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영스마켓(Young’s Market Company)매니저의 메시지

“술이 팔리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일까요? 결정타는 병입니다. 패키지 스타일이 판매를 좌우합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8월 13일 신세계백화점 서비스 아카데미에서 열린 ‘전통주 미주 수출 및 유통판로 개척을 위한 초청 간담회에서 이준호 영스마켓(Young’s Market Company) 매니저가 한 말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전통주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준호 영스마켓 아시아 담당 매니저.

 

미국 주류도매업체 영스마켓은 미주 시장 4위, 캘리포니아주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연간 매출 3조 원 규모. 이준호 아시아담당 매니저는 “한국 술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성공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고 소싱을 추진할 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6년간의 시장변화를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해 전통주 제조업체들을 만나면서 더욱 희망적인 설계를 하고 있다.

8월 13일 간담회에서 이 매니저는 미국의  주류시장 동향과 한국 전통주의 비전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주류시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술도 성공할 수 없다”며 “먼저 시장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술 마케팅의 시작은 술집”이라며 ‘바텐더’를 비롯한 술집을 늘 주목하라고 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조장들은 “처음 접하는 정보가 많은 것은 물론 해야 할 일들의 실체를 잡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준호 매니저가 한국 전통주를 주목하고 적극적인 구매협상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술은 더욱 그렇다

한국의 술은 지금까지 미국의 주류(主流) 사회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한인사회에서 소비됐고 그것을 수출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과연 한국 술은, 미국의 메이저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통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현재까지는 알다시피 통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통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 세상이 많이 변했다. 과거에 안 되었던 것이 지금은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면, 김연아를 보자. 30년 전이 아니라 20년, 10년 전만 해도 피겨스케이팅은 서양인들의 독무대였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안들은 꿈도 꾸지 못할 무대였다. 김연아 이후 인식은 완전히 바뀌어 아시안에게 더 적합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게 됐다.

김연아의 예가 지나친 비약일까? 술은 피겨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금 아시안,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다. 일반 대중들의 아시아, 한국에 대한 호기심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력 부상이 중요한 배경이다. 그들이 왜 류현진을 데려다 스타로 키우고 있겠는가.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으로 인해 다저스타디움이 꽉꽉 찬다. 한국인들을 끌어들이면 장사가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술이, 피겨보다 더 쉬운 이유는 그 외에도 많다. 음악, 음식, 영화, 책… 한국시장과 한국상품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왜 개봉 전에 한국을 방문하겠는가. 장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이들은 한국 시장에 무엇인가를 팔려 하고 한국의 무엇을 가져다 미국 시장에 팔려 한다.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를 전달하는 시장, 선봉에 술이 서야 하는데…

그 많은 상품들 중 가장 선봉에 서있어야 할 것이 사실은 ‘술’이다. 다른 것들은 다 상품화해 통하고 있는데 왜 술만 안 되고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희석식 소주와 맥주는 통할 수가 없다.

위스키와 진, 럼, 보드카, 데킬라 그리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과 맥주들이 있는데 굳이 한국 술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겨를도 없다. 아, 한국에도 이런 술이 있구나, 한국 술 맛있다, 사먹고 권하자, 이럴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다만, 그 많은 술 중 하나로서 마셔볼 만한 술로 진입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이란 나라를 이야깃거리로 끌어들일 가능성처럼 한국 술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디스트리뷰션(배급사, 유통사)이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몸의 핏줄과 같은 것이고 주류유통에 대한 미국의 법률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키’이기도 하다.

다음은 미국 주류시장을 생활 문화적 추이 속에서 살펴보자. 미국은 지금, 세계는 지금, 대기업 중심의 뻔한 브랜드들과 서서히 결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 이상 ‘밀러’나 ‘버드와이저’에 열광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나만의 것’을 찾는다. ‘나만의 부띠끄’를 찾아내 맛보며 권한다. 나만의 부띠끄를 내놓고 서로 칵테일하며 교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었다. 그들에게 한국의 고급술을 권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지?’ 하고 관심을 가질 타이밍이 온 것이다. 내가 한국 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고 한국 주조장들을 찾아온 이유다.

 

 

* 한국 술이 미국시장 진출이 불가능했던 이유

-미국 내 메이저 디스트리뷰션(공급-유통사)이 없음

-미국 시장에 맞지 않는 이미지(병 모양, 이름 등)

-한인 마켓에 치중, 한국인 중심 마케팅에만 의존해온 구조적 문제

-자금 부족(자금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희석식 소주 기법으로 어필 불가)

-주류 시장의 경험 부족

 

* 영스마켓컴퍼니Young’s Market Company는>>

1888년 벨기에 출신 피터영(Peter Young)이 설립한 식료품 홀세일 마켓. 주류 도매 전문회사로 전환해 2500명 직원과 3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초대형 주류유통사다.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톤, 아리조나, 하와이 등 10개 주에서 주류유통을 하고 있고 잭다니엘(Jack Daniel), 바카디(Bacardi), 레미마틴(Remy Martin), 맥칼란(Macallan), 글렌피디(Glenfiddich) 등의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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