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실주의 부활을 꿈꾸다

와인은 2010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1만~2만원 대 저가와인이 대거 수입되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과실주 시장을 잠식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주류바이어는 “2000년대 초반 첫 와인시장 성장을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고급와인이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집에서 마시는 저렴한 상품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응하는 2013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과실주부문 수상 브랜드 4곳의 전략을 살펴봤다.

 

* 과실주 부문 시상내역

대상

샤또미소로제스위트

도란원

충청북도 영동군 매곡면 유전장척길 143

최우수상

추사애플와인

(농)예산사과와인(주)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대천리 501

우수상

머루이야기

(농)산들벗(주)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 서창로 72

장려상

천지향복분자술

함평천지복분자(영)

전라남도 함평군 신광면 신광중앙길 146-54

 

 

 

대상>> 도란원 ‘샤또미소로제스위트’

캠벨로 만든 전천후 와인

 

제조철학_ 술은 살아있는 유기물

상품특징_ 은은한 색감

맛초점_ 상큼하고 새콤달콤한 풍미

소비타깃_ 젊은 여성

마케팅방향_ 충성고객 확보

 

2013년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 대상은 도란원의 ‘샤또미소로제스위트’가 차지했다. 국내산 포도를 활용해 만든 이 술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중간의 색감을 나타낸다. 안남락 도란원 대표는 “캠벨을 활용해서도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떤 음식과도 어울린다

샤또미소로제스위트는 메인요리가 축산물인지 수산물인지 구분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다. 레드와인에는 육류가 어울리고 수산물에는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는 인식에서 자유롭다. 안남락 대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가금류를 활용한 것”이라면서도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처럼 요리의 재료에 따라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중간의 은은한 색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착즙 후 발효시키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적포도를 파쇄하고 1차 발효 후 착즙하기 때문에 포도껍질의 적색이 더 진하게 나타난다.

안 대표는 “샤또미소로제스위트는 화이트와인과 비슷한 과정으로 제조된다”며 “다른 점은 착즙할 때 적색을 내는 포도껍질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콤달콤한 맛이 샤또미소로제스위트의 특징이다. 캠벨은 서양 와인산지의 포도품종보다 당도가 낮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와인을 만들면 산미가 매우 강하다. 여기에 달콤한 맛을 가미하기 위해 약간의 과당을 함유했다. 안 대표는 “캠벨의 당도는 15브릭스 정도이지만 유명 와인산지의 포도품종의 당도는 약 22브릭스”라며 “낮은 당도로 인한 강한 산미가 풍부한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열등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

◀ 안남락 도란원 대표.

안 대표는 한국산 와인도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수입 와인이 우월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국산와인의 맛을 열등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맛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또미소로제스위트로 와인을 처음 접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제품의 타깃으로 설정했던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 재구매율이 높은 충성고객군이 형성되고 있다”며 “국산 와인이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도란원은 한국형 와인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대표적 시도가 대나무통을 활용한 숙성이다. 가격이 비싼 오크통의 대안으로 찾은 것이 대나무인데 죽향이 도란원에서 만드는 레드와인의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안 대표는 “50년 후를 바라보고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당장 국산와인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 세대 이후를 바라보고 술을 만드는 안 대표의 의지가 한국 과실주 산업의 한 줄기 희망이다.

 

*샤또미소로제스위트는

영동포도를 착즙한 순수 과즙만을 3년 간 발효시켰다. 은은한 색감과 향에 상큼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을 더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12도라는 알코올 도수도 풍부한 맛으로 인해 부드럽게 느껴진다. 가격은 375㎖ 1병에 2만원.

 





최우수상>> 예산사과와인 ‘추사애플와인’

길게 보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제조철학_ 천천히 멀리 간다

상품특징_ 저온 발효 후 숙성

맛초점_ 풍부한 사과풍미

소비타깃_ 지역민 및 지역방문 관광객

마케팅방향_ 지역 특산품으로 강조

 

예산사과와인의 ‘추사애플와인’은 2011년부터 꾸준히 우리술품평회 과실주 부문 수상을 놓치지 않았다. 2012년 대상에 이어 2013년에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술은 과실주 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올해도 지난해보다 10% 정도의 매출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예산 사과로 특화… 제품라인업 다변화

꾸준한 수상의 비결은 역시 상품력이다. 물을 비롯한 첨가물 없이 사과만을 이용해서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의 힘도 더해진다. 유명 사과산지인 예산에서 생산된 사과만 사용했기 때문에 풍부한 사과풍미가 일품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상품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형유통라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규모를 갖출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사장은 “당장의 매출 때문에 함부로 레버리지를 이용했다 시장 상황이 변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천천히 멀리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매출 성장을 위해 예산사과와인이 선택한 전략은 제품라인업 다변화다. 아이스와인인 추사애플와인 하나만 있던 제품군을 드라이와인, 브랜디, 블루베리와인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급한 성장을 경계하는 것이지 성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올해 제품 라인업 구축이 완료되면 20%정도의 매출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 과실주 시장은 위축됐지만 추사애플와인의 매출은 성장했다. 하지만 정제민 부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이라며 “매출이 50% 하락한 과실주 업체는 선방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좋은 술로 제값 받고 승부

◀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사장.

정 부사장은 한국 과실주 시장이 무너진 이유를 성장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엽적으로는 외국산 저가 와인의 공세, 식문화의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상품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품력 붕괴의 책임은 제조업자, 유통업자 모두에게 있다. 정 부사장은 “우리에게도 출고가 3000원 수준의 술을 만들면 몇십 만병을 팔아주겠다고 제안하는 유통업자가 있었다”며 “당장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를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추사애플와인의 출고가는 1만2800원이다.

문제는 이런 유통업자들에게 호응하는 과실주 제조업체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 부사장은 “식당에서 복분자주 1병을 보통 1만원을 받는데 유통업자 중간마진 등을 고려하면 출고가는 2000~3000원 수준일 것”이라며 “어떻게 좋은 술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예산사과와인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전략을 수립한 이유도 중간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 지역 내 리조트에서 노점형태로 판매하던 추사애플와인은 올해 매장을 오픈했다. 또 예산사과와인 자체도 체험학습장과 숙박시설을 갖춘 6차 산업의 현장이다. 느리지만 멀리 가겠다는 예산사과와인의 성장의 끝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추사애플와인은

예산에서 생산되는 사과만을 사용해 제조한 술로 아이스와인 타입이다. 사과를 한 달 간 저온발효한 후 15도 온도에서 1년의 숙성기간을 갖는다. 제조과정에 물이나 주정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것이 강점. 알코올도수는 12도로 375㎖ 소비자가격은 2만원이다.

 

 

우수상>> 산들벗 ‘머루이야기’

어디에 섞어도 좋은 술

 

제조철학_ 과실주 승부처는 원재료

상품특징_ 머루와 블루베리 블랜딩

맛초점_ 달콤하고 깊은 맛

소비타깃_ 30~40대 전업주부

마케팅방향_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

 

농업회사법인 산들벗 주식회사의 과실주 ‘머루이야기’는 술 시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만들었다. 때문에 국산 과실주의 현주소를 인정하고 우선 다양한 상품군의 보완재로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역시 와인이다.

 

음식재료 활용많은 전업주부 겨냥

머루이야기의 타깃은 모디슈머인 30~40대의 젊은 전업주부다. 모디슈머란 상품을 구매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활용법을 찾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섞는 술’로 시장에 포지셔닝한다는 계획이다.

안승배 산들벗 연구실장은 “머루와 블루베리에서 나오는 달콤하고 깊은 맛과 향은 마시는 술로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면서도 “칵테일과 음식재료로 활용법을 실험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전업주부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산들벗은 제품이 보완재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칵테일과 요리 등 다양한 머루이야기 활용 레시피를 만들어 마케팅할 계획이다.

머루이야기는 ‘섞는 술’이기 이전에 이미 ‘섞인 술’이다. 머루에 블루베리의 블랜딩은 궁합이 잘 맞는다. 안승배 연구실장은 “머루를 활용해 깊은 맛은 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향이 부족하고 색감이 옅다”며 “이를 블루베리로 보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베리에서 나오는 색감과 질감이 우수해 저도주 칵테일로 가능성이 열려있다.

 




술 전용 과실 품종 개발 필요

안 연구실장은 한국 과실주 시장 성장의 전제는 술을 만들기 위한 과실생산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과실주 제조업체들이 목표로 삼는 수입 와인은 술 제조 전용 품종을 활용한다. 제철에 소비자들이 먹고 남은 과실을 활용해 술을 만드는 한국 과실주의 현실을 지적한 토로다. 안 연구실장은 “농촌진흥청과 같은 기관에서 술 전용 과실의 개발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숙성하는 것도 과실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과실의 품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들벗은 9월에 과실을 수매해 머루이야기를 제조한다. 과육과 과피, 씨앗을 분쇄하고 3주동안 발효시킨 후 여과해 1~3년 숙성을 거쳐 제조된다. 안 연구실장은 “해마다 과실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의 경우 생산연도에 따라 가격차가 있다”며 “원재료가 다르면 술 맛도 다른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발효기술이 매우 뛰어난 민족입니다. 산악지역에서 나오는 과실들도 조금만 개량하면 좋은 술을 만들기에도 적합할 것으로 보이고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적 과실주 강국이 되는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지한 안 연구실장의 “한국 과실주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머루이야기는

머루의 깊은 맛과 블루베리의 향과 색감의 조화가 돋보인다. 분쇄한 과실을 3주 동안 발효시켜 여과하고 1~3년 숙성하면 알코올도수 12도의 머루이야기가 완성된다. 가격은 375㎖ 2병 세트에 1만8000원.

 

장려상>> 함평천지복분자 ‘천지향복분자술’

와인과 정면승부 자신

 

제조철학_ 맛으로 와인과 승부한다

상품특징_ 복분자 비율 80% 이상

맛초점_ 감미와 산미의 조화

소비타깃_ 와인 소비층

마케팅방향_ 수출, 선물수요 공략

 

함평천지복분자의 수출형 제품 ‘천지향복문자술’이 2013년 우리술품평회 과실주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회사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수입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복분자주 시장 성장 정체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복분자 함량 80% 이상

복분자주나 와인이나 똑같은 과실주다. 복분자주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고 와인은 서양에서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복분자주보다 와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병준 함평천지복분자 연구소장은 “맛에 있어서는 제대로 만든 복분자주가 수입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러 복분자주가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맛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조병준 연구소장은 그 이유로 감미료의 남용을 지적했다. 그는 “복분자의 함량을 줄이고 대신 감미료나 착향으로 맛을 내는 일부 제품들이 복분자주의 인식을 훼손하고 있다”며 “복분자주 시장의 성장 정체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천지향복분자술은 복분자 함량을 80% 이상을 지키고 있다. 또한 30일 가량의 숙성기간으로 감미와 산미의 조화를 이뤘다. 조 연구소장은 “유통업자가 감미료를 활용해 단맛을 강조한 술을 요구할 때도 있다”면서도 “술 만드는 사람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우리 복분자술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복분자 시장 활로, 수출로 모색

한국 전통주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출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수출에 성공한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소장은 “보해가 처음 복분자주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와인만 고급 과실주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가 우리술의 가치를 인정받기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향복분자술은 함평천지복분자의 수출형 제품이다. 와인병 패키지를 벤치마킹한 제품으로 미국수출을 타진했지만 한국적 요소를 느낄 수 있는 패키지가 더 적합하다는 미국 유통업체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조 연구소장은 “현재는 수출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미국 유통업체 바이어도 충분히 와인과 경쟁할 수 있는 맛이라고 평가했다”며 “해외에서 성공하면 성장세가 꺾인 국내 복분자주 시장도 회복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복분자주 시장은 유명산지인 고창에서 2000년대 초반 구성됐다. 시장규모는 연평균 10% 넘는 고성장을 지속해 2002년 약 300억원에서 현재 약 1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와인을 경쟁상대로 겨냥해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와인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2008년 이후부터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다. 현재 복분자주시장은 보해의 복분자주가 시장의 95%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천지향복분자술은

복분자즙을 두 번 발효시켜 만들었다. 복분자의 감미, 1차 발효 때 만들어진 사과산의 산미와 2차 발효 때 만들어진 젖산의 부드러운 맛의 조화가 특징. 도수는 13도이며 375㎖ 1병 가격은 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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