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이해가 완벽한 마리아주를 만든다

“음식이 가지고 있는 에센스와 와인을 결합해 요리의 풍미를 극대화해야 한다.”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에 따르면 와인과 푸드 페어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맛’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가 제안하는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과 푸드 페어링이다.

유기농법 중시하는 노스웨스트 지역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는 “노스웨스트 와인은 신세계 와인이지만 구세계의 경험이 반영된 와인으로 탁월한 균형감과 산도, 우아함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미국식 요리뿐 아니라 한식에도 잘 어울리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와인 양조도 그렇지만 포도 재배에서도 토양과 자연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트 지역은 제트 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캘리포니아보다 비가 많이 와서 기후가 서늘하다. 또 9월 수확기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과실이 잘 여물 수 있으며, 10월에는 서늘해져 과실 내부의 당도를 응축시켜준다.




▲ 윤 하 마스터소믈리에.


노스웨스트 사람들만의 유기농법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부르고뉴 지역에 대해 와인 관계자들은 ‘토양이 죽은 지 오래’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을 이용하지만 한번 저하된 토양은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이에 반해 퍼시픽 노스웨스트 지역은 이미 예전부터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오공법, 유기농법 등을 적용하고 있다.

●오리건 와인_ 소규모 가족경영 와이너리, 장인의 맛 즐기다
캘리포니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중간 맛을 즐기고 싶다면 단연 오리건 와인이 답이다. 현재 오리건 와인은 견고하게 성장 중이다. 와이너리의 52%는 에스테이트 팜으로 자신의 포도원에서 직접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제조한다. 이 때문에 연간 와인 생산량이 7000 박스 이하인 소규모 와인 생산자가 72%에 달한다.

오리건 와인은 155년 전인 1850년대에 최초의 와이너리가 설립됐지만 현대적 와인 양조의 시작은 1960년대에 들어서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 데이비드 레트(David Lett)라는 와인메이커로부터 오리건 피노누아가 시작된다. 현재 오리건 와인 양조는 가족경영 중심으로 장인정신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기 때문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워싱턴주 와인_ 리슬링ㆍ샤도네이 전체 생산량 42% 이상
워싱턴주 와인은 1981년 10개의 와이너리에서 시작해 2014년 900개로 증가했을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2014년 기준으로 22만7000톤으로 캘리포니아의 420만톤에 비하면 적은 생산량이지만 미국 와인 생산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윤하 마스터는 “워싱턴 와인은 고품질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와인의 다양성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대개 워싱턴 동쪽 지역 와인은 레드와인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최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와인은 리슬링, 그 다음이 샤도네이다.


“음식의 에센스를 알면 페어링의 품질이 높아진다”

“푸드 페어링에서 소믈리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음식의 이해입니다. 음식의 중심이 되는 맛의 에센스를 이해하면 좋은 페어링을 할 수 있지요.”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는 음식을 차에 비유한다면 엔진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좋은 페어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식에는 리슬링 와인이 가장 폭넓게 페어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윤하 마스터는 “최근 소비자들은 와인 테이스팅에는 까다로워졌지만 다양한 맛의 와인을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푸드 페어링을 통해 와인의 맛을 다르게 즐기는 트렌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하 마스터에 따르면 하나의 카나페가 한 개 이상의 와인과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와인이 밸런스를 잘 갖추고 있으면 그만큼 다양한 옵션이 생긴다는 것이 그 의 의견이다.


●6가지 노스웨스트 와인의 특징과 푸드 페어링

샤또 생 미셸 리슬링 2013(Chateau Ste. Michelle Riesling 2013)

그 자체를 리슬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하게 균형 잡혔다. 산도는 2.9pH이며, 100g당 잔당이 2.2g으로 미니멈 수준이다. 오프드라이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매치해도 좋다. 윤하 마스터는 채소나 과일을 메인으로 한 첫 코스에 배치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외에도 단백질 류로 간다면 갑각류, 새우, 게나 살짝 조리한 생선도 잘 어울린다. 레몬그라스와도 궁합이 좋다. 리슬링의 신선함을 살려줄 파슬리와 허브 등의 요리도 좋다. 윤하 마스터는 이번 행사에서 새우리코타치즈와사비와 페어링했다.


스톨러 던디 힐스 샤도네이 2014(Stoller Dundee Hills Chardonnay 2014)

오리건 샤도네이가 최근 뜨고 있다. 그동안은 오리건 피노누아, 피노그리가 유명했지만 오리건 샤도네이도 기억해야 한다. 오리건 샤도네이는 디종과 접붙인 디종클론으로 현재의 섬세하면서도 강하게 두드러지지 않는 과실향이 있는 샤도네이로 탄생했다.

또 뉴오크를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레스만 사용했기 때문에 과실 고유의 맛이 강조된다. 균형감이 좋으면서 깔끔하게 쏘아주는 맛이 특징이다. 산도의 밸런스가 좋아 사과와 배 등의 뉴트럴한 계열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복숭아나 망고, 레몬그라스는 당도가 많아서 샤도네이의 드라이함이 느껴지게 한다. 이번 행사에서 윤하 마스터는 만가닥버섯과 감자 카나페, 치즈올리브 크로켓을 페어링했다.


스톨러 던디 힐스 피노누아 2014(Stoller Dundee Hills Pinot Noir 2014) & 체할렘 리지크레스트 빈야드 피노누아 2013(Chehalem Ridgecrest Vineyard Pinot Noir 2013)

2014년은 2013년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했기 때문에 던디 힐스 와인의 과실향이 리지크레스트 와인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던디힐스는 스파이시함도 느껴지지만 강한 과실향도 느껴진다. 던디 힐스와 리지크레스트는 둘 다 피노누아 품종이어서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리지크레스트 와인은 색과 알코올을 빼서 와인이 드라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일향은 잠잠한 편이며 산도가 강하다. 꽃이나 허브의 아로마도 느껴진다. 피노누아는 묵직한 고기부터 가벼운 전체까지 다양한 음식에 어울리는데 윤하 마스터는 크랜베리 페타치즈 롤과 불갈비버거 등 단백질 요리와 페어링했다.


파워스 까베르네 소비뇽 2013(Powers Cabernet Sauvignon 2013) & 헤지스 패밀리 에스테이트 레드 마운틴 레드 블렌드 2011(Hedges Family Estate Red Mountain Red Blend 2011)

두 레드와인은 매우 섬세한 블렌딩이 눈에 띤다. 파워스는 까베르네 소비뇽 88%, 멜롯(Melrot) 4%,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4%, 시라(syrah) 2%, 말벡(Malbec) 2%를 블렌드했다. 12개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섬세한 블렌딩이 특징이다.

레드 마운틴 와인의 경우 까베르네 소비뇽 60%, 멜롯 26%, 시라 8%, 까베르네 프랑 4%, 말벡 2%를 헤지스 소유의 각기 다른 포도원 5곳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했다.

두 와인 모두 클래식한 보르도 블렌딩에 살짝 시라를 더했다. 나파밸리나 칠레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할 때 알코올이 그렇게 높지 않고 오크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과실이 강하지 않으며 감성적이고 섬세하다.


▲ 파워스 까베르네 소비뇽 2013과 페어를 이룬 아스파라거스 비프 롤.

윤하 마스터는 신세계 까베르네 소비뇽은 음식과 페어할 때 주로 묵직하게 고기로 가는데 이 와인은 다르게 매치하는 쪽으로 추천했다. 그는 아스파라거스 비프 롤과 페어링했다. 아스파라거스는 풋풋하고 떫고 쓴 맛이 올라와 보통 와인과 매칭을 안 하는데 두 와인 모두 섬세하면서도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어서 독특한 페어링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Yoon Ha Master Sommelier) >>>
윤하 마스터 소믈리에는 한국인이자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한 마스터 소믈리에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인 베누(Benu)의 와인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푸드앤와인(Food and Wine)’ 매거진의 ‘올해의 소믈리에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서 베스트 와인 서비스 부문 후보로 지명되는 등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영화 ‘솜(SOMM: Into the Bottle)’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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