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자재유통업 시장 지각변동_ “90조원 시장을 잡아라” 대기업 러시 가속화

대기업의 미개척시장으로 통하는 ‘식자재유통업’에 중견기업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도매업체들이 주도해왔던 식자재 유통 분야는 아직까지 기업형 유통업체의 점유율이 10% 이내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동에 따른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봤다.

 

◎업계동향

식자재 유통, 2020년 171조9000억원 전망

증권가에서 파악한 식자재유통 시장은 90조원 내외. 향후 성장이 더 기대된다는 데 입을 모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은 86조 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했으며 매년 10% 가까이 성장해 2020년에는 171조 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는 맞벌이 가구가 늘고, 외식문화가 확대되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증권은 2012년 식자재 도매시장 규모를 96조6000억원에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시장구성은 가정용 54조9000억원, 외식용 21조원, 식품제조 원료용 18조6000억원, 단체급식용 2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식자재 시장의 성장은 1인가구의 증가, 간편식 소비 증가 등으로 외식 및 급식사업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식자재유통시장의 규모가 인플레이션,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외식비중 확대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5~7%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도별․용도별 식자재 시장 규모





자료 : 흥국증권

 

대기업 점유율 10% 이내… 마지막 블루오션

식자재유통시장은 소비재 산업 중 기업형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남은 마지막 분야로 꼽히고 있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현재 다수의 영세 유통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후진적인 구조이며 대기업 침투율은 4~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식자재 시장은 영세상인 및 중소업체들로 구성됐고, 대기업들의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기존 진출 기업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확대, 물류인프라 구축을 통한 영업망 확대를 추진하고 매일유업, 삼양사, 사조 등 새롭게 진출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식품 유통의 안전성을 강화, 식자재유통시장의 대형화 추세와 맞물려 식자재유통시장의 대기업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CJ·신세계 등 대기업 선점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에버랜드에서 급식 및 식자재 사업부를 분할한 데 이어,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 등도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다음은 이들의 구체적인 행보.


√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12월 급식 및 식자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회사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했다. 삼성웰스토리 매출의 80%이상이 급식사업이 차지하는 만큼 식자재유통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 CJ프레시웨이는 소덱스 코리아의 단체급식 부문을 인수하고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식자재 유통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는 보이는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Fresh One)’을 앞세워 식자재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2년 식자재유통분야 단일 매출이 1조6980억원을 넘어섰으며 2013년에는 반기에만 859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매출에서 식자재 유통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수준이다.


√ 신세계푸드는 그룹사의 식품전문사업을 넘겨받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신세계푸드는 2013년 식자재유통 부문에서 37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견 식품·외식기업, 새로운 ‘선수’로 등장

최근에는 식품․외식 기업들도 식자재 유통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 매일유업은 지난해 1월 식자재전문유통회사 ‘엠즈푸드시스템’을 설립하고 경쟁을 본격화했다.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레스토랑 등 소매점에 우유, 휘핑크림, 치즈 등 유제품 납품 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매일유업은 각 사업부에서 개별적으로 제품 납품에 대한 영업을 전개 중이다. 아울러 일회용 컵 등 포장재 구매대행 사업도 전개할 계획. 소매점에서 필요로 하는 포장재를 함께 납품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삼양사는 지난해 7월 식자재유통 전문 브랜드 ‘써브큐(ServeQ)’를 론칭했다. 2012년 식자재 사업부문에서 1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삼양사는 ‘서브큐’를 통해 2015년 35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서브큐’는 ‘제공하다, 기여하다’라는 의미의 ‘Serve’에 ‘품질’을 의미하는 ‘Quality’의 ‘Q’를 결합해 고객에게 언제나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한국도미노피자는 식자재유통사업부분의 ‘청오에프에스’를 2014년 1월 1일부로 인수·합병한다. 청오에프에스는 한국도미노피자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로 2012년 한국도미노피자와 매출 거래액이 79억2000여만원, 매입 거래액이 2억90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청오에프에스는 한국도미노피자의 식자재 유통을 주요 사업 분야로 하고 있으며, 최근 닭요리 전문점 ‘로스꼬꼬’를 론칭, 작년 홍대점을 오픈한데 이어 최근 역삼동에도 매장을 열었다.

 

◎업계 이슈

식자재도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에 포함될까?

최근 식자재도매업을 서비스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가시화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관계자는 지난 12월 내부 의결과정을 앞두고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바는 없지만 도매업 전체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식자재도매업도 여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자재도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에 포함되면 관련 업계에서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며 동반위는 신청 건에 대해 두 달 간의 실사를 거친 뒤 양측의 협의를 끌어내게 된다. 협의과정인 조정협의체는 통상 6개월 간 운영된다.

 





자료 : 동반성장위원회.

 

이에 앞서 인천광역시 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은 지난 9월 동반위에 식자재도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정식으로 접수된 상태가 아니라며 반려한 상태다.

하지만 인천광역시 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이 전국조직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름으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올 1월에는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2월 대규모 상인집회를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식자재유통사업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식자재도매업 적합업종․품목 신청

인천광역시 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은 지난 9월 9일 동반성장위원회에 식자재(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통해 동반위가 식자재 도매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진출로 인한 중소상인 주요 피해사례로는 △대기업 물류센터, 중소기업청의 영업개시일시정지권고 무시 △대기업의 대리점 공급가 이하 납품으로 매출처 상실 △기존 식자재 납품매장 인수 통한 상권 장악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인한 골목 매출처 도산 △대기업, 사업조정제도 상 자율조정회의에 형식적 참여 등이다. 이로 인해 중소상인의 매출이 20~30% 감소,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부산, 광주, 울산, 경남창원 4개 지부에 2400여 개 업체의 조사가 첨부됐다.

 

동반위_ “신청접수는 무효… 별도로 검토 중”

이에 대해 동반위는 무엇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전국의 식자재 유통 중소상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직과 규모를 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전국 16개 시도지부에 약 3000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고 밝혔지만 동반위에 제출된 피해사례에는 4개 지부만 참여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신청서는 아직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검토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대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궁극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팽팽한 대립을 경계하며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반위는 자체 의결과정을 거쳐 2014년부터 도매업종도 서비스업 분야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고 대·중소 업체 간 활발한 대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용역을 통해 식자재유통시장 규모와 진출 대기업의 점유율 등을 파악하는 실사를 진행하는 등 계속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식자재 업체 “규모화는 시장 흐름”

주요 식자재 업체들은 이미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요구하는 만큼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일부 중소 유통상인으로 인해 식자재 유통의 위생문제, 무자료거래 등이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형식 혹은 인수․합병 형태로 기존 업체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기업들은 물류․운송의 위생관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CJ프레시웨이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10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현대그린푸드도 2010년 이후 신규 투자만 550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도매시장 중도매인 “시장내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 대기업의 진출을 경계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입장이다. 대기업 식자재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중도매인도 있고 대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법인형태의 중도매인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는 시장 내 불확실성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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