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대책, “진통제 말고, 대수술 필요”

“대수술이 필요한데, 진통제 처방만 내놨다.”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원장의 일갈이다. 1월 19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년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 하지만 근본적 처방을 위한 지원대책도 마땅치 않은 데 따른 고민이 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식품부로부터 2017년 업무계획과 쌀수급 안정 대책, AI방역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농식품부가 이날 공개한 ‘2017년 쌀수급 안정 대책’의 최우선 방안은 벼 재배면적 감축이었다. 지자체별로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적을 공공비축미 물량배정이나 농산시책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벼 재배면적을 3만5000ha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춘 국회의원은 “재배면적 조정으로는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적어도 쌀생산조정제 등 논농업 구조조정 수준의 계획”을 촉구했다. 김영춘 의원은 정부의 벼 재배면적 축소 방안을 비판하며 다음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지원대책은 없고, 쥐어짜기 정책만 있다?

첫째, 성과와 목표가 과대 포장됐다는 근거.

2017년 감축목표 3만5000ha 중 타작물 재배전환은 2만ha이며, 자연감소분은 1만5000ha로 42.8%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2016년에도 2만ha 감축 성과를 발표했지만 타작물 재배전환은 1만4000ha에 불과했다”며 “자연감소분에 의존해 목표와 성과를 부풀리기했다”고 지적했다.

둘째,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지자체 쥐어짜기 식’ 감축이라는 지적.

공공비축미 물량배정, 농산시책 평가 등 벼 재배면적 감축 실적에 따라 시·도에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주겠다는 방침에 대한 비판이다. 농식품부가 김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한 2017년 시·도별 쌀 안정생산 목표 면적’에 따르면 전남 7243ha, 충남 6191ha, 전북 5447ha 등이다. 문제는 “목표는 하달되었지만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농해수위는 벼 재배면적 3만ha 감축을 위한 쌀 생산조정 예산 900억원을 요구했는데,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900억원짜리 사업을 예산 한푼 확보하지 않고 5000ha나 더 많은 목표를 세웠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결국 그 부담이 지자체에 넘어갈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 의원실에서 시도에 확인한 결과, 전남도는 시·군비까지 합쳐 18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남도는 타작물 재배전환 기준 할당량이 가장 큰 지역이다. 반면, 충남은 33억원의 예산을 확보, 할당량의 70.5%인 2500ha 감축을 예상하고 있었다.

셋째, 벼 재배면적 감축이 쌀 생산에 미치는 효과가 비효율적이라는 근거다. 2011~2016년 사이 벼 재배면적은 85만3823ha에서 77만8734ha로 8.8% 감소했다. 그러나 2011년 대비 2016년 쌀 생산량은 429만5000톤에서 419만7000톤으로 2.3% 감소하는데 그쳤다. 2014년에는 오히려 2011년보다 생산량이 많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효과가 미미한 방안을 쌀수급 안정의 첫 번째 대책으로 내세운 데 대한 지적이다.


근본 처방 쉽지 않은 배경…수요처 늘리기 고심

김 의원은 “단순한 쌀 수급 대책이 아니라 논 농업 구조조정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근본적인 정책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 입장에서도 “정책을 펼 만한 예산 확보는 여의치 않고, 대중소 농가에 따른 이해관계가 맞물린 환경을 고려하면 명쾌한 대안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대수술이 필요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생산량 감축과 병행해 최대한 수요처를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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