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고 달콤한 맛의 풍미를 더욱 풍요롭게

농림축산식품부-aT-한국전통주진흥협회 공동기획

 

국산 농산물로 만든 과실주들이 테이블에 등장했다. 이 과실주들은 수입 와인과 달리 우리 땅에서 나는 다양한 과실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제품이다. 박찬일 셰프는 한식과 잘 들어맞는 맛의 궁합은 물론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한 범용성을 과실주의 장점으로 꼽았다. 산뜻하면서도 달콤한 과실주와 맛깔스러운 한식 안주의 조화를 소개한다.

 













뚜렷한 개성 가졌다

“서양에서는 포도 외의 작물로 만드는 과실주는 별로 없습니다. 사과로 술을 빚어 증류한 칼바도스(Calvados) 같은 술이 있긴 하지만 과실 자체를 숙성시켜 만들어낸 과실주는 와인 외에 찾아보기 힘들어요.”

박찬일 셰프의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포도를 제외한 작물은 표준화된 생산이 어렵다”는 게 설명이다. 박 셰프는 국산 포도로 만든 와인들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나라 거봉포도의 향은 생식하기에는 좋지만 숙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두나 복분자 등을 이용한 개성 있는 과실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수상작의 경우 포도로 만든 수상제품이 없다. 2014년 수상작들은 주로 국산 원료를 서양식 양조법으로 만들어 낸 와인 제품들이다. 원료는 물론 맛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강한 맛보다는 자연스럽게, 음식과 거부감 없이 어울리는 경향이 크다.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술

우리술품평회 수상 과실주들을 시음한 박 셰프의 평이다.

“모두 단 맛이 강하고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네요. 서양인들보다는 동양인들에게 적합한 술입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여성들이 좋아할 맛이네요.”

서양 음식에서는 디저트 외의 메뉴에 단맛을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오히려 “음식에서 짠맛과 쓴맛, 신맛을 강조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드라이하고 쌉쌀한 맛의 와인이 서양에서 많이 생산되는 배경이다. 상대적으로 단맛을 내는 술들은 식사에 곁들이기보다는 식후주로 많이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식은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짠맛은 물론 신맛, 단맛, 매운 맛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한식의 특징이다. 콩나물 무침이나 불고기 등의 한식 메뉴가 레드와인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복분자 와인이나 사과 와인 같은 과실주들은 한식과 부딪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 과실주는 입가심용이나 식전주, 반주 등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박 셰프의 평이다.

 

단맛의 활용가치, 의외로 높다

대체적으로 달콤한 맛을 지닌 과실주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박 셰프는 “발효 청이든 꿀이든 사람들은 단맛을 대체적으로 ‘맛있다’고 느낀다”며 “단맛을 내는 과실주의 활용가치는 생각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디저트를 만들 때 빵(시트)에 적셔 사용할 수도 있고 요리에 졸여 소스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고기 조직을 연하게 하는 데도 쓰일 수도 있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 가능하죠.”

마리아주를 위해 그는 바지락찜을 만들었다. 조리 과정에서 와인을 부어 비린내를 잡은 것은 물론 향과 맛을 더했다. 단맛에 신맛, 짭짤한 맛까지 모두 지닌 과실주의 특성에 맞게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보다는 탄산수와 얼음 등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 즐기길 권한다”고 제안했다. 얼음, 탄산수 등과 섞어서 시원하게 마시면 소박한 파티뿐만 아니라 화려한 연회장에서도 선보일 수 있는 고급 음료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주류 시장에서 술과 음식을 맞추는 페어링은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주 시장에서 술과 음식의 ‘운명적인 만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바이어는 박찬일 셰프와 함께 새로운 한식 레시피로 2014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수상작들과의 마리아주(mariage)를 제안한다.

 

박찬일 셰프는>>

우리 전통주부터 와인까지 폭넓게 취급하는 ‘무국적 선술집’인 <로칸타 몽로(夢路)>의 오너셰프다. <백년식당>, <뜨거운 한입>, <보통날의 파스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등 20여권의 저서를 냈고, 주요 일간지와 네이버 등에 각종 음식 칼럼을 연재하며 맛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요리학교와 로마 소믈리에 코스를 이수했고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그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수입 식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 그는 수입품 대신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자신의 요리에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을 써 강남 일대의 셰프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라꼼마, 트라토니아 논나, 뚜또베네 등의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지금은 자유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4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과실주 부문 수상제품

2014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의 과실주 부문 수상제품들은 깐깐한 재배환경에서 생산된 국산 과실을 활용한 제품들이 대거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다래와인스위트레귤러’를 만든 오름주가는 이 제품 외에도 다래를 활용한 여러 종류의 와인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또 와이너리 내 테이스팅 룸을 두고 소비자 시음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복분자음’의 배상면주가는 복분자음 외에도 산사춘, 아락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생산하는 업체다. 배상면주가는 전통주 생산은 물론 느린마을양조장&펍을 운영하며 자체 생산하는 술과 안주를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우수상을 수상한 ‘명작 복분자’의 국순당은 명작 시리즈 외에도 백세주, 예담, 국순당 막걸리 등을 생산한다. 또한 배상면주가와 같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대면 채널로 주점 ‘백세주마을’과 ‘우리술상’을 공격적으로 운영해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장려상을 수상한 김천의 ‘자두와인’은 김천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의 기술 개발로 만들어졌다. 김천에서는 전국 자두 생산량의 20% 이상이 생산된다. 이 자두를 활용해 자두젤리, 자두캔디 등의 가공식품과 자두비누, 자두 폼 클렌징 등 자두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대상_ 다래와인스위트레귤러

제조사: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경남 사천시 미룡길 31-20)

도수‧용량: 8도, 750㎖

경남 사천시에서 생산되는 참다래를 10개월 이상 발효, 숙성시켜 만들었다. 참다래 특유의 과일향은 물론 상큼함이 함께 어우러지는 와인이다. 저온발효와 저온숙성을 통해 화려한 부케(bouquet)를 창출했다. 황금빛의 외형과 함께 참다래의 달콤함, 유기산이 어우러진 감미로운 향, 산뜻한 풍미를 자랑한다. 8~10℃에서 마실 때 향과 맛의 조화가 가장 좋다. 떫은맛이 적어 마시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최우수상_ 복분자음

제조사: (농)배상면주가 고창LB(주) (전북 고창군 아산면 병암길 48)

도수‧용량: 12도, 375㎖

서해안 해풍을 맞고 자란 ‘고창 선운산 복분자’를 100% 사용한 과실주다. 인공향료, 방부제, 인공색소 등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따라서 진한 맛과 깊은 향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공식 건배주로 사용된 것은 물론 2015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 와인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해 품질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우수상_ 명작 복분자

제조사: 국순당 고창명주(주) (전북 고창군 심원면 선운대로 2197)

도수‧용량: 13도, 375㎖

전북 복분자 클러스터 지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엄선된 1등급 복분자와 효모균을 발효시켜 생산되고 있다. 숙성 기간을 거쳐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이루고 복분자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7~13℃에서 마실 때 최적의 맛을 낸다. ‘명작’ 시리즈로는 복분자 외에도 오미자, 상황버섯, 청매실, 오가자(오가피 열매) 등을 이용해 빚어낸 술들이 있다.

 

장려상_ 자두와인

제조사: 자두사랑(경북 김천시 삼락동 754 김천대학교 식품가공공장 내)

도수‧용량: 12도, 750㎖

경북 김천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품종의 자두를 선별하여 6개월 이상의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자두 특유의 신맛은 줄이고 단맛은 늘려 새콤달콤하면서 상쾌한 맛을 낸다. 김천대학교 생명과학기술개발원에서 개발했다. 자두 특유의 향과 색이 살아있고 자두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 recipe 제안






돼지 목살구이

과실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첫 번째 요리는 돼지 목살구이다. 돼지 목살을 그냥 굽는 것이 아니라 된장과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에 재운 뒤 은근한 불에 익혀내 훌륭한 일품요리로 만들어냈다. 포도나 복분자로 만든 레드 와인과 각별한 궁합을 자랑하면서도 한식 특유의 풍미가 살아난다.

 

1. 된장과 고추장, 다진마늘, 식용유로 양념장을 만든다.

2. (1)의 양념에 돼지 목살을 4시간 이상 재운다.

3. 중약불로 천천히 속까지 익혀낸다.

4. 곁들이는 샐러드는 액젓과 참기름, 다진마늘, 식초로 만든 드레싱에 야채를 넣고 가볍게 무쳐낸다.












바지락찜

과실주와 마리아주로 제안하는 두 번째 요리는 바지락찜이다. 바지락찜은 바지락을 센 불에서 술과 함께 단시간에 익혀낸 일품요리다. 기름과 마늘로 맛을 내며 와인을 부어 향을 더했다. 여기에 레몬을 넣어 상큼함을 부각시켰다. 이렇게 조리된 바지락찜은 드라이한 와인은 물론 달콤한 맛의 와인들과 의외의 궁합을 자랑한다.

 

1. 식용유를 두른 냄비에 센 불로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2. 향을 낸 기름에 해감해둔 바지락을 넣는다.

3. 바지락에 와인을 3~4큰술 끼얹는다.

4. 물 반컵을 넣고 3분 정도 뚜껑을 덮어 익힌다.

5. 레몬은 크게 썰어 즙이 많이 나오지 않게 하며 1분 정도만 넣고 익혀낸다.

 

요리_박찬일

사진_박창수

스타일링_이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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