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경쟁력 높이는 ‘조리법 콜라보레이션’

‘국내산 특산물을 프랑스 레시피로 요리해 일본의 주점에서 팔 수 있다.’ 발상전환을 통해서 색다른 식재료와 메뉴를 개발해 외식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이 스타 셰프들을 통해 나왔다. 지난 4월 15일 aT센터 세계로룸에서 ‘식재의 트렌드를 통해 본 외식산업 미래 경영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5인의 스타 셰프가 제안한 조리법의 공통점은 콜라보레이션이다.

숨은 식재료를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조리법으로 결합

셰프들이 선보이는 메뉴와 외식전략의 특징은 기존 요리에 대한 틀을 깨는 것이다.

박찬일 몽로 셰프, 강민구 밍글스 오너셰프, 김은희 더 그린테이블 오너셰프, 류태환 류니끄 대표, 진경수 라 싸브어 오너셰프 등 5인이 색다른 콘셉트의 메뉴 전략을 선보였다. 5인의 스타 셰프는 최근 지속적인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 관계자와 참관객을 위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국내 식재료를 활용한 미래의 먹을거리 트렌드를 제시했다.

박찬일 셰프_ 메뉴에는 경계가 없다
박찬일 몽로 셰프는 고기의 에이징(aging, 숙성)과 수비드(Sous Vide, 저온조리)를 통해 재료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쇠고기의 우둔, 양지, 목심은 숙성을 통해서 스테이크로 변화 가능한 부위다. 또한 저온요리를 하면 비선호 부위의 가식부위가 확대된다.

박 셰프는 “메뉴에는 경계가 없다”며 “돼지 부속물인 간, 허파, 귀도 조리 방식에 따라서 고급 안주 요리로 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식 조리법을 활용한 간 요리를 이자카야와 같은 일본 선술집에 내놓아도 좋은 안주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식 조리법은 서양레스토랑에서만 쓰인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다양한 세계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싸게 파는 식재료인 소와 양을 활용해 서양식 전통 조리법으로 트리파(소의 내장과 채소로 만드는 포르투갈의 전통음식)를 만들어 볶음을 탕으로 조리해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강민구 셰프_ 다른 것들의 풍미 살리는 섞임의 미학
강민구 밍글스 오너셰프가 내놓은 노부 스칼롭 트라디토(Nobu Scallop tradito)는 얇은 관자에 고수와, 올리브를 활용한 것으로 일본, 페루, 이탈리아, 프랑스의 요리방식을 융합한 것이다. 그는 요리방식의 콜라보를 통해서 색다른 미각을 제시한다. 밍글(mingle)은 ‘서로 다른 것끼리 조화롭게 어우르다’는 의미로 밍글스는 한국의 장, 발효초, 다양한 허브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한식을 기본으로 한 아시안 창작요리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동서양 콜라보레이션은 서로의 풍미를 살리는 맛을 조합해 섞임의 미학을 완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장과 버터, 간장과 크림, 된장과 초콜릿을 결합한다. 콜라보레이션의 묘미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익숙함 안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고기의 맛을 부드럽게 하는 마리네이드를 갈비양념에 곁들여 맛을 낸 양갈비, 프랑스의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우리의 황매실주에 재우는 듯 익숙함과 신선함의 조합이다.

김은희 셰프_ 제철 재료로 이야기를 담은 프렌치 요리를…
김은희 셰프는 한국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모토로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다. 국내의 계절별 농축수산물을 활용해 프렌치 코스요리를 구성한 것이다. 코스요리는 어뮤즈, 애피타이저, 파스타, 메인요리, 디저트, 음료의 순서로 구성된다. 손님에게 처음으로 내놓는 어뮤즈 부쉐(Amuse Bouche)는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봄의 어뮤즈로 시작해 아버지가 길러주신 돼지감자 수프, 고구마와 단호박으로 만든 콤포트(과일과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 후식), 우엉을 넣은 리조또 볼, 제주 시트러스 청을 넣은 드레싱에 버무린 도라지와 세발나무 무침을 차례대로 내놓는 것이다. 계절 느낌이 나는 메뉴로 봄의 채소 비빔 파스타, 여름의 와인 빙수, 가을의 바다새우와 사과, 겨울의 해초류 애피타이저 등이다. ‘가을 바다새우와 사과’는, 아버지의 밭에서 난 고구마 뇨끼(이탈리아의 버터와 치즈에 버무린 수제비)를 곁들인 농어, 로즈마리향을 입힌 가평산 사과 퓨레, 부산 바다에서 온 바다새우, 버섯 콩피와 허브 오일 등 모두 제철 식재료와 계절느낌을 담은 메뉴다. 김은희 셰프는 제철 식재료의 향기를 담기 위해서 10평 정도 되는 옥상에 봄부터 가을까지 작은 텃밭을 가꿔 직접 메뉴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류태환 셰프_ 사람처럼, 음식에 주사를 놓고 마사지한다
류태환 류니끄 오너셰프는 혜전대학 호텔조리학과 외래교수이며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Norwegian Seafood Council)의 자문위원이다. 류니끄는 아시아 최고 50개 레스토랑 중 27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류태환 셰프는 사람이 아플 때 치유의 목적으로 주사를 놓듯 식재료에도 주사를 놓는다. 메추리 가슴살에 올리브유 주사를 놓고 고루 퍼지도록 마사지한다. 그리고 이 요리를 먹는 이들에게 기쁨이 가득하도록 정성스레 염원한다. 이렇게 스토리가 담긴 메추라기(The Quail)요리가 류니끄의 상징적인 메뉴이다. 또 홍어삼합에서 영감을 받은 포크밸리 앤 스케이트윙,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어뮤즈 부쉐, 푸아그라 크림과 공갈빵 등이 대표적인 요리이다.

진경수 셰프_ 쌀은 무한변신이 가능한 식재료
진경수 라 싸브어 셰프는 ‘비빔밥’이 다양한 식재료를 조합하는 것에 착안해 주식으로서가 아닌 부식으로서의 쌀 조리법에 접근했다. 이를 통해서 15곡 필라프, 토마토한우 스튜와 애호박 필라프를 개발했다. 필라프(pilaff)와 같이 쌀을 기름에 볶아 육수와 채소, 고기, 해산물 등을 넣은 쌀요리. 또 쌀요리를 활용한 늙은 호박 리조또와 와일드 라이스 귀리 리조또, 송로버섯 리조또, 보리쌀 해물 수프, 쌀가루(떡) 샐러드 등이 있다.

진 셰프는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편의점의 프레시 푸드(Fresh Food, FF) 김밥, 삼각김밥, 도시락, 햇반과 가정 간편식(HMR)의 쌀의 활용에도 주목했다. 일본은 쌀 소비 감소로 식량자급률 하락에 대한 대안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소비량의 10%를 국내산 쌀가루로 대체하는 R10프로젝트(Rice Flour 10% Project)를 통해 쌀 소비를 늘리고 있다.

진경수 셰프는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를 수석 졸업한 대한민국 프렌치 셰프 1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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