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5만원대 선물세트 선호…트레이더스, 해외 상품으로 고객 유혹

지난해 가장 핫이슈였던 유통업체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스타필드 하남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철저한 투트랙 전략을 폈다. 신세계백화점과 PK마켓은 프리미엄으로, 노브랜드와 트레이더스는 저가 상품군으로 구색을 맞췄다. 올해 첫 설 명절을 맞는 스타필드 하남을 찾았다.

스타필드 하남은 올 설 명절 내내 휴일이 없다. 지난 추석 때 일평균 20만명이 내점했는데, 설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평소 주말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픈 이후 지난해 말까지 스타필드 하남을 찾은 사람들은 약 850만명이다. 일평균 7만5000여명이 스타필드 하남을 다녀갔다.

스타필드 하남은 원데이 쇼핑, 문화, 레저, 관광, 힐링의 복합 체류형 공간을 추구한다. 백화점 450여개, 쇼핑몰 300여개의 테넌트를 합한 750여개의 차별화된 MD를 한 곳에서 전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비자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계속해서 방문해야만 하는 목적을 제시하는 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지금 가장 핫하다는 쇼핑몰, 창고형 매장, 프리미엄 슈퍼마켓,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가 모여있다. 올 설 명절 신세계 선물세트를 파악하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각 매장별로 설 풍경을 짚었다.


신세계백화점
5만원 선물세트, 프리미엄에 끼워팔기?

신세계백화점에 5만원짜리 굴비 세트가 등장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때문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겨울에는 축산과 수산이 매출 1, 2위를 다투는데 축산에서는 한우를 5만원 수준으로 맞출 수는 없지만 수산은 가능해서 수산분야에서 5만원 가격대를 맞췄다고 전했다. 굴비의 크기를 줄이고, 용량을 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1·2인 가구를 위한 5만원대 소용량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고등어 선물세트다. 고등어를 반으로 잘라 손질해 낱개 포장해서 냉동실에 두고 간편하게 꺼내먹을 수 있게 했다. 판매 담당자에 따르면 5만원 고등어 선물세트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로는 15만원 수준을 고른다. 갈치도 마찬가지고, 굴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갖췄더니, 같이 구매해서 가격을 맞추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20만원 이상 구매하면 1만원권 상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5만원 세트의 효용성이 더욱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하루에도 4~5개는 기본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기업에서 대량으로 구매한다고도 전했다.

또 다른 전략도 있다.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를 구매하다 보면 본인이 먹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 5만원짜리 선물세트가 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구매한다.

설 명절 곶감 선물은 인기 아이템이다. 맛도 그렇지만 곶감 색이 고와서 선물용으로 좋다는 것이다. 곶감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즐겨먹을 수 있어서 인기도 좋다. 특히 올해는 일반 곶감보다는 견과류와 함께 포장한 상품 등이 인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단일 상품으로 고객 한 사람이 1000만원어치를 구매했을 정도다.

▲ 한 고객이 1000만원어치 구매했다는 곶감 선물세트. 견과류와 곶감을 담았다.

한편, 최근에는 차 선물도 트렌드라서 준비는 해두었지만 실질적으로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설 선물코너를 백화점 내부에 구성한 것이 아닌, 스타필드 외부 홀에 구성했다. 백화점 소비자가 아니어도 쉽게 눈에 띄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전체 백화점에서의 설 명절 선물세트의 매출은 3%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다를 것 없는 선물세트라면 가격이 중요하다

평일 오전에 조용한 스타필드 하남에서도 유일하게 사람이 가득 들어찬 공간은 트레이더스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올랐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의 성장 요인으로 차별화된 대용량 상품을 비롯해 일반 할인점 대비 평균 8~15%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들고 있다.

또 전체 운영 상품의 50% 가량을 해외 수입 상품으로 구성했다. 특히 오픈 초기부터 병행 수입 상품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해외 유명브랜드 인기 상품을 시중가격 대비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창고형 매장에서 덩어리 고기를 판매하는 것에 비해 트레이더스에서는 그보다는 소분한 고깃덩어리들을 판매하면서 손질이 간편해져 주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트레이더스는 일찍 설 준비를 시작했다. 동선마다 박스와 매대를 재배치해서 식용유, 당면, 부침가루 등을 진열해 연관 구매율을 높였다. 미국산·호주산 LA갈비 앞은 소비자들이 떠날 줄 몰랐다. 고기를 구매하던 한 소비자는 수입산 쇠고기 구입에 대해 “설에도 먹고, 일반적으로도 먹는다”며 “저렴하고 맛있어서 자주 구매한다”고 밝혔다. 설 명절에 수입산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지만 한우·한돈이 너무 비싸서 수입산을 먹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선물세트 코너는 창고형 매장답게 대량으로 준비했다. 관계자는 선물세트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를 것 하나도 없다”며 “다만 저렴한 이유는 백화점은 크기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트레이더스는 용량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좀더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20마리가 들어 있는 2kg 굴비 세트보다는 통통한 10마리가 들어 있는 2kg 세트를 더 선호한다. 그렇지만 맛에는 아무 차이 없다는 것이다. 주로 8만~10만원대 상품의 구매율이 높은 편이다.

와인 선물세트도 저렴하게 준비했다. 와인 담당자는 한 사람이 구매할 때 4~5개 정도 구매한다고 전했다. 선물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였을 때 술 대신 와인을 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와인 선물세트가 늘어난 배경이다. 대부분의 와인 선물세트 구성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을 때 쉽게 마실 수 있는 달콤한 칠레산과 스페인산 와인이 차지했다.

▲ 스타필드 하남 PK마켓 전경.


PK마켓
프리미엄 마켓 수요는 꾸준…선물세트는 그다지

PK마켓의 선물세트 구성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제수용품을 따로 준비하거나 하지 않았다. 슈퍼 앞 쪽에 선물세트 존은 마련해두었지만 따로 구매를 종용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과 체험을 위한 소비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부처 숍(Butcher Shop)과 씨푸드 텐푸라 코너는 식사를 즐기기 위한 소비자들로 붐볐다.

명절 준비와 관련해서 수산 코너 담당자는 “명절 식재료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는다. 명절이 아니어도 제사를 지내거나 할 때는 조기 등이 판매되는데, 그 정도는 늘 갖추고 있는 것으로 그 외의 것은 딱히 없다”라고 전했다.

PK마켓은 기존 프리미엄 슈퍼마켓의 장점에 친밀함과 인간미 넘치는 재래시장의 장점을 더한 체험형 슈퍼마켓이다. 이마트 측은 “PK마켓의 평균 고객은 주말 5000명, 주중 3000명으로 비슷한 영업면적을 가진 기존 이마트 점포에 비해 약 1.5~ 2배가량 많은 고객이 내점한다”고 밝혔다. 재방문하는 고객도 전체 내점 고객의 30%를 차지한다.

고객들이 직접 먹어보고 조리해볼 수 있는 PK마켓 내의 다양한 체험적 요소와 ONLY 상품 등 기존 프리미엄 슈퍼마켓과의 차별화가 성공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PK마켓의 신선식품 매장은 산지와 유통 과정의 생생함을 그대로 구현했다. 상품 구매뿐 아니라 고품질의 상품을 최선의 상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축산매장과 수산매장 옆에 각각 부처 숍과 씨푸드 텐푸라 코너를 배치했다. 과일매장에는 즉석 과일주스 매장을 구성해 소비자가 매장에서 고른 신선식품을 그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또한 오직 PK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가공식품 매장도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 중의 하나다. 수입 향신료, 오일류, 과자류 등 가공식품의 20% 정도는 PK마켓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다. 게다가 PK마켓은 이를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20~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노브랜드
선물세트보다는 명절 준비 주력

노브랜드 매장에서도 설 준비는 한창이다. 노브랜드는 상품브랜드를 떼고 상품의 가성비를 극대화한 매장이다. 포장이나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한 소비를 제안한다. 현재 생활용품, 가공식품, 전자제품까지 1000여종의 제품이 노브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다.

노브랜드에서는 설 선물세트는 5만원 이내의 가격 구성으로 구색을 갖추는 수준으로만 준비하고, 오히려 설 준비 상품을 공략했다. 노브랜드 식용유와 노브랜드 부침가루를 입구 가장 앞쪽에 배치했다. 매장 안쪽에는 따로 매대를 구성해 떡국 떡, 만두, 전 상품 등을 모아놓고, 그 위 선반에는 당면을 비롯한 부침가루 등 일반 설 명절 준비 상품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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