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술, 막걸리를 띄우려면…

‘그’가 기억하는 막걸리는 따뜻하다. 서민적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싸고 배부르게 취하 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그가 유년 시절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담아 나르던 막걸리부터 농활에서 마시던 막걸리, 그리고 현대의 막걸리까지 막걸리는 변신을 거듭했다.

 ✽ 주류 시장에서 술과 음식을 맞추는 페어링은 자주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전 통주 시장에서 술과 음식의 ‘운명적인 만남’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더바이어는 박찬일 셰프와 함께 새로운 한식 레시피로 2014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수상작 들과의 마리아주(mariage)를 제안한다.  


박찬일 셰프는 >>>
서울 합정동에서 우리 전통주부터 와인까지 폭넓게 취급하는 ‘무국적 선술집’인 <로칸타 몽로(夢路)>의 오너셰프다. <백년식당>, <뜨거운 한입>, <보통날의 파스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 20여권의 저서를 냈고, 주요 일간지와 네이버 등에 각종 음식 칼럼을 연재하며 맛 칼럼니스트로도 인기가 높은 셰프다. 이탈리아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요리학교와 로마 소믈리에 코스를 이수했고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그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수입 식 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 그는 수입 식재료 대신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써 센세이션을 일으 켰고 자신의 요리에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을 써 강남 일대의 셰프들에게 하나의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라꼼마, 트라토니아 논나, 뚜또베네 등의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지금은 주점 몽로를 운영하고 있다.


막걸리는 땅의 술, 흙의 술

박찬일 셰프는 ‘막걸리’를 ‘땅의 술’로 표현한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 칼럼니스트로 꼽힘과 동시에 주점 ‘몽로(夢路)’의 오너셰프다. 50대에 접어든 그가 기억하는 막걸리는 땅의 술, 흙의 술이다.

“막걸리 하면 농활(농촌활동)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 들판에서 새참 삼아 먹던 맛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마시면 따뜻하고 배도 부르죠. 말하자면 막걸리는 ‘일하는 자의 술’입니다.”

그는 “농사일을 거들다가 그대로 들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는 도시인들이 절대 느낄 수 없는 맛”이라며 막걸리를 가장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클래식한 이 미지를 가진 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클래식한 술은 ‘단순하고 담백한’ 맛이 포인트다. 박 셰프는 “막걸리는, 술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술에 맞는 안주가 더해질 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막걸리 한 잔을 음미했다.

막걸리 맛은 하루의 삶 맛이고, 함께 한 사람 맛이기도 하다. 막걸리를 마실 때는 단순한 안주, 담백한 음식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이야깃거리는 단순한 주제로, 기왕이면 담백하게 나누기를 권한다. 무겁고 복잡하고 화려한 것들을 다 던져버리고 한 잔의 술과 한 젓가락의 안주에 몰입하자. 거기에 막걸리의 참맛이 있다.  


도시로 온 막걸리

막걸리는 세월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예전의 막걸리들은 값이 싼 술이었다. 막걸리 병도 너무 얇아 병을 감싸는 받침이 없으면 술을 붓는 중에 병이 찌그러지기도 할 정도였다.

1960~1970년대를 지나며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자 밀가루와 전분으로 만들어내는 막걸리들이 대거 등장했다. 여기에 탄화칼슘(카바이트)를 넣어 속성으로 발효시킨 ‘카바이트 막걸리’가 등장하며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도시로 온 막걸리이지만 막걸리는 여전히 ‘싼 술’의 이미지를 면치 못했다.


다시 돌아온 막걸리

또 한 시대가 지나며 막걸리 제조에 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품질이 향상됐다. 2000년대 들어 막걸리 붐이 일어났고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쏟아져 나오며 품질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막걸리 붐은 오래 가지 못하고 점차 꺼져가는 추세. 남아 있는 불씨를 살려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새롭게 변신한 막걸리들은 먼저 향이 코끝에 닿고 곡물 특유의 맛이 뒤를 받쳐 주며 복합적인 맛을 낸다. 박 셰프는 “이런 향과 맛은 서양에서도 충분히 어필 가능한 맛”이라며 변화된 맛에 맞는 메뉴를 제안한다.




2014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생막걸리 부문 수상제품

2014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생막걸리 부문 제품들은 맛의 품질뿐만 아니라 양조장 특유의 스토리가 있다.

대상을 수상한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 백련 생막걸리’는 3대째 대를 이어 내려오는 전통 있는 양조장이지만 현대적인 패키지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려 노력하는 곳이다. 서울 강남에 막걸리 전문 주점을 운영하며 자체적인 안주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한다.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젊은’ 양조장에서 자부하는 막걸리가 ‘하얀연꽃 백련 생막걸리’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동진주조의 ‘줄포 생막걸리’는 클래식한 맛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동진주조 또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신제품을 내놓는 저력 있는 양조장이다.

우수상을 수상한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는 프리미엄 막걸리로 소비자에게 어필, 시장에 안착했다. 서울 각지에서 운영 중인 ‘느린마을양조장’ 에서는 술집에서 직접 빚어낸 계절별 느린마을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장려상을 수상한 산들벗의 막걸리는 지역 특산물을 100%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방에서 약으로 사용되는 천마로 ‘천마이야기 막걸리’를 만들어 건강에 좋은 막걸리를 강조하고 있다.


대상_ 하얀연꽃 백련 생막걸리

하얀연꽃 백련 생막걸리
제조사 : 신평양조장
(충남 당진군 신평면 금천리 350-1)
도수·용량 : 7도, 500㎖

1933년 설립되어 3대를 이어오고 있는 신평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얀연꽃 백련 생막걸리는 사찰에서 전수되어 온 백련 곡차를 현대적으로 해석·복원해 막걸리에 적용했다. 원료에서도 차별화를 둬 당진에서 나는 해나루 쌀을 사용했다.
발효 과정에서 백련 잎을 첨가하며 술의 빛깔이 밝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것이 포인트. 맛 또한 산뜻하다. 신평양조장에서는 생막걸리 외에도 살균막걸리와 약주(백련 맑은술) 등도 함께 생산하고 있으며 ‘셰막’ 이라는 전통주 전문 주점도 운영 중이다.
 


최우수상_ 줄포 생막걸리

줄포 생막걸리
제조사 : 동진주조 
(전북 부안군 행안면 역리 1121-9)
도수·용량 : 6도, 750㎖

줄포 생막걸리는 동진주조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발효기술에 온도제어 시스템을 더해 저온 발효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만들어냈다. 쌀로 만들어낸 단맛은 물론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 특 징이다.
1977년 만들어진 동진주조에서는 막걸리 외에도 과실주, 약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동진주조에서 제조하는 ‘부안 참뽕막걸리’는 2013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수상_ 느린마을 막걸리

느린마을막걸리
제조사 : 배상면주가 
(경기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 432번길 25)
도수·용량 : 6도, 750㎖

국내산 쌀과 물, 누룩 3가지만으로 빚어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다. 달콤한 맛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온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효모가 만드는 계절별 4가지 맛이 특징이다. 봄에는 신선하고 달콤한 맛과 함께 가벼운 탄산이 느껴지고, 여름에는 상큼하고 적당한 탄산감이 난다. 가을에는 쌉쌀하고 강한 탄산감이, 겨울에는 알싸하고 묵직한 맛으로 어필하는 제품이다. 각지의 ‘느린마을 양조장’에서는 직접 빚어 판매하는 막걸리를 맛볼 수도 있다. 


 
장려상_ 천마이야기 막걸리

천마이야기 막걸리
제조사 : (농)산들벗(주) 
(전북 무주군 적상면 서창로 72)
도수·용량 : 6도, 750㎖

100% 무주산 천마와 쌀을 함께 발효하여 만든 막걸리다. 천마는 한방에서 혈액 순환과 두뇌활동개선, 두통 등에 효능이 있다는 원료다. 천마이야기 막걸리는 여기에 국산 쌀을 가미해 태어났다. 막걸리에 프랑스 샴페인 지방의 후 발효방식을 접목해 자연발생 탄산의 함량이 높아 청량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난다.
산들벗에서는 천마이야기 막걸리 외에도 우리쌀, 블루베리, 머루, 사과 등을 이용한 ‘이야기’시리즈 막걸리와 과실주, 와인 등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소금 돼지 등심 수육



박찬일 셰프가 생막걸리와 함께 제안하는 첫 번째 안주 레시피는 소금만을 사용해 만든 돼지 등심 수육이다. 수육을 만들 때 흔히 넣는 월계수잎이나 한약재 등을 넣지 않고 천일염만을 이용해 담백하고 가벼운 돼지 등심 본연의 맛을 살렸다. 얇을수록 입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얇게 썰어낸 게 특징이다. 담백한 맛 과 톡 쏘는 생막걸리와 대비돼 술맛의 흥취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

 1. 돼지고기 등심 부위를 천일염으로 만든 6%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2. 염지한 등심은 찔러서 피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소금물에 삶는다. 
    3. 얇게 슬라이스해서 접시에 담아낸다. 
    4. 곁들이는 재료는 새우젓을 비롯해 간장, 쌈장 등 자유롭게 준비한다. 
    5. 고추와 파 등의 재료는 취향에 따라 빼도 된다.



해물파전



박찬일 셰프가 제안하는 두 번째 마리아주는 ‘해물파전’이다. 막걸리와 파전, 이들의 인기는 언제부터일까. 파전과 막걸리 안의 전분이 혈당을 높여 기분을 좋게 한다는 의학적 주장 등 여러 설이 분분하다.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를 사양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범한 안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해물파전은 기름 맛이나 해물 맛 대신 ‘파’의 단맛이 중심이다. 계란을 사용하지 않은 가벼운 맛의 반죽에 쪽파를 듬뿍 사용해 진액이 만들어내는 단맛의 조화를 추구한다.
 1. 파와 물풀(반죽)을 8:2로 사용한다. 
    2. 물풀은 계란 대신 밀가루만을 사용한다.  
    3. 팬에 오징어, 홍합살, 새우 등의 해물을 넣고 노릇할 정도까지 지져낸다.
 4. 파의 단맛과 바삭한 식감을 막걸리와 즐긴다.


요리_박찬일 사진_박창수 스타일링_이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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