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만 아는 세상…“인간의 존엄이 첫 가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는 ‘세월호 침몰’보다 일주일 앞서 이뤄졌다. 최 지사는 “모두가 돈돈돈 하는 세상은 불행하다”고 말했다. 도정 슬로건을 세 가지로 압축했는데 첫 번째가 인간의 존엄, 두 번째는 지역의 가치, 세 번째는 평화와 번영이다. “모든 정치,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을 존엄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은 사람을 돈벌이로 생각하고 표 찍는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유통이건 행정이건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터뷰는 ‘지역의 식품과 유통’을 주제로 이뤄졌지만 ‘삶의 가치’가 또 한쪽 바퀴가 되어 굴러갔다.

거꾸로 된 조직표… 자율적인 공무원

강원도청의 조직도는 뒤집혀 있다. 맨 아래 도지사가 있고 그 위에 부지사, 국장, 과장, 담당직원… 순으로 구성돼 있다. 맨 위에 강원도민이 있다는 것이다. 최문순 도지사의 아이디어이자 사고철학이다.

“MBC 시절부터 이렇게 했습니다. 기자들이 오히려 권력화에 앞장서더군요. 그래서 뒤집었습니다. 도청에서도 공무원들이 국가권력 집행자 노릇을 하면서 권력자가 되기 쉬워요. 조직도 하나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3년여 지나니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강제하진 않았습니다. 조직이 자율적 분위기로 전환되기까지 공백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도지사와 국장 몇 명이 아니라 도청 직원 1000명이 함께 일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역발상 조직표의 실제 효과는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어느 조직보다 자율적이고 책임감 강한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모하지 않는다면 그저 이벤트에 불과하고 변모하게 된다면 창조적 발상이 될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SNS를 쇼핑채널로… 도루묵, 감자, 닭갈비 판매

강원도청은 광역도 최초로 온라인 홍보팀을 가동 중이다. 지역은 넓고 인구는 적은,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해부터는 SNS로 강원농산물을 팔기 시작했다. 최 지사의 트위터 팔로워 13만8000명, 페이스북 친구 8000명이 고객이다.

“본격적으로 판매를 지원한 게 도루묵입니다. 대량 생산되면서 창고에 쌓여 있어 어민들 걱정이 많았거든요. 제 트위터 팔로워들 대부분은 수도권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도지사가 도루묵도 파냐’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도움이 될까, 걱정도 많이 했고 유통 시스템도 복잡했습니다. 무엇보다 콜센터가 있어야 했습니다. 거기서 주문을 받고 산지에 연락해서 택배로 보내고 클레임이 나오면 처리하고… 아주 복잡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쳤지요. 이제는 팔자, 하면 곧바로 시작입니다.”

강원도청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도루묵 6만여 상자를 팔아치웠다. 더 많은 판매를 위해 전국 대형 유통업체, 대기업 식자재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추진 중이다. 도루묵 판매의 노하우를 활용해 고랭지 감자도 판매했다. 지난해 감자 수확이 많았던 평창군 진부농협에 1200톤이 저장됐다. 이에 SNS에 감자 판매를 띄웠다. 이번에는 관내 오투리조트 스키장 할인혜택, 불우이웃돕기도 추진했다. 1만8700박스가 팔려 2억2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탄으로 춘천 닭갈비를 시도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닭갈비 매출이 예년의 20%선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센터에서 주문 접수하면 춘천닭갈비협회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했다.

 

* 강원도 SNS활용 판매 사례

√ 도루묵 40마리 한 상자, 1만8000원(택배비 포함)

-강원 GW마켓, SNS서포터즈 활동, 트위터 등에 6만여 상자 판매

-2013년 5만2000여 상자, 2014년 8000여 상자(1억4000만원)

√ 감자 10kg 한 상자 1만2000원(택배비 포함)

-SNS 통해 1만8700박스 판매, 2억2400만원

-감자 한 상자 구입시 오투리조트 스키장 50% 할인, 불우이웃돕기 500원 병행

 

 

◀강원도청의 온라인홍보팀 한 쪽 벽면을 차지한 SNS 농산물 판매 활약상. 최문순 지사를 다양한 버전으로 패러디한 포스터들이 눈에 띈다. 한 강원도민이 시작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행정-농협-시장 연합할 때 ‘부가가치도 극대화’

그는 연합의 강도를 높여가는 게 곧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강원도는 성장발전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다. 면적은 국토의 17%를 차지하면서도 인구는 3%에 불과하다. 영동지방으로 갈수록 물가가 두 배 가량 비싸고 유통비용도 올라간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 농협, 시장이 다 모여야 합니다. 브랜드를 하나로 통일하고 있어요. 첫 번째가 꿀입니다. 꿀 제품은 횡성, 홍성 등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데 이를 강원도 브랜드 ‘허니원’으로 묶으려고 합니다. 후속으로 한우, 인삼도 통합브랜드로 준비하고 있고요. 사실 인삼은 강원도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통합브랜드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수출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지금까지 강원도는 전부 1차 상품이었는데 가공해서 업그레이드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붉은 대게의 경우 일본은 가공‧수출하는데 우리는 생물 상태로 판매한다. 그러다보니 가격은 낮고 많이 잡아야 한다. 결국 어족 자원이 고갈되고 악순환이 되풀이될 위기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유통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원도는 82%가 산입니다. 보호 쪽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산림을 이용의 대상으로 삼은 지 오래됐어요.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용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바꿔야 합니다.”

* 강원도 산지유통종합계획

강원도는 2013년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역단위 산지유통종합계획을 수립, 농림축산식품부 승인으로 산지유통시설 설치 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 2018년까지 산지유통센터 14개소 설치, 350억원 투자

√ 2015년 강원권 물류센터 준공, 280억원 투입

√ 2014년까지 원예농산물 수급안정 사업 추진, 26억원 규모

 

평창올림픽 분기점, 강원도 중심지로 부상

“강원도는 2018년까지 강원도 발전을 결정지을 ‘결정적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강원도가 더 이상 변방, 변두리, 들러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중심지 전략’을 수립, 추진 중입니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강원푸드 비전 2018’ 기본 계획을 세웠다.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식품과 서비스를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고 식품‧외식산업을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올림픽 푸드 거버넌스를 구성, 생산자단체는 물론 업체, 비정부기구(NGO), 학계 등 다양한 계층이 참가해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행할 계획이다. 이외 강원 식품‧외식산업 세계화, 올림픽 식자재 생산‧가공 기반 구축, 올림픽 식품 연구개발(R&D)강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2017년까지 올림픽 식자재 안전성 확보, 우수외식업지구 조성, 전통식품 고품질 가공식품 명품화, 으뜸식품 육성, 올림픽 식자재 공급단지조성, 식자재 공급센터 구축 등에 536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 2014~2018년 강원도 주요 국제 행사

√ 2014. 9. 29~10.17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 193개국, 2만여명 참여

√ 2015. 10.12~10.16 제6차 세계산불총회

√ 2018. 2. 9~2.25 평창 동계올림픽 : 80개국, 6000여명 참가

 

시작도 끝도 ‘사람’

‘이 일이 사람을 귀하게 하는가, 이 일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가.’

최 지사가 일을 판단하는 기준 두 가지다.

“유통도 사람입니다. 농업, 제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으로만 보면 부가가치가 안 생깁니다. 인간적인 요소, 문화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는 한류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를 예로 들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뜬 데는 드라마 자체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류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것. 그런데 요즘은 의도적으로 한류를 띄우기 위해 스타를 기용한다. 그러다보니 제작비 부담이 늘어났고 비용 줄이는데 신경쓰다보니 작품성에 소홀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화는 빠진 채 돈 얘기만 있다.

“지금 동해안에 슈퍼마켓이 다 죽고 있어요. 유통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지금까지는 각각 경쟁자였는데 이제는 공동 물류센터를 만들고 함께 살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같이 공부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최문순 도지사는 도청 입구 계단까지 내려와 90도 인사를 했다. 누가 찾아와도 늘 이렇게 한다고 한다.

 

대담_ 임동준 국장
정리_ 김경임 기자

 

>> 최문순 지사는

1956년생.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강원대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영어영문 석사를 받았다. 2001~2001년 전국언론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냈으며 2005~2008년 MBC 대표이사 사장, 2006~2007년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2009년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2011년 강원도지사에 취임, 새로운 유형의 도정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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