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가구와 커스터마이즈된 레시피의 조우”

앤더슨씨는 미드 센츄리 디자인을 사랑하는 빈티지 가구 수집가 앤더슨 최 대표가 미국에서 수집한 소장품으로 꾸민 공간이다. 앤더슨씨에서는 미국식 디저트와 고객들의 피드백을 직접 반영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선명한 색이 춤추는 미드 센츄리의 공간 

앤더슨씨의 공간은 다채롭고 선명한 색이 인상적이다. 앤더슨 대표는 원래 모노톤의 무채색 인테리어에 심취했다가 미드 센츄리 모던 디자인을 접하면서 다양하고 선명한 색상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앤더슨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북유럽 디자인 열풍이 불면서 수집해 온 소장품들이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미드 센츄리 모던’의 개념은 192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부터 시작된 80여년의 전통이 있는 디자인”이라며 “미국이나 북유럽과 같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칸디나비아 모던 디자인’ 역시 미드 센츄리 모던의 한 부분이지만 앤더슨씨에 채워진 디자인을 단순히 북유럽 스타일 디자인으로 명명한다면 미국 출신의 임스 부부, 조지 넬슨, 혹은 같은 미드 센츄리 모던을 이끈 북유럽 외 출신 디자이너들에게 섭섭한 표현”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앤더슨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디자이너는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 조지 넬슨이다. 앤더슨씨 가구의 절반 이상이 임스 부부와 조지 넬슨의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두 브랜드 모두 당시에는 값비싸지 않은 소재로 고유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어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명품 가구의 반열에 들었다. 앤더슨 대표는 “과거에 만들어졌던 빈티지와 현재 만들어지는 제품은 소재에 차이가 있다. 디자인이 처음 나오던 시대에 만들어진 빈티지 쪽이 아무래도 더 마음이 간다.”고 말한다. 

앤더슨 대표는 이에 더해 “미드 센츄리 가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닳아도 초라해 보이지 않고 멋스럽게 시간의 색을 입는다. 앤더슨씨에 있는 가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닳아버리는 것은 감안했다. 하지만 꾸준히 나사를 조이고 커버도 수시로 손질한다.”고 말했다. 

▲베르너 팬톤의 오리지널 빈티지 VP글로브 조명. 1969년에 처음 나와 현재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디자인이다. 앤더슨씨에 걸린 제품은 빈티지로 최근의 제품들과 소재와 가격대가 다르다.


앤더슨씨 산책하기 

▲앤더슨씨 1층 전경. 중앙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PH5 조명, 아르네 야콥센의 푸른색 세븐 체어와 그랑프리 체어, 블랙과 레드의 1970년대 빈티지 LCW(Lounge Chair Wood), 아르네 야콥센의 연푸른색 스완 체어, 짙은 회색의 스트롱 홀드 S7 로스팅 머신.

카페 1층의 문을 열면 처음에는 베르너 팬톤의 오리지널 빈티지 VP글로브 조명이 시선을 잡아끈다. 다음은 멋스럽게 카운터 제일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스트롱 홀드 S7 로스팅 머신이 보인다.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1930년작 ‘면과 선들’의 배경색이 생각나게 만드는 회색의 로스팅 머신이 카페 1층의 밝은 색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카페 정문과 마주보는 창가에는 황금비가 돋보이는 PH5 조명 네 개가 걸려 있다. 그 아래에는 아르네 야콥센의 누계 700만개가 넘게 팔린 대표작 시리즈 세븐 체어와 그랑프리 체어가 두 개씩 놓여 있다. 카운터 앞에는 아르네 야콥센의 연푸른색과 연녹색의 스완 체어가 자리하고 있다. 딥 레드와 블랙의 1970년대 빈티지 LCW(Lounge Chair Wood)도 앤더슨씨 1층을 채운 멋들어진 색상에 조화를 더한다. 

조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앤더슨씨에서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다양한 ‘PH 램프’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PH의 스노우볼 조명이 달려있다. 벽면에는 기하학적 도형의 그래픽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래픽월은 앤더슨 대표의 지인인 서희선 작가가 속한 스튜디오 힉에서 작업한 작품이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조지 넬슨의 스웨그 레그 데스크(Swag Leg Desk) 위에 카이저 이델의 램프들이 놓여 있다. 앤더슨 대표가 매번 깨끗하게 손질하고 있어 겉모습은 최근 백화점에서 구입한 제품 같다. 그렇지만 카이저 이델의 633 빈티지 램프를 뒤집어보면 수십년간의 세월의 흐름을 램프의 밑면에서 느낄 수 있다. 

▲조지 넬슨의 스웨그 레그 데스크(Swag Leg Desk) 위에 자리한 카이저 이델의 램프들.

▲클리포드 코핀(Clifford Coffin)의 작품. 무제. 1949년 작. 


▲중앙부터 시계 방향으로 여성이 고개를 돌린 에린 콘(Erin Cone)의 두 점의 화폭, 1920년대 녹색 빈티지 바실리 체어(Wassily Chair), 검은색의 폴 키에르홀름 pk22 체어.

앤더슨 대표는 주황, 빨강, 노랑 등 미드 센츄리의 대표적인 색감을 기조로 가구를 먼저 고르고 그림을 배치했다. 고개 돌린 여성이 그려진 에린 콘(Erin Cone)의 두 폭의 그림에서도 가구와의 색감의 조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의 옷에 사용된 붉은 색은 빈티지 레드와 배경으로 깔린 어두운 보랏빛도 미드 센츄리 모던 가구들에 어울리는 색감들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 색이 돋보이는 그림 앞에는 마르셀 브로이어가 자전거의 핸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녹색의 1920년대 빈티지 바실리 체어(Wassily Chair)가 자리하고 있다. 그 옆은 검은색의 폴 키에르홀름 pk22 체어의 자리다. 

앤더슨씨에는 이처럼 색색이 연결되며 조화롭게 춤사위처럼 어울리는 색의 향연이 끊이지 않는다. 앤더슨 대표는 “건물 내부 색상도 모두 미드 센츄리 가구의 색이 돋보이도록 구성 된 색감이다. 무채색 타일, 흰색 벽, 천장의 색감 등도 포함해서다.”라고 말했다. 


미국 동부의 대학가 분위기 

앤더슨 대표는 앤더슨씨를 디자인하며 다섯가지 요소를 채워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좋은 음식과 음료다. 둘째는 가구, 소품, 의자, 조명을 포함한 좋은 인테리어다. 셋째는 음악, 네 번째는 아트, 그리고 다섯 번째는 사람이다. 

앤더슨 대표는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름난 여러 음식점 들을 순회했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이 마음을 풀어주는 줄 알았지만 차츰 그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와 공간 자체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웅성거림을 구현하고 싶어 앤더슨씨를 열게 됐다. 앤더슨 대표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없다면 아름다운 공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가 바라는 이미지는 미국 대학가 식당이다. 뉴욕과 보스턴에 관한 음악이 자주 흘러나오고 앤더슨 대표가 직접 찍은 매디슨 애비뉴와 브루클린 브릿지의 사진이 미국 동부를 떠오르게 만든다. 미국 동부에 추억이 있는 고객들은 앤더슨씨에서 더 큰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레지덴셜 컬리지 다이닝 홀 시스템 

앤더슨씨는 오픈 초기 이후에도 매출 상향세를 보이며 순조롭게 자리 잡았다. 2017년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25%정도 매출이 신장됐다. 루프탑 테라스가 개방되는 2018년 2분기에 매출이 대폭 증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평균 방문 인원은 평일 100~150명, 주말은 150~200명 정도다. 레스토랑은 인당 3만원, 카페는 인당 1만원의 객단가를 형성 중이다. 

임스 부부와 조지 넬슨의 디자인을 사랑하는 취향처럼 메뉴에도 대중성과 시장성을 적극 고려했다. 앤더슨씨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는 블랙 아이올리(마늘·노른자·올리브유·레몬 주스를 넣어 만든 소스)와 소프트쉘 크랩 타코, 바냐 카우다(뜨거운 소스를 채소와 빵에 찍어 먹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 전통 요리) 건포도 소스와 튀긴 컬리플라워와 감자, 알알이 부드럽게 익어 치즈와 잘 조화된 명란 파스타다. 


▲앤더슨씨의 대표 메뉴인 블랙 아이올리와 소프트쉘 크랩 타코.

▲함(Ham)의 황동 그릇 위에 올려진 바냐 카우다 건포도 소스와 튀긴 컬리플라워와 감자 튀김.

▲최상급 저염 명란과 치즈로 맛을 낸 파스타. 잘 익어서 부드러운 명란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앤더슨 대표가 직접 만들었던 미국 생활 추억 속 요리에서 착안한 메뉴로 앤더슨씨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다.

서버의 역할이 크게 필요 없는 키친 시스템인데도 앤더슨 대표가 직접 홀에 서서 손님을 집에 초대한 주인처럼 접객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름다움, 친근함과 더불어 앤더슨씨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경청이다. 앤더슨 대표는 레스토랑에 머무는 동안 모든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단기간에 메뉴에 적용한다. 하위의 평가를 받은 메뉴는 사라지고 원래 있던 메뉴도 방문객들의 피드백을 받아 맛을 변주한다. 수집된 피드백이 철저히 반영되기에 매달 음식 리스트가 바뀐다. 추천 메뉴로 소개된 음식들이야말로 그간 끊임없이 호평을 받았던 음식들이다. 이런 메뉴 변경 시스템은 셰프에게는 부담이 가는 작업이고 세세한 피드백을 수집해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고객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의견을 묻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도 파인 다이닝이 아닌 대학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상했다는 콘셉트와 맞아떨어진다. 

카페에서는 대학 식당 분위기라는 표현에 걸맞게 러프한 미국식 디저트들을 볼 수 있다. 추천 메뉴는 크림이 맛깔난 블루베리 크럼블이다. 초콜릿 토르테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용 메뉴로 고안되었지만 예상 외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최근 하루 15피스 정도 팔리고 있다. 이 케이크는 라이트한 무스 케이크가 아닌 외국의 진한 초콜릿 퍼지 케이크의 맛을 닮았다. 유럽의 역사와 아이콘을 위트 있게 표현한 쿤 케라믹의 머그에는 화사한 맛의 티가 나온다. 

▲앤더슨씨의 파티셰가 매일 직접 만드는 러프한 미국 스타일 디저트. 중앙부터 시계 방향으로 블루베리 크럼블, 라즈베리 팝 타르트 크림치즈, 초콜릿 토르테 케이크, 브라우니, 초콜릿 칩 쿠키.

▲코코 샤넬(Coco Chanel)이 그려진 쿤 케라믹의 앨리스 포트레이트 시리즈(Alice Portrait Series) 머그.


좋은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앤더슨씨는 고객에게 호의적인 공간이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를 함께 체험하고 나눠보고 싶다는 것처럼 친근하게 배치해 두었다. 레스토랑에 놓인 콤플로트 디자인의 구비 체어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친화적인 분위기가 있다. 고가의 빈티지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지만 그래픽월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유치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편하고 자연스럽다. 노 키즈존이 토론의 장에 올랐던 세상에서 앤더슨씨는 한구석에 놓인 미드 센츄리 색감에 맞춰진 스페인 오보(OVO) 베이비 체어 디자인으로 아이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내비친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도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미드 센츄리 색감에 맞춰진 스페인 오보(OVO) 베이비 체어.

아름답게 디자인된 공간 안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앤더슨 대표는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직접 홀 가운데에 있다. 허먼 밀러에서 나온 재치 있는 행 잇 올 옷걸이, 에세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함(Ham)의 황동 식기, 프리츠 한센의 꽃병 같은 작은 부분 곳곳에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좋은 공간을 연출해 나누려는 가치관이 엿보인다. 

앤더슨씨는 앤더슨 대표의 좋은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다. 앤더슨씨를 포함해 앞으로 총 10곳을 오픈 계획에 있다. 서울 이외의 강원도 해안의 지역도 생각 중이다. 10곳이 채워질 앤더슨 대표의 앞으로의 공간들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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