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아시안 푸드 인기, 한국식품에도 호재”

뉴질랜드에게 한국이란, 6번째로 큰 수출국이자 8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그만큼 비중 있는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뉴질랜드에게도 희소식이다. 사이먼 월쉬(Simon Walsh)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회장이 밝힌 양국 식품시장의 윈윈 전략.

 

◀ 사이먼 윌쉬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회장.

사이먼 월쉬 회장은 2008년 ‘티위 트레이드(Tiwi trade)’를 공동 설립했다. 2007년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식음료 시장의 빠른 성장을 예견한 것이다. 티위 트레이드는 뉴질랜드와 호주로부터 다양한 식음료 제품을 국내로 수입해 유통·판매하고 있다. 취급하는 주요 품목은 와인, 시럽, 시리얼, 스낵, 아몬드, 우유, 소다, 주류, 과일함유 가공식품 등이다.

“8년을 한국에서 살았어요. 뉴질랜드와 한국이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그럴 때마다 항상 말해요. 한국과 똑같다고요. 뉴질랜드 사람들도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와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니까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월쉬 회장은 올해 1월부터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를 이끌게 됐다. 2014년 11월 한·뉴질랜드 FTA가 체결되면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그는 “양국 간의 경제 협력 확대를 목표로 일하고 있다”며 “상공회의소 회원의 한국 진출뿐 아니라 한국기업의 뉴질랜드 진출을 위한 도움을 주는 역할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꺼이 양국의 비즈니스 혁신에 일조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티위 트레이드를 통해 국제 식품 교류를 이끌었던 노하우는 자신감의 밑바탕이다.

 

라이프스타일 반영한 ‘노출’에 초점

월쉬 회장이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의 수장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노출’이다. 양국의 상품을 서로의 나라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한국식품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수준이다. 정제유,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생산하는 한국기업들만 자주 눈에 띌 뿐이다. 뉴질랜드 소비자들이 국산 로컬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해결과제다. 반면 뉴질랜드의 식품은 유제품, 육류 등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제품은 청정 이미지를 내세워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최근 3년 간 한국과 뉴질랜드의 교역 내용을 보면 한국이 뉴질랜드로 수출한 주요 품목에는 식품이 없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이 뉴질랜드로 수출한 주요 제품은 정제유(40%), 자동차(19%), 기계(7%) 등이다. 반면 뉴질랜드가 한국으로 수출한 품목은 주로 금속, 유기화학물질인데 식품 중에서는 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육류 및 관련 식품(11%), 수산물 및 기타 식품(8%) 순으로 나타났다.

월쉬 회장은 “뉴질랜드 소비자들은 로컬푸드를 선호하지만 지속적으로 상품을 노출한다면 크게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뉴질랜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했는데 핵심은 지속적인 노출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럭비, 크리켓 등의 스포츠에 매우 열광한다. 한국의 전자기업이 경기를 후원하면서 노출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덧붙이며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가 한국기업들의 시장 조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식품산업 25%, 외국기업이 차지

뉴질랜드의 온라인 시장 발달도 한국에게는 기회 요소다. 정보 공유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아시안 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한국의 식품들도 뉴질랜드 슈퍼마켓에서 노출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의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에도 뉴질랜드와의 FTA가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철폐 효과로 수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기계·전자의 관세가 3년 내에 철폐되기 때문에 농기계, 농부자재, 식품 가공 및 포장기계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뉴질랜드 시장 진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품의 경우에는 뉴질랜드 내 외국계 기업들의 행보가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크래프트, 하인즈, 코카콜라, 펩시, 유니레버, 네슬레, 아사히 등 주요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뉴질랜드 전체 식품산업 매출 중 25%가 이들 외국계 회사들의 차지다. 이에 뉴질랜드는 글로벌 식품기업들에게 최근 각광받는 해외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제품의 경우 뉴질랜드가 낙농선진국인 만큼 기술 공유로 인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색깔 = 가격보다 품질과 안전성

한국 시장으로 뉴질랜드 상품 공급도 활발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제품을 비롯해 소고기, 양고기, 키위, 단호박, 수산물 등은 주력 상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청정 국가’ 이미지가 확고한 만큼 품질, 안전성 등에 대한 신뢰는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또 생산·유통관리체계 강화에 따르는 투자비용 역시 제품가격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뉴질랜드 식품은 세계적인 품질,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가격 만족까지 충족시키는 어렵습니다. 다만 프리미엄 가격대를 유지하는 대신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겠죠. 가격을 내리기 보다는 품질 강화가 뉴질랜드 식품만의 색깔입니다.”

특히 와인에 대한 기대가 높다. 뉴질랜드 와인은 한‧뉴질랜드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인데다 품질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월쉬 회장은 “한·칠레FTA 이후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칠레와인이 대세로 떠오른 적이 있다”며 “최근 경기 침체 방안에 따라 식당에서 품질 좋고 값싼 뉴질랜드 와인, 맥주 등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사이먼 월쉬(Simon Walsh)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회장은>>

매시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인사관리(HR) 학위를 취득하고 식품 연구 분야에 종사했다. 뉴질랜드 정부연구소인 ‘크롭앤푸드리서치(Crop & Food Research)’와 함께 다수의 식품분야 연구 보고를 완수했으며 감자, 고구마, 포도 생산을 집중 연구하는 프로젝트들에 참여했다. 특히 와인 산업에 대한 그의 폭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2008년 티위 트레이드(Tiwi trade)를 설립하고 와인을 주요 수입 품목의 하나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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