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프레시웨이 러시아 환자식 공급 사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겨냥한 외국인 환자식단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강서미즈메디병원에 러시아 전통음식을 병원급식으로 공급 중이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지만 향후 외국인 의료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성장 잠재력이 크다.

 

러시아인 ‘입맛’ 맞추기부터

환자식도 일단 맛이 관건이다. 강서미즈메디병원 급식을 관리하는 윤수동 CJ프레시웨이 FS서울사업부 실장은 동대문과 이태원 등의 러시아 전통식당을 방문해 직접 먹어보면서 이를 급식메뉴로 개발했다. 한국인과 러시아인의 입맛 차로 러시아 의료관광객에게 맛있는 맛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활환경의 차이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양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윤수동 CJ프레시웨이 FS서울사업부 실장.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큰 땅을 가진 러시아는 같은 메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맛과 음식의 모양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윤수동 실장은 “서로 다른 러시아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주문해도 음식점 주인의 출신지역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달랐다”며 “러시아 환자들이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도록 음식을 표준화 시키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CJ프레시웨이가 병원급식에 러시아 환자식을 처음 제공한 것은 2011년. 이후 윤 실장은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러시아 환자들의 입맛을 맞춰왔다. 그는 “처음에는 러시아 환자들의 불만사항이 접수되는 일이 있었다”며 “2년 여 동안 러시아환자식 시식회를 3회 개최하는 등 꾸준히 러시아 환자들과 소통해왔고 이제는 병원에 러시아 조리사가 있냐고 묻는 환자도 있을 정도”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50여 가지 메뉴조합… 일주일동안 겹치지 않도록

강서미즈메디병원의 러시아 식단은 메인요리 7가지, 수프 7가지다. 여기에 홍차와 빵, 샐러드, 사워크림은 항상 제공된다. 윤 실장은 “메인요리와 수프를 기준으로 50여 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며 “1주 동안 식단이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 메뉴는 보르쉬와 펠메니. 보르쉬는 비트 등으로 색을 낸 고기국으로 러시아에서 한국의 김치찌개와 비슷할 정도로 많이 먹는 수프다. 펠메니은 러시아식 만두다. 이외에 소고기와 쌀 등이 들어간 양배추쌈 갈룹쯔이, 러시아식 돈까스 까뜰레따 등이 있다.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요리들 위에 사워크림과 디일을 뿌려 먹는 것을 즐긴다. 사워크림은 생크림을 젖산에 발효시킨 것이고 디일은 허브의 한 종류로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독특한 향을 낸다. 반면 샐러드 드레싱으로는 기름과 소금이 주로 이용된다.

 

안정적 공급 최우선… 국산 식재료 80% 차지

◀러시아환자식은 수프와 메인요리, 샐러드, 빵, 홍차 등 구색을 갖춘 한끼식사로 제공된다.




식재료 공급도 난관이었다. 급식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식재료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하지만 러시아 전통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중에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 식재료가 다수 있었다. 윤 실장은 “러시아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알음알음으로 조달하는 식재료를 급식에 그대로 쓸 수는 없다”며 “비슷한 맛을 내는 국산 식재료로 대체하거나 안전성을 보장하는 공인된 공급라인을 찾는 일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러시아환자식을 개발했을 당시 수입산 식재료의 비율은 80%였지만 현재는 국산화율이 약 80%다. 국산 식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불가능한 것은 급식메뉴에서 배재시켰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개발 당시 약 200개의 급식메뉴 레시피가 있었다”며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기준으로 메뉴를 50여 가지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코디네이터, 의료진-급식조리실-환자 소통 담당

외국인 환자식이라도 환자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급식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섭취가 제한되는 영양성분이 포함되는 일이 다반사다. 윤 실장은 “처음 러시아 환자식을 개발할 때도 의사들과 협의했다”며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른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코디네이터가 급실조리실과 의료진, 외국인 환자 간 의사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의 통역과 일정관리 등 생활편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에서 고용한 전문인력이다.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의 메뉴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급식조리실은 의료진과 협의해 외국인 환자의 건강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다.

 

규모경제 ‘아직’… 의료관광 시장 성장에 기대

◀강서미즈메디 병원은 공항에 인접한 여성전문 병원이라는 점을 활용해 러시아환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프레시웨이를 통해 러시아환자식을 제공하는 점 등을 러시아 현지에서 홍보하고 있으며 외국인 여성 전용 공간 마련을 위한 리모델링도 계획 중이다.





현재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 제공하는 러시아환자식은 월 평균 60여 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는 못했다. 수요가 적어 소량의 특수 식재료를 조달하는 비용도 높고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 원가가 높은 편이다. 러시아 환자식 한 끼의 공급단가는 1만2000원.

이에 대해 윤 실장은 “러시아 식당에서 제공하는 수프의 단품 가격이 7000원”이라며 “수프와 메인요리, 샐러드 등을 공인된 식재료로 조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러시아 환자식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 답이다. 규모가 증가하면 조리시간, 식재료 조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희석시킬 수 있다. 윤 실장은 “강서미즈메디병원을 한정해서 생각했을 때 월평균 100식 정도는 제공해야 수익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병원 한 곳의 손익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CJ프레시웨이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도 러시아 환자식을 공급 중이다.

현재 외국인 환자식 공급은 외국인 의료관광 시장의 성장을 대비한 선투자인 셈이다. 외국인환자식 공급능력은 급식사업자의 영업무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의료관광산업 자체의 성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외국인 환자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2010년 8만1000여명을 기록한 이후 2011년 12만2000여명, 2012년 15만9000여명까지 증가해 2년 사이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의료관광객 수는 20만명으로 추산됐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식 공급은 수익을 논할 수준은 아니다”며 “의료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급식사업자로서 역량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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