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도시의 농사일’

씨유 광장점은 7900여개의 CU 점포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편의점 중 하나다. 22년간 한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온 손학복 점주는 편의점 운영을 ‘서울에서 짓는 농사’라고 표현한다. 왜 그는 편의점을 농사일에 비유할까?

◀왼쪽부터 서경옥‧손학복 CU 광장점 점주.










 

편의점은 벚꽃철부터 단풍철 장사… 1년 농사와 같다

◀씨유 광장점.

손학복 씨유(CU) 광장점 점주는 편의점을 농사일에 비유한다. 벚꽃이 피는 3월부터 매출이 올라 가을 단풍이 필 때쯤인 10월부터 매출이 줄어드는 모양새가 농번기-농한기와 꼭 같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편의점은 쉽게 돈을 놓고 버는 일이 아니라 농사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일”이라며 농사와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던 1993년에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이 요즘 생각하는 것처럼 노후 대책으로 편의점을 보기보다는 여러 개를 개점해놓고 운영은 아르바이트생이 하고 경영자는 수금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편의점은 진열부터 판매, 상품 발주, 아르바이트생 관리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시대 따라 변하는 편의점

손학복 점주는 편의점 운영의 가장 큰 장점을 슈퍼마켓과 달리 ‘시대에 맞춰 변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꾸준히 점포를 운영하는 가운데 상품 트렌드에 따라 구색이 변하고 택배 서비스나 원두커피를 직접 뽑아 마실 수 있는 기계 등이 도입됐다는 것. 요즘에는 다양한 델리 코너까지 새롭게 생기는 등 편의점은 어떤 소매점포보다 빠르게 소비자에게 맞춰 변신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레시푸드(FF, Fresh Food). FF가 처음 도입되던 당시에는 시대를 앞선다는 이미지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집객상품으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점주는 “예전의 편의점은 슈퍼마켓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상품도 슈퍼마켓같이 음료‧과자‧주류 등이 잘 팔리는 등 상품도 많이 겹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FF나 각종 서비스 등이 다양해지면서 슈퍼와 차별화가 확연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구매’ 하는 똑똑한 소비자

손 점주에게 22년 전의 편의점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을 묻자 ‘소비자가 똑똑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예전 소비자들이 편의점에 갖는 생각은 ‘비싸다’는 단어가 지배적이었다. 초창기엔 소비자들에게 ‘12시 넘어서 구매하면 물건 값에 할증이 붙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도 받았다. 주로 편리함을 찾는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주부들까지 고객층이 확대됐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주부들은 개인이 아닌 가족 모두가 사용하기 위한 상품을 찾는 ‘큰손’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와의 제휴할인이나 편의점에서 1+1, 2+1 등으로 행사하는 상품들을 꼼꼼히 가격을 고려한 후 구매하러 오는 ‘목적구매’ 소비자들도 많이 늘었다. 무작정 와서 상품을 고르기보다는 어떤 품목이 싸고 어떻게 할인 혜택을 받아야할지 아는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그는 “요즘 이 커피가 2+1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건 어떠신지요?” 라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행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판매하는 영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바꿔 구매하지 않아도 다음 방문 때는 그 상품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나’

손 점주는 29세에 처음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다. 식품회사에서 3년 정도 영업을 하다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찾은 것이 편의점이었다. 22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며 얻은 비결은 바로 ‘나=상품’이라는 단어다.

그는 “믿고 살 만한 상품이 내가 되어야 한다”며 “소비자가 손에 잡는 것이 상품이기 전에 나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일단 내 손을 떠난 문제여도 일단 고객 입장에서 불편했을 거라고 판단되면 귀찮아도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가 맡아 보낸 편의점 택배가 택배사의 실수로 늦게 도착해 고객이 편의점 측에 문의를 하면, 내 손을 떠난 택배지만 택배사에 직접 물어봐주고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그것이 고객에게 감동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나는 택배사에 보냈으니 모른다’라는 식으로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넘게 운영하며 항상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마다 잘 넘길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며 “경영에 있어서 평상시에 사람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미래의 목표를 묻자 “아직 젊으니까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편의점으로 한 번 신문에 나와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 ‘편의점 아저씨’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그의 10년 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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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포가 살아남는 법…‘델리’로 차별화 꾀했다


◀여름철에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는 점내 즉석조리 떡볶이와 어묵.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

CU 광장점에서는 일반적인 편의점 상품 외에도 주변 아파트 상가의 어린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델리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직접 굽는 베이커리류는 물론 치킨, 점내 조리하는 떡볶이와 어묵도 취급하고 있다.

이는 미니스톱과 비슷한 상품 전략이지만 이곳은 가짓수가 많다. 상권에 맞춘 다양한 조리메뉴들로 집객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손학복 CU 광장점 점주는 “요즘 자체브랜드(PB)상품인 ‘자이언트 떡볶이’가 인기인데 여기서 조리해 판매하는 떡볶이와 경쟁이 치열하다”며 웃었다.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떡볶이와 어묵은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꾸준히 팔리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파트촌 한가운데 있어 주변에 포장마차 등 길거리 음식과의 경쟁이 없다는 것, 편의점의 조리 음식이 깔끔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 등도 위생에 깐깐한 주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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