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름! 분석도 전략도 없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할인율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원조인 미국은 할인율이 50~70%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할인율이 20% 전후에 머물렀다. 이 정도 할인율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할인율 차이가 큰 이유도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했다.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사례를 모방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국토와 경제 규모가 다르고 유통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식도 달라야 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시작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마트는 강제적으로 쉬게 하고 백화점은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를 통해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모순의 출발이었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는 정치적인 논리에 치우쳐 급조된 면이 있다”며, “보다 세분화된 분석과 판매 전략이 뒷받침돼야 내수 진작과 관광 활성화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에서 실무를 추진했던 유통 관계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 분석을 내놓았다.


√ 할인율
유통업계에서는 “할인율의 한계가 가장 큰 실패 이유”라며 “할인율은 유통업체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백화점 판매방식의 차이다. 미국 백화점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서 판매하지만, 한국은 제조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해 수수료를 내고 판매한다. 백화점 수수료가 가격에 포함돼 있어 큰 폭의 할인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 재고율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는 구조상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한국의 대형마트들은 그때그때 판매할 물품을 들여와 판매한다. 마트 특성상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류 판매가 많기는 하지만 공산품들도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다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연말이라고 재고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대형마트들은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는다. 해가 바뀌는연말이면 재고를 털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바잉 파워를 앞세워 비교적 싸게 확보한 재고를 50% 이상, 심하게는 90%까지 할인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여기에 큰 도움이 된다.


√ 시기
시기의 차이도 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는 시기다. 미국에서는 이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왕성한 소비가 일어난다. 그 시발점이자 정점이 블랙 프라이데이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른 면이 있다. 10월 초순이면 아직 팔릴 물건인지, 안 팔릴 물건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큰 폭의 세일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 타깃전략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의 최대 고객은 중국 관광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요우커들 때문에 매출이 상승해 체면치레를 했다는 지적이다.만일 중국 관광객 유치가 목표였다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를테면 화장품이나 한류 공연 등을 전면에 내세워야 했다.


√ 소비문화
소비문화의 차이도 실패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안승호 교수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아이폰을 사는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블랙 프라이데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미국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연관 검색어는 ‘가족’, ‘계획’, ‘전략’ 같은 단어”라며, “블랙 프라이데이는 달리 말해 가족끼리 계획을 짜서 전략적으로 노는날”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인들이 들뜬 마음으로 해돋이를 하듯, 미국인들은 가족·친구와 함께 핫초코를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날이 블랙 프라이데이인 것이다.


√ 영업시간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도 평소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하루만큼은 새벽 5시~6시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새벽 4시에 문을 여는 곳도 있어, 새벽부터 유통업체 입구는 장사진을 이룬다. 하지만 영업시간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금요일을 일컫는 용어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날에는 연중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상승돼 이전까지 지속된 장부상의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 용어가 붙었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기간은 미국 소비자들의 각종 상품구매가 집중되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소비문화가 다르고 유통환경이나 물류 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데, 같은 개념으로 이 행사를 치렀기 때문에 일정 혜택을 본 유통업계조차도 비판적 견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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