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칼럼

 

20세기 중반 이후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국제화로 변모하면서 ‘비교 문화’는 더욱 강조되어 왔다. 비교는 나, 가족, 나라, 민족 등을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만 상처도 남긴다.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소통과 상생도 차이의 인정과 비교의 극복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비교=양날의 검

21세기 시작과 함께 무섭게 찾아 온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더 큰 남과의 비교를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비교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OECD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덜 쓰고, 덜 자며 이룬 작은 성공에 대해 타인과 비교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우리는 비교로 인한 아픔을 갖게 됐다. 사회에서는 부의 많고 적음 등 사회적 지위에 따라 많은 아픔이 생겼다. 비교로 인해 ‘차이’는 부각될 수밖에 없지만 이 차이에서 오는 대립 양상은 비교대상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는 사이좋은 관계마저도 흔들리게 할 정도의 힘을 갖는다. 오히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픔을 가장 크게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관을 바탕으로 행동양식을 나타낸다. 그러나 어떤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타인에게 강요함으로써 남에게 아픔을 주게 되는 것, 그게 비교의 부정적인 모습일 테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들이다. 어려서부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차이를 존중하는 인식 절실

최근 사회에 화두로 던져지고 있는 소통이나 상생도 비슷한 맥락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모르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학자나 정책입안자의 고민과 정치적인 합의 등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나부터’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먼저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족을 비롯한 남과의 차이를 알려고 하는 개인이 늘어나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우리 삶에서 차이와 비교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요한 건 비교가 주는 아픔은 그 대상이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소통, 상생 등 사회통합은 그 다음 문제이지 않을까?

소통은 어려다. 그러나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며, 나를 표현해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면 소통의 길은 쉽게 열린다.

글_ 이기화 랙즈 발행인

저작권자 © 더바이어(The Buy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