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다품목 수제맥주, 젊은층 열광

라거 일변도의 국내 맥주시장에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수입맥주와 다양한 맛을 최대 강점으로 하는 수제맥주가 시장 트렌드를 양분하고 있는 상황. 이는 젊은 층의 소비 기호 변화가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맥주시장의 두 가지 큰 흐름.

 

수입맥주 인기… FTA 효과와 별개, 다양성의 힘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1~8월 상반기에만 7292만 달러의 맥주가 수입됐다. 2013년 같은 기간 보다 21.8% 늘어난 규모다. 수입맥주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며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수입액은 지난해의 8967만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맥주의 강세는 자유무역협정(FTA) 관세인하 효과와 별개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즉 정치적인 영향보다는 브랜드 선호도나 맛의 다양성 추구 등 ‘소비자 기호’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주류업계가 지난해부터 에일맥주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것 역시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대목이다. 기존 국내 맥주시장을 선도해오던 라거맥주에서 벗어나 품목 다양화를 시도한 것이다.

 

수제맥주 부상… 다양한 맛에 로컬·웰빙 트렌드 담아 선전

맥주시장의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수제맥주’의 성장이다. 수제맥주는 대형 양조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과 달리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 생산하는 수제 로컬 맥주로 ‘크래프트 비어’라고도 불린다. 올 4월 주세법이 바뀌면서 수제맥주의 외부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급성장 중이다. 커피, 오렌지 등 여러 가지 향을 가미해 맛의 종류가 다양하고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맥주 소비의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류업계는 ‘소량 다품목’을 내세운 수제맥주가 로컬푸드, 유기농 신선식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로컬, 웰빙’ 등의 최신 식품트렌드와도 잘 맞아 그 인기가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펍(PUB)을 오픈해 에일맥주를 주종으로 하는 수제맥주를 선보일 방침이다. 라거맥주 일색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대기업의 등장에 기존 주류업계는 이를 경계하면서도 품목의 다양화 등 시장 성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또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양조장들의 생산·마케팅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어 향후 국내 맥주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명확해 보인다.

 

plus_신생 수제맥주 양조장 ‘더 핸드 앤 몰트 브루잉 컴퍼니’

스테인리스로 짓고 최고급 맥아 사용하는 수제맥주 출시

 

수제맥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소규모 양조장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올 4월 경기도 남양주에 설립된 ‘더 핸드 앤 몰트 브루잉 컴퍼니’ 역시 수제맥주를 내세워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양조장의 시스템은 20여년 간 세계 수십여 양조장들의 설비를 담당한 필립 켈름(Phillip Kelm)이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일 2500ℓ 생산, 맥아는 1.5배 비싼 영국산

더 핸드 앤 몰트는 배관부터 스팀 시스템, 전기 및 목공 설비까지 양조장의 핵심요소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고급 맥주’를 표방하는 만큼 물, 공기, 식히는 과정, 스팀 시스템 등도 모두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 스틸만을 사용했다.

1일 완제품 생산량은 2500ℓ. 발효탱크 용량은 3만ℓ로 국내 소규모 양조장으로 분류된 곳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메인 재료인 맥아와 효모도 고급화를 시도했다. 맥아는 한국에 없는 맥아를 사용하는데 영국에서 공수한다. 일반 맥아 대비 1.5배 더 비싼 고급 원료다. 또한 효모는 건조(dry) 방식보다 5배 비싼 액체(liquid) 효모 방식을 적용, 맥주의 풍미를 높였다.

도정환 더 핸드 앤 몰트 브루잉 컴퍼니 대표는 “2000년 한국에 수제맥주 붐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3년 만에 유행이 지나갔다”며 “올 4월부터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 외부 반출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고, 이는 다양한 맥주 맛을 찾는 소비자 증가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맥주의 고장 유럽의 맥아와 홉, 액체효모와 같이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제대로 된 전통맥주를 선보일 것”이라며 “수제맥주의 대중화가 우선이고 그 다음은 캔을 통한 유통·판매”라고 덧붙였다.

더 핸드 앤 몰트는 최근 수제맥주 3종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다음은 제품의 특징.

 

1. 더 핸드 앤 몰트 엑스트라 스페셜 에일(The Hand and Malt Extra Special Ale)

영국 스타일 에일 맥주로 가장 상위급 맥아인 ‘마리스 오토 맥아(Maris Otter Malt)’와

액상 효모를 사용해 깊은 맥아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고 고소한 맛과 섬세한 홉의 향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5.7%.

 











2. 더 핸드 앤 몰트 모카 스타우트(The Hand and Malt Mocha Stout)

풍부한 맥아와 커피 향, 거품 크림을 가진 우유 같은 흑맥주다. 모카 맛이 나는 맥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커피와 초콜릿 향이 나며 부드러운 바디감과 깔끔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5.0%.

 











3. 더 핸드 앤 몰트 블랑채 대 화도(The Hand and Malt Blanche De Hwado)

벨기에 스타일의 밀맥주로 솜털 거품과 상큼하고 짜릿한 맛이 난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시트러스(citrus), 고수, 오렌지 등의 맛과 향이 강하게 남는 피니시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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