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결합한 이미지경매로 유통의 효율화 기대

여전히 국내 공영도매시장의 주요 거래방식은 ‘경매’다. 하지만 경매는 현물거래를 원칙으로 하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이뤄진다. 또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경매의 경직성을 해결하고자 ‘이미지경매시스템’이 등장했다. 2016년 하반기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는 이미지경매시스템. 이에 대한 업계반응이다.


경매만큼 투명한 거래는 없다

2012년 2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개정되면서 거래방식의 자유화가 법적으로 고시됐다. 이에 현재 정가·수의거래, 시장도매인제 등 다양한 매매방식들이 공영도매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영도매시장에서는 ‘경매’를 통해 유통되는 농수산물의 비중이 높다.

경매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효율을 추구하기 어렵다. 경매는 품목별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된다.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도매시장은 경매에 참여하는 매참인(중도매인, 시장도매인 등)들로 혼잡하다. 또한 현물거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출하한 모든 농산물이 공영도매시장에 집하된다. 이에 공영도매시장에서는 농산물 쓰레기문제, 낮은 공간 활용성 문제 등이 있다. 더불어 경매는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돼 경매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너무 낮으면 매참인과 경매사가 대치한다. 이럴 때면 경매시간이 길어져 다음 품목 경매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3년부터 정부에서 진행하는 ‘창조비타민 프로젝트’ 과제의 일환으로 ‘이미지경매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를 활용한 이미지경매가 경매가 갖고 있는 한계를 해결하고 투명성을 극대화해 유통의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현재 경매는 초보적인 경매 형태다. 무선 응찰기, 이동식경매대를 이용해 전자식경매를 하고 있지만 단말기만 사용할 뿐 과거 수지식경매와 차이가 없다”라며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이미 이미지경매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상물(賞物)이 분리된 발전된 경매 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현물경매보다 더 많은 정보 제공



이미지경매는 출하주가 제작한 이미지, 텍스트, 동영상 등을 매참인이 PC, 스마트폰 등으로 보면서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매참인은 경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출하주 역시 농산물을 공영도매시장으로 출하할 필요가 없다. 경매가 끝난 후에 구매자에게 바로 배송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경매는 경매 대상 농산물의 정보를 PC와 스마트폰에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이미지, 텍스트, 동영상 등의 복합디지털콘텐츠를 사용한다. 복합디지털 콘텐츠에는 현물거래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 이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브랜드, 표준화 등을 기준으로 사과, 배, 감귤, 토마토를 이미지경매 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이들 품목은 이미 신뢰가 형성된 산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물량확보가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 이 품목을 대상으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구리청과와 인터넷청과에서 이미지경매가 시범 운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후 거래 품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표준화가 어려운 엽채류는 이미지경매 대상 품목으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국장은 “엽채류는 품질 보증이 어려운 품목이다. 특히 산지마다 작업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매참인)들은 직접 보고 구매하기를 원한다. 산지에 대한 신뢰와 물량확보가 가능할 때, 이미지경매 품목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미지경매시스템은 출하예고시스템, 이미지경매장시스템, 검수시스템 등 시스템 전체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관리자 시스템으로도 구성된다. 이에 현재 시행하고 있는 현행 전자식 현물 경매시스템과 연동되어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


제도적 검토가 우선돼야

경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이미지경매는 모든 사람이 PC,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매참인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적으로 공영도매시장 경매 참여자는 제한돼 있다. 또한 경매에 참여가능한 대부분의 매참인들은 도매시장법인 산하에서 보호받는 형태다. 그렇기에 무한경쟁을 통한 가격형성이 어렵다. 주성진 인터넷청과 차장은 정읍시농산물도매시장의 정일청과 사례를 들며, 더 많은 매참인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경매참여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일청과는 주변 중·소형마트까지 매참인으로 영입해 농산물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정일청과는 생산자와 소비자(매참인)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있으며 지역농협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정가·수의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도매시장에서는 지역농협과의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현재 중도매인들은 이미지경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몇몇 젊은 중도매인들만이 편리성 때문에 이미지경매 시행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청과는 이미지경매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등 이면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한 가락시장 관계자는 이미지경매가 투명한 경매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몇몇 중도매인들이 함께 모여 경매에 참여해 가격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지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제도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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