어가 끊임없이 주장하잖아요. 지역 특산물을 적극 활용하라고. 특산물에만 머물지 말고 사람도 활용하라고.”

올해의 편의점 페어는 GS25와 미니스톱만 열었다. 미니스톱은 ‘매장공부’라는 이름을 걸고 점주(요즘은 경영주로 지칭한다)들과 스터디형 축제를 했고, GS25는 봄맞이 상품전이라는 이름의 가족적 축제를 19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 행사를 매년 2월에 갖는 이유는 봄 때문이다. 봄에는 모든 것을 새롭게 단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시장은 너무나 중요하다. 시장만 그럴까.

영미의 톡은 사실 사적인 것이지만 마무리 차원에서 공개해야겠다.

“영미? 웬일?” (누군지 헷갈림. 탐색 잽)
“웬일은. 담주 남해 갈 거지?”
“글쎄.. ㅠ” (여전히 헷갈리지만 선배나 후배는 아님을 확신)
(한동안 응답 없다가 다시 온 톡)
“아, 지송합니다. 잘못 갔어요.” (휘리릭~)

으음. 이미 떠오른 영미들은, 다들 잘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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