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기업 육성·가공용 규격화·맞춤 공급시스템’ 필요하다

국내 가공식품 시장은 7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수입산 원재료를 포함하지 않은 국내산 중간재 이용률은 55% 수준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서울대학교 식품정보분석고도화사업단 주최로 열린 2015식품산업전망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데이터다. 식품제조업에서 국내산 식재료를 높여야 하는 이유, 그 가능성과 전망.


▲지난 5월 양재동 하나로클럽에서 진행된 6차산업우수제품 판촉전 현장.

국산 원료 활용한 가공식품은 ‘산지-소비지’ 동시 혜택

가공두부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전체 두부시장의 32%(8000억원)를 가공두부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가공두부 시장은 70억원 규모로 일반두부 4000억여원에 비해 1.8%에 불과하다. 유희선 풀무원 푸드머스 사업부장이 지난 5월 21일 식품산업전망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다. 유 부장은 올해 수입콩을 원료로 한 두부시장 규모를 1975억원으로 예상하고 점유율 역시 2010년 35%에서 49%로 큰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산 콩두부 시장규모는 2010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유기농 두부도 국산에 비해 수입산 두부가 3배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어 국산원료를 사용한 두부시장 확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해외에서는 소시지와 스프레드 두부, 유바, 버거 햄 패티 두부, 스테이크 두부 등이 개발돼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가공식품 개발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푸드머스는 이를 위해 디저트, 비건(Vegan) 및 육류대체식품, 식사대용, 간식류 등의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식품산업정보 고도화를 통해 국산 식재료가 식품제조에 다양하게 쓰이면 농업계 기여도도 커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팀은 ‘식품제조업체 특성과 국산원료 사용의 연관관계’를 발표했는데 “국내 식품기업들의 가공원료 사용을 디테일하게 분석해 농업 생산계획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식품제조업이 농업과 연계기능이 강화돼야 성장산업인 식품도, 후방산업인 농업도 동반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식품제조사별 기본 현황을 바탕으로 원재료 소비규모와 형태, 국산-수입산 원재료 이용행태, 원재료 조달행태를 분석했다. 다음은 그 주요내용으로 농업과 식품제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일본의 가공두부 시장비교(2015년 추정)











식품제조업체 사업기간이 짧을수록 국산원료 사용량이 많았다.

최근 설립된 신생기업의 국산원료 사용여건과 의지가 높다는 근거다. 또 농업계의 생산 시스템이 과거보다 개선돼 국산원료 사용이 용이해졌고, 정부의 국산원료 사용 확대 노력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매출액이 작은 기업일수록 국산원료 사용이 많았다.

한마디로 식품대기업들은 수입산을, 소규모 업체들은 국산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농촌지역의 소규모 식품가공업체들의 경우, 원료 구매량이 적기 때문에 수입원료를 사용하는 데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배경이다. 또 거대자본이 투자된 장치산업(제당, 제분 등)의 국산원료 사용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개인기업보다 농협과 영농조합법인 등 법인사업체들의 국산원료 사용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 6차산업 붐이 일면서 농협과 영농조합법인 등 산지 조직화 법인들의 가공식품 개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들의 국산 원료 조달능력이 개인기업보다 우세한 것도 배경이다.

국산 원료와 수입산 원료, 적용대상이 다르다

김 교수팀은 그밖에 원재료의 사용처에 따른 우위업종, 국내산과 수입산 사용의 우위품목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국산원료 사용 우위업종 : 기타과실, 채소 가공 및 저장처리업, 과실 채소 절임식품 제조업, 건강보조용 액화식품 제조업, 인삼식품 제조업, 수산식품가공 및 저장처리업, 기타 액상시유 및 낙농제품 제조업

 ◆수입산 사용 우위 업종 : 전분제품 및 당류 제조업, 커피 가공업, 빵류 제조업, 제과용 혼합분말 및 반죽 제조업면류, 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 두부 및 유사식품 제조업, 코코아 및 과자류 제조업

국산 우위 원재료 : 김(원초 및 마른김), 배추, 인삼류

수입산 우위 원재료 : 당류, 소맥(분), 원료커피, 전분류, 주정

원재료 구매의 결정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품질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에는 국산 사용량이 증가했고 가공용 규격의 적합성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에는 수입산 사용량이 증가했다. 즉, 원재료의 식품안전성은 국산이 높지만 가공용 규격화에 약점이 있다는 의미다.

인증 원재료 사용 여부를 보면, 국산 인증 원재료 사용에 부정적 기류가 나타났다. GAP인증, 유기농/친환경 인증, 지리적표시제 인증 원재료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으로 판단되는데, 특이한 것은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 수입산 원료는 사용량이 높게 나타난 점이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홈쇼핑 판매 상품의 경우 국산 원재료 사용률이 높아졌다는 것도 시사점이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백화점 공급상품들은 수입산 원재료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훈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산 원료 사용을 중시하는 업체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지역에 분포돼 있는 소규모 식품가공업체, 신생기업들의 국산원료 사용촉진 정책 등을 주문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때 업종별 차이를 고려하고 투입 원재료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원료 구매 결정 요인인 ‘안전성’과 ‘규격화’ 그리고 국산 원료의 강점을 제고하기 위한 인증제도 운용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 매출액 기준 주요 판매처 비중 (단위 : %)

구분

어육가공품

두부류 및 묵류

식육 또는

알가공품류

음료류

조미식품류

1순위

대형유통업체(23.6)

대형유통업체(26.6)

대형유통업체(23.6)

대형유통업체(27.2)

소형유통업체(52.4)

제조업체

(41.6)

2순위

대리점

(19.9)

제조업체

(20.4)

직판

(17.7)

직판

(20.4)

대형유통업체(18.1)

대형유통업체(16.6)

 

◆ 가공식품 제품군별 국산화율 분석(단위 : %)

연도

2012

2013

구분

중량기준

금액기준

Fisher방식

중량기준

금액기준

Fisher방식

45.1

63.7

43.6

52.8

71.5

50.1

어육가공품

28.8

36.4

34.1

6.4

6.8

5.0

두부 및 묵류

19.6

50.1

20.6

25.9

53.4

26.9

식육가공품

69.3

69.5

68.7

71.8

71.1

66.0

음료류

58.6

55.0

50.5

42.3

45.0

40.8

조미식품류

44.5

64.8

55.2

45.4

63.9

55.9

 

◆ 원재료 주요 조달 경로 (단위 : %)

구분

어육가공품

두부 및 묵류

식육 또는

알가공품

음료류

조미식품

물오징어

대두

돼지고기

과당류

건고추

원재료 조달 경로

(국산)

중간도매

/ 벤더업체

(29.8)

중간도매

/ 벤더업체

(92.9)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49.4)

산지조달

(41.9)

원재료

제조업체

(59.7)

산지 조달

(64.8)

원재료 조달 경로

(수입)

기타

(78.0)

중간도매

/ 벤더업체

(97.2)

중간도매

/ 벤더업체

(37.3)

중간도매

/ 벤더업체

(47.1)

중간도매

/ 벤더업체

(92.3)

직수입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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