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주도 창조경제를 위한 MOU 체결 6개월 후

지난해 9월 생명산업대전에서 체결된 농식품 분야 창조경제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MOU)의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4건의 MOU 중 3건은 중단됐으며 1건은 당초보다 협업 규모가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행사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강행돼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시행정을 꼬집었다.

2013생명산업대전에서 체결된 MOU 진행상황

협약 주체

체결 내용(2013년 9월)

진행경과(2014년 3월)

미시간벤처캐피탈

농업회사법인 자담

감귤 화장품 기술 개발에 15억원 투자 의향서 교환.

미시간벤처캐피탈은 자담에 대한 실사 후 현재는 투자가 부적합하다며 보류.

국순당

광덕작목반

백세주 담의 원료인 설갱벼 계약재배 활성화.

국순당이 요구하는 설갱벼 계약재배 면적 대폭 감소(100ha→10ha), 광덕작목반은 설갱벼 재배 포기.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농식품분야 우수 연구개발 성과 정보제공 통한 기술 사업화 촉진.

기술 이전 사례 없음.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농식품기업 대상 교육 및 홍보 진행중.

한국벤처기업협회

동양인베스트먼트, 메가인베스트먼트, 세종벤처파트너스

벤처기업협회 우수기술 보유업체 정보제공으로 농식품모태펀드 운용사의 투자 활성화. 3개 사 운용규모는 620억원.

벤처기업협회 추천으로 진행된 투자 사례 없음. 투자회사와 벤처기업협회 간 업무협조 부적합으로 벤처기업협회와 농자단 간 새로운 MOU 추진 중.

자료 : 각 사.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26일 개최한 ‘2013 생명산업대전’의 일환으로 총 4건의 MOU를 체결하는 ‘농식품 분야 창조경제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우수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사장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OU 남발에 그쳤다. 다음은 MOU체결 후 진행상황.

√ 미시간벤처캐피털-농업회사법인자담… 투자집행 무산

미시간벤처캐피탈은 농업회사법인 자담과 감귤 껍질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과 관련 MOU를 체결했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자담에 15억원을 투자한다는 의향서를 교환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MOU는 효력이 없어졌다. 미시간벤처캐피털이 MOU 체결 후 자담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지만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시간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 MOU 체결은 투자의향서 교환일 뿐”이라며 “실제 투자는 운용기간, 투자규모,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한 후 집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변수가 생겨 자담에 대한 투자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출 규모가 늘어나거나 수요처가 다변화 되는 등 뚜렷한 변화가 있기 전에는 자담도 투자 가능성이 있는 대상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담은 미시간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으면 사업성을 인정받았다고 인식돼 제주도에서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담 관계자는 “MOU는 아직 유효하다”며 “미시간벤처캐피탈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국순당-광덕작목반… 재배면적 감소, 올해 계약 미정

국순당은 ‘백세주 담’의 원료인 설갱벼 원료공급을 위해 광덕작목반과 MOU를 체결했다. 당초 광덕작목반의 설갱벼 계약재배 규모는 100ha. 올해는 10% 수준인 10ha로 감소해 광덕작목반은 계약재배를 중단했다. MOU 체결 전 국순당이 설갱벼 재고현황이나 백세주 담의 매출 현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류필호 광덕작목반장은 “올해는 국순당이 10ha만 계약재배를 진행하겠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통보,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순당은 계약재배 면적 감소와 관련 류필호 반장과 별다른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순당은 “올해 계약재배 관련 사항은 파종이 시작되는 4월이 돼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기술 이전 아직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는 농식품분야 우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정보제공과 기술 사업화 촉진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MOU 체결 이후 양측의 협업으로 기업체에 기술이 이전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민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사업본부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는 농식품기업 개별적 문의에 대응하는 수준”이라며 “업무 진행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번 MOU 연장선상에서 농업인‧농산업체 지식재산권 출원지원, 하이업(High-Up)농식품 벤처창업 성공비법 교육, 농식품 산업체 연구개발(R&D)기획역량 강화 교육, 특허전문가 현장방문지원사업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영훈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팀장은 “MOU 체결 자체가 정부기관의 실적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MOU를 체결한 만큼 지금은 업무진행 방법에 대한 큰 틀을 논의하는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한국벤처기업협회-모태펀드투자회사… 성과 없고 업무연계 미흡

벤처기업협회와 동양인베스트먼트․메가인베스트먼트․세종벤처파트너스 등 투자회사는 농식품 경영체의 투자촉진과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이 MOU 역시 업무 진행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부터 투자시스템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들 투자자 3곳이 취급하는 농식품모태펀드는 중소기업청의 모태펀드를 벤치마킹했다. 모태펀드는 일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펀드로 신생기업과 투자자, 이들 사이에서 정보수집과 투자제안, 자금 등을 관리해주는 한국벤처투자 3자가 맞물려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 벤처기업협회와 투자회사 3사 간의 MOU에는 중간자 역할이 빠졌다.

이를 보완키 위해 벤처기업협회와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이하 농자단)은 새로운 MOU를 조만간 추진키로 했다. 모태펀드 운영에서 한국벤처투자의 역할을 농자단이 맡아 벤처기업협회와 투자회사 사이에서 업무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허영구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벤처기업협회가 우수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발굴하면 농자단에서 투자제안 방법 등을 컨설팅하고 투자회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모델”이라며 “적합한 업무협조 상대를 찾은 만큼 신기술 보유업체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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